김희선이 직접 꼽은 자신의 '최애' 작품 | 엘르코리아 (ELLE KOREA)

누구보다 빛나는 어제를 간직한 김희선은 여전히 솔직하고 자기다운 모습으로 대중과 호흡하며 현재를 살아간다. | 김희선,인터뷰,스타화보,스타,여배우

  어깨에 패드를 덧댄 티셔츠와 와이드 팬츠는 가격 미정, 모두 Dries Van Noten. 목걸이는 에디터 소장품. 재킷은 1백5만원, Black Comme des Garçons. 이어링은 7만8천원, S_s.il. 매트한 질감으로 마무리된 스몰 사이즈 시리즈 S백은 3백만원대, Valextra. 체인 브로치 장식의 재킷은 1백5만원, Black Comme des Garçons. 슬릿 디테일의 스커트는 63만5천원, Demoo. 네트 소재 펌프스는 가격 미정, Bottega Veneta. 이어링은 7만8천원, S_s.il. 오렌지 브라운 컬러의 미디엄 사이즈 시리즈 S백은 4백만원대, Valextra. 풍성한 실루엣의 드레스는 49만8천원, EENK. 부츠는 가격 미정, 8 by Yoox. 이어링은 7만8천원, S_s.il. 네크리스는 13만3천원, 1064 Studio. 저처럼 90년대를 통과한 세대에게 ‘김희선’은 아이코닉한 스타입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과거 출연작을 찾아보다 그 시절의 패션이 너무 과감해서 놀랐어요 그때는 ‘배꼽티’도 아무렇지 않게 입었죠. 저렇게 입었던 시절이 있었구나, 저도 깜짝 놀라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제가 내키지 않거나 편하지 않으면 트렌드라 해도 억지로 좇진 않아요. 저는 모델이 아니라 연기를 하는 사람이니까, 옷이 불편하거나 어색해서 연기를 방해하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지금은 예전보다 살도 많이 쪘고요.   시대의 아이콘으로서 당시 트렌드를 회고해 본다면 그때는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고, 시도할 수 있는 게 유행이 됐어요. ‘명품’이란 단어가 생소한 시절이었죠. 편리하고 실용적이고 저렴한 아이템이 사랑받았어요. ‘곱창밴드’는 리어카에서 2000~3000원이면 살 수 있었죠. 요즘은 명품이라든지 값비싼 리미티드 에디션을 ‘트렌디하다’고 얘기하는데,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없는 것이죠.   이번 7월호 커버 화보는 모던함이 키워드였지요. 촬영 중에 몇몇 의상은 다소 어색해 하는 눈치도 보였어요 저처럼 활동을 오래한 ‘언니’들은 본인이 고집하는 스타일이란 게 있어요. 대중이 저를 봤을 때 제 이미지에 맞는 룩이란 게 있잖아요. 오늘은 평소 제가 안 입어본 오버 핏 의상이 많았는데, 이렇게 내가 다른 걸 시도할 때, 나는 어색하지만 신선하고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알아요. 다만 조금 두려운 거죠.   아름다운 여배우를 많이 만났지만, 김희선의 예쁨에선 뭔가 다른 에너지가 느껴져요. 선명하고 낙관적인 기운이랄까 워낙 내숭을 못 떠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어요. 좋은 점은, 설령 처음에는 서로 안 맞더라도 얘기해서 맞춰나갈 수 있다는 거죠. 몇 번 일을 같이 해보면 시원시원해서 좋다고들 하는데, 아직 친하지 않은 상태에서 직설적인 말을 들으면 상처받는 사람들도 생기니까요.   <나인룸> 종영 이후 휴식기를 갖고 있어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아무래도 결혼했으니 작품이 끝나면 나를 위한 시간을 갖기보다 집안 돌보느라 바빠요. 딸 연아가 어느덧 열한 살이에요. 초등학생이라 숙제 봐줄 것도 많고, 데리고 다닐 곳도 생기고요. 일할 때는 아이에게 온전히 신경을 못  쓰니, 쉬는 동안  많이 챙겨주려 해요.   일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거리거나 하진 않고요 그런 시기는 좀 지난 것 같아요. 막 결혼하고 나서는 다른 드라마가 잘되면 밤에 잠을 못 잤어요. ‘내가 결혼을 안 하고 저 역할을 했으면 잘할 수 있었는데’ 하고 조바심 나고 안절부절못했던 때도 있어요. 지금은 아니에요. 나한테 안 들어온 역할은 어차피 나랑 인연이 없는 거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생각하게 됐어요. 가정에 집중할 때는 그걸 즐기고, 일할 때 또 열심히 하는 거죠. 데뷔한 지 25년,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 느낌인가요 젊은 시절에 열심히 일한 덕분에 약간 베네핏을 받은 느낌이에요. 중간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6년 동안 공백기가 있었어요. 그래도 20~30대에 많은 작품을 하면서 열심히 달려온 덕분에, 6년이란 긴 시간에도 잊히지 않고 다시 활동할 수 있지 않나 싶어요.   원 숄더 톱과 티셔츠, 와이드 팬츠는 가격 미정, 모두 Dries Van Noten. 후프 이어링은 24만8천원, 레이어드한 실버 링과 골드 링은 가격 미정, 모두 Portrait Report. 크로스로 착용한 미니 사이즈 이지데 백은 3백만원대, 박스 백 형태의 트릭트랙 백은 1백만원대, 모두 Valextra. 리넨 트렌치코트는 99만8천원, Theory. 블라우스는 11만5천원, COS. 스몰 사이즈의 시리즈 S백은 3백만원대, Valextra. 구조적인 형태의 트렌치코트는 가격 미정, Alexander McQueen. PVC 펌프스는 97만원, Gianvito Rossi. 주얼 장식의 링은 27만5천원, 골드 링은 34만9천원, 실버 링은 32만9천원, 모두 Portrait Report. 스티치 디테일의 가죽 드레스와 셔츠, 이어링은 가격 미정, 모두 Givenchy. 매트한 질감으로 마무리된 스몰 사이즈 시리즈 S백은 3백만원대, Valextra. 체인 브로치가 돋보이는 재킷은 1백5만원, Black Comme des Garçons. 투 톤으로 완성된 스몰 사이즈 시리즈 S백은 3백만원대, Valextra. 소매가 탈착 가능한 트렌치코트는 가격 미정, Eudon Choi. 드레스는 88만원, Lemaire. 후프 이어링은 11만9천원, Mzuu. 사랑받은 여러 작품 중에서 배우로서 특히 의미 있는 작품을 꼽는다면 20대 때 가장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했던 작품이 <프로포즈>예요. 이렇게 저렇게 해야지 크게 고민하지 않고, 그냥 대사만 외워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연기했어요. 가장 즐겁게 했고 가장 사랑도 많이 받은 작품이에요. 너무 고심하지 않고 신에 따라, 감정에 따라 연기할 때 나다운 면이 나오는 것 같아요. 최근에 만난 작품 중에는 <품위있는 그녀>가 그랬어요. ‘우아진’은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지금의 내가 처한 상항과 비슷한 점이 많았기에, 내 성격 그대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어떤 분야든 여성이 20년 넘는 커리어를 갖기란 쉽지 않죠. 더욱이 정상에서 변함없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요 대중에게 솔직한 점? 저는 사람들 눈에 들거나 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말이나 행동을 꾸미는 편은 아니에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진실, 솔직함인 것 같아요. 제가 예전부터 보여준 모습에서 나이만 먹었지, 다르게 변한 건 아니잖아요. 쭉  한결같은 모습을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는 것 같아요. 한 시절을 공유한 스타가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요 애초에 저에 대한 기대감이 그리 높지 않아서 그래요(웃음). 열애설이 나도 저다운 거, 약간 사고를 쳐도 저다운 걸로 받아들여 준 것 같아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그래요. 너무 좋은 이미지만 보여주지 말라고. 예전에는 웃고 넘어갔을 조그마한 실수도 요즘은 크게 번지곤 하잖아요. 말 한 마디 잘못했다고 그 사람 인성을 통틀어 매도하기도 하니까. 그런 면에선 인터넷 없는 90년대가 좋았던 시절 같아요.   최근작인 <나인룸>을 보면서 김희선이란 배우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나인룸>은 안 해봤던 장르라 욕심이 났어요. 도전하고 싶다는 느낌을 오랜만에 받은 작품이에요. 김해숙 선생님이랑 함께한다는 자체가 너무 좋았고, 마치 파트너나 라이벌처럼 서로의 모습을 잘 관찰하면서 재미있게 연기했어요. <나인룸>을 통해 얻은 것은 사람들이 알고 있던 저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바뀌었다는 점. 전보다 훨씬 폭넓은 캐릭터가 들어와서 깜짝 놀랐어요. 작품이 아주 크게 흥행한 건 아니라서 의기소침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걸 보고 ‘다 잃지는 않았구나’ 내심 스스로 위로했어요.   다음에 도전해 보고 싶은 건 뭔가요 작품을 고르는 데 점점 더 신중하게 돼요. 여태껏 쌓아온 세월이 있어서 사람들이 저한테 기대하는 점도 있고, 스스로 바라는 것도 많으니까 더 겁이 나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캐릭터만 좋으면, 감독님만 좋으면 그냥 했는데, 지금은 사회적인 반응도 생각해야 하고, 딸아이가 봤을 때 창피하지 않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기우가 많아져요. 어떤 때는 좀 지르는 면도 필요한데, 너무 쓸데없는 생각이 많아지니까 요즘은 그걸 버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고민을 떨치거나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라면 지금은 즐길 수 있는 취미가 다양하잖아요. 제가 한창 일할 때만 해도,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몇 가지 없었어요. 스포츠 센터도 늦게까지 열지 않고, 여행을 가기엔 늘 시간이 부족했어요. 술 한 잔 마시고 집에 가서 푹 자는 거? 그거 말고는 별것 없었어요. 핑계를 대자면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거죠(웃음). 요즘에는 아이 재우고 남편이랑 영화 한 편 보면, 그걸로 너무 감사해요.   쉬는 동안 재미나게 본 영화나 드라마가 있나요 요즘 사람들이 본다 하는 ‘미드’는 한 번씩 다 본 편이에요. <왕좌의 게임> <브레이킹 배드>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등등. 보다가 재미없어서 중간중간 포기한 것도 많고요. 갑자기 ‘실화’에 꽂혀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을 쭉 찾아보기도 했어요. 어제는 가족과 함께 극장에서 <알라딘>을 봤어요. 과거에 만화로 봤던 익숙한 주제가가 나오니까 저도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지더라고요. 아이를 위해 간 거였는데 제가 더 ‘힐링’받고 왔어요. 계속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고 온종일 기분이 좋더라고요.   일이든 개인적인 삶에서든 가장 잘한 ‘선택’을 꼽는다면 결혼을 제 나이에 한 것? 남편이랑 연애 8개월 만에 결혼했거든요. 2월에 만나서 10월에 결혼했어요. 뭣 모르고 그냥 ‘이 사람이다’ 했을 때 저지른 거죠. 아버지가 지난해 말에 돌아가셨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만일 제가 혼자 상주 노릇을 했으면, 보는 엄마도 가는 아빠도 더 힘들었을 것 같다는. 그래도 제가 결혼을 빨리 해서 아들 같은 사위도 있고, 토끼 같은 손녀를 보여드린 게, 제일 잘한 일 같아요.   인생 선배로서 딸이 어떤 삶을 살길 바라나요 어느 날 딸아이가 저한테 그래요. “엄마는 내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소확행’ 하길 바래? 아니면 엄마처럼 유명한 사람이 되길 원해?” 그래서 나는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뭘 하든 남 말에 여기저기 휘둘리지 않고, 인생을 소신 있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오늘을 사는 젊은 세대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열심히 일할 수 있을 때 일하는 게, 나중에 보상받는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요즘 너무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인생 뭐 있어, 인생 한 번뿐인데’ 하고 즉흥적인 기분으로 사는 친구들도 있잖아요. 저는 그 한 번뿐인 인생을 제대로 살고 싶거든요. 지금 하는 일이 좀 지루하고 힘들어도, 참고 하다 보면 꼭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너무 나이 든 사람 얘기 같은가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