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스타일 트렌드 '캠프 패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프린스, 프레디 머큐리, 데이비드 보위의 익살스럽고 파격적인 캠프 스타일이 다시 음악과 패션 신에서 떠오르고 있다. | 스타일,트렌드,캠프 문화,캠프 패션,패션

    캠프(Camp)를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는 ‘과시적인, 과장된, 가장된, 연극조의, 여성적인 혹은 동성애적인’ 것으로 정의한다. 명사로서 캠프는 그런 행동과 매너 혹은 그런 행동과 매너를 보이는 남성을 가리킨다. 데이비드 보위와 프린스야말로 인종 차별, 여성 혐오, 성소수자 이슈가 ‘패셔너블’ 영역에 진입하기 전부터 캠프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킨 대표 인물이다. 팝 음악과 캠프의 조합은 마치 스콘과 잼, 피시 앤 칩 같은 궁합을 이룬다. 올해는 특히 캠프 관련 이벤트가 풍부한 해다. 지난 1월에는 런던에서 뮤지컬 <9시에서 5시까지 9 to 5> 오프닝 공연이 있었다. 이는 1980년 돌리 파튼, 제인 폰더, 릴리 톰린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또 카일리 미노그가 글래스턴베리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보다 더 캠프적인 장면이 어디 있겠는가? 그 외에도 이어스 앤 이어스의 올리 알렉산더(헤어와 손톱에 주목할 것!), 자넬 모네가 캠프적 장면을 연출했다. 자넬 모네는 싱글 ‘PYNK’ 뮤직비디오 속에서 입술 모양의 밝은 핑크색 바지를 입고, 그와 비슷한 옷차림의 댄서들과 함께 사막 한가운데서 춤춘다. 이런 현상은 음악 신에서만 두드러지는 게 아니다. 캠프를 한결같은 삶의 방식으로 삼아온 이들에게 올해 캠프가 ‘패셔너블’하게 소개될 예정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5월에 예정된 <캠프: 패션에 대한 노트 Camp: Notes on Fashion> 전시회는 항상 문화 주변부에서만 꽃피웠던 캠프 문화에 시선을 집중시킬 대표적인 행사다. 1964년 화제가 된 페미니스트 작가, 수전 손탁의 에세이 <캠프에 대한 노트 Notes on Camp>에서 그녀는 캠프를 ‘비정상에 대한 사랑, 인위적인 것에 대한 사랑, 과장에 대한 사랑, 콘텐츠의 소비로 탄생하는 스타일’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멜라니아 트럼프가 피스 헬멧(Pith Helmet)을 쓰고 나이로비를 방문하는 오늘날 이 표현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전시회의 큐레이터 앤드루 볼턴은 “흔히들 의미 없고 요란스러운 치장 정도로 치부해 버리는 이 트렌드는 문화적 담론에서 다룰 필요가 있어 보여요. 사실은 아주 세련되고 강력한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고, 특히 소외된 문화에서 더욱 효과적이죠”라고 말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거의 무엇이든 캠프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 캠프의 묘미다. 도널드 트럼프와 멜라니아 트럼프는? 캠프다. 다이애나 왕세자빈은? 캠프다. 레이디 가가는? 캠프. <스타 이즈 본>에 출연한 레이디 가가는? 캠프는 아니다. 마거릿 대처는? 캠프. 카니예 웨스트는? 누구보다 캠프. 킴 카다시언은? 캠프의 정점. 비욘세는? 캠프. 영화 <더 페이버릿>은? <프리실라> 이후로 유일한 캠프적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최고의 캠프 아이콘을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캠프는 아니다. 전 <아메리칸 아이돌> 우승자 애덤 램버트에게도 프레디는 최고의 캠프 아이콘임이 틀림없다. 그는 2014년에서 2018년 사이 퀸과 함께 투어 공연을 했다. “자신을 완전히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프레디는 가사를 쓰거나 특정 음악 장르를 차용하며 자신의 캠프 감성을 반영했어요. 연극조의 과장된 매너로 공연했고 파격적인 옷차림을 선보이기도 했죠. 발레 유니타드, 매니큐어, 눈 화장, 왕관과 왕족이 두를 법한 망토 등. 그 다음에는 가죽과 풀 비닐 패션에 그의 시그너처인 콧수염을 더해 초남성적인(Hyper-Masculine) 스타일을 선보였습니다. 어느 게이 바에서나 볼 수 있는 스타일이죠.”     2019 S/S 컬렉션에도 캠프에 대한 레퍼런스는 넘쳐난다. 마크 제이콥스, 발렌티노, 몰리 고다드 등이 선보인 거대한 드레스에서도 볼 수 있고 매티 보반, 리처드 말론, 리처드 퀸 등의 영국 디자이너들이 선보인 과장된 미학에서도 드러났다. 리처드 퀸은 화려하게 빛나는 플로럴 칵테일 드레스, 팔뚝을 뒤덮는 장갑으로 장식한 드롭 웨이스트 드레스(완전 캠프적)를 깃털 레이스(더더욱 캠프적)로 완성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보통 절제된 스타일을 선보이는 꼼 데 가르송의 레이 가와쿠보도 S/S 컬렉션 때 적은 쇼 노트에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캠프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대변하는, 깊이가 있으면서도 새로운 현상입니다. 그 깊이를 더욱 확장하고 진보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플로럴과 주름 장식, 호피무늬, 플라스틱 등을 총동원해 캠프로 점철된 컬렉션은 눈부시고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구현돼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아름다움을 제시했다. SNS만큼 캠프에게 무대를 내어주는 미디어도 없다. 각종 화려한 이모지나 ‘Shade’, ‘Yaaas’, ‘Qween’, ‘Executive Realness’ 같은 과장된 표현을 담은 캠프적 문구들이 이를 증명한다. 또 사람들이 자신의 가장 훌륭한 상태의 모습, 캐리커처화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과장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집착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오리 얼굴, 토끼 필터, 선글라스 너머로 흘려보는 시각 효과보다 캠프적인 것이 어디 있을까? 각자의 ‘퍼스널 브랜드’를 선보이는 방식에는 필연적으로 공연적인 요소가 있다. 특히 인스타그램은 은근함의 미덕이 별 효과를 못 보는 플랫폼이다. “인위적으로 꾸민 디지털 자아라는 개념 자체에 캠프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리처드 말론이 말한다. “현재 이 캠프의 유행은 사람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감소한 데서 기인하는 걸지도 몰라요. 그래서 과한 비주얼적 자극이 필요한 것 아닐까요? 이는 틀림없이 캠프적 비주얼을 촉진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캠프를 좋지 않은 취향으로 치부하지는 않겠습니다. 취향이라는 것은 100% 개인에게 달린 것인데 ‘좋은 취향’이나 ‘별로인 취향’으로 결정해 버리는 걸 보면 매번 실망스러워요. 이것이 결과적으로 정체성의 균질화라는 결과를 낳아버렸으니까요. 기존에 수용된 것과 수용되지 못한 것들 사이에서 실험하는 것은 재미있어요. 그리고 그것이 바로 캠프가 지니는 의미이자 의의죠.”   패션은 코스튬과 가장을 둘러싼 개념인 만큼 지극히 ‘캠프’적일 수밖에 없다. 과장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집착하는 SNS는 캠프의 성공을 부추기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플랫폼만의 ‘인스타그램 친화적’ 패션 장르를 창조했다는 점은 충분히 입증됐다. 이것이 구찌의 갑작스러운 성공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키치하고도 양식화된, 고도로 컬러플한 미학이 인스타그램에서 제대로 효과를 본 것은 확실하며, 이는 매출에도 괜찮은 영향을 미쳤다. 미켈레는 가령 돌리 파튼 이미지가 프린트된 재킷이 인스타그래머블하기도 하지만 캠프적이라는 점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구찌는 밈(Meme)에도 최적화된 브랜드다. 2018 A/W 쇼에서 모델들이 잘린 머리를 들고 나타난 이후 얼마나 많은 패러디와 GIF가 휩쓸었는지 돌이켜보자. 패션은 코스튬과 가장을 둘러싼 개념인 만큼 타고난 성질상 캠프일 수밖에 없다. 패션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이 그 빛나는 피라미드의 정점을 찍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그가 모스키노를 지휘하게 된 이후로 말이다. 스콧은 모스키노의 2014 A/W 컬렉션 테마를 미국의 정크 문화에서 따왔는데, 그야말로 바비인형의 꿈의 옷장을 완성했을 뿐 아니라 가장 아이코닉하고도 캠프적인 스마트폰 케이스라 해도 과언이 아닌, 맥도날드 감자튀김 상자를 닮은 폰 케이스를 내놓기도 했다. 제레미 스콧은 2019 A/W 컬렉션은 더욱 캠프적인 컬렉션이 될 것이라 말한다. “제 커리어상 제가 만들어본 가장 캠프적인 컬렉션이 될 겁니다. 런웨이에 서커스를 가져다놓은 사람이 하는 말이니 알 만하죠? 저에게 캠프란 유머와 팝 문화를 적절히 섞고, 럭셔리와 하이패션을 패러디하는 것입니다.” 스콧이 말한다. ‘캠프’라는 컨셉트를 해석하는 범위가 꽤 포괄적임을 감안하면 그 컨셉트를 구현하는 주체는 누가 혹은 무엇이 되어야 할지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하지만 캠프 패션이 부활한 이유가 뭐가 됐든, 대서양 양쪽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만연한 이 시기에 유쾌한 무언가가 절실히 필요함은 신 또한 알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