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훌륭한 조언자의 리얼 카운슬링

밤새워 끙끙대봤자 다음 날 아무것도 변한 게 없을 거라는 거, 잘 알고 있잖아요. 그럴 땐 훌륭한 조언자의 말 한 마디가 더욱 절실한 법이죠. 경험으로 얻은 교훈만큼 진리인 것도 없어요. <엘르걸>이 자랑하는 네 명의 카운슬러, 그들의 리얼 카운슬링.

프로필 by ELLE 2010.07.13


Q 모든 일에 예민해지는 요즘, 하다못해 맛없고 비싸기만 한 밥 한 끼에도 화가 치밀어요. 꼭 사고 싶은 것이 있는데 카드를 긁었더니 ‘잔액 부족’이 나오면 말할 것도 없죠. 명품 백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스트레스 풀 마땅한 대안도 못 찾겠어요. 남자친구요? 애인 있다고 만날 좋은 것만은 아니잖아요. 이제 20대 중반, 서서히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지금의 나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아요. 하루살이처럼요. 심신을 다스리는 법 좀 알려주세요.

A고민이 뭐지요? 잔액 부족? 남자 친구가 없어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아, 그거였군요. ‘모든 일에 대한 예민함’. ‘답 없는’ 대표 고민이군요. 솔직히 탁 까놓고 말씀드릴게요. 님의 문제는 고민 같지도 않은 걸 고민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자, 캔디의 커다란 눈망울을 떠올려봐요. “돈 없어도 남친 없어도 나는 괜찮아.” 그러면 평온한 당신의 일상이 제대로 보일 겁니다. 그저 맘 맞는 친구와 ‘이 봄’을 느끼며, 와인 한잔 나누세요. 단 불평불만 절대로 늘어놓지 말기!
김윤경·독립 칼럼니스트, <영애씨, 문제는 남자가 아니야> 저자

A 진지하게 답하겠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심신 못 다스립니다. 누구나 타고나는 게 있어요. 그런데 그게 뭐? 그게 왜 문젠데? 우리 꼭 행복해야 해요? 당신은 그렇게 생겨먹었잖아. 그걸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요. 당신 삶 안에서 당신은 이미 모든 걸 가졌어요. 그러니까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처럼 행동하며 살아요. 몸과 마음은 다스리는 게 아니라 다스려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하루살이도 그 하루 동안에 기분 좋은 순간이 분명 있을 거라고요. “삶은 그 자체로 목적”이라고 이소룡이 말했어요.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고.
이우성·<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피처 디렉터

A 하루살이 같은 권태감에 시달릴 때 사람들은 흔히들 근사한 여행지로 떠납니다. 아니면 일주일 내내 풀가동을 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새로운 취미를 만들어 몰두하는 것으로 권태에 빠질 틈을 주지 않는 방법을 택하기도 합니다. 모두가 사랑하는 방법인 여행은 돈이랑 시간을 따로 내야 하는데 한도 초과 카드가 있다니 그것도 힘들 테고, 바쁘게 사는 것 역시 지친 몸과 마음을 더 혹사시키는 역효과가 있어요. 당장 실체 없는 대상과의 비교부터 멈추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볼 시간을 자주 가져보세요. 지금이 아닌 언젠가를, 여기가 아닌 어딘가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은 현실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류한마담· 칼럼니스트, <그녀들은 왜 점집에 갔을까> 저자

A 요는 마음의 평화지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이런저런 스트레스들이 마음의 평화를 깨뜨리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행복은 노력을 통해 옵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해요.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가령 원하는 만큼 돈이 없어서 행복하지 않다면 돈을 벌려고 노력하는 것도 방법이겠고, 적은 돈으로 만족하는 마음을 갖는 것도 방법이지요. 내 얼굴의 잡티가 나를 미치게 한다면 병원엘 가든 무슨 수를 쓰더라도 지워버리든가, 아니면 그런 작은 것에 신경 쓰지 않는 자신을 만들어 가야 하죠. 중요한 것은 항상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내린 그 결정이 나 자신을 기쁘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석원·뮤지션(언니네 이발관)



Q 남자들한테 정말 궁금한 게 있어요. 여자들은 친구로서 남자와 일대일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상황을 팩트 그대로 받아들이거든요. 그런데 남자들은 안 그런 것 같아요. 왜, 꼭 일대일로 만나면 마지막 순간에 남자들은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걸까요? 남자들은 호감 없는 여자는 친구로도 안 둔다는 말, 정말인가요?

A ‘남자의 단순함은 아메바보다 한 수 위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대충 남자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겁니다. 남자들은 여자를 볼 때 다양한 시각으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그저 딱 하나의 기준이 존재합니다. “여자냐, 아니냐.” 여자로서의 호감 없이는 그 어떤 접선도 시도하지 않는 게 남자입니다. 그렇다고 님에게 연락하는 모든 남자들이 다 님을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여자에도 다양한 층위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가령 대화만 나누고 싶은 여자, 원나이트 하고 싶은 여자, 조언을 구하고 싶은 여자, 꿈속에서 상상하면 좋을 것 같은 여자, 이탤리언 요리를 함께 먹고 싶은 여자 등등이요. 그리고 참고로 전 ‘여자’인데요, 남자랑 여자랑 만나면서 100퍼센트 아무 감정 없다는 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 한번 님도 잘 생각해보세요. 그 남자랑 술 마실 때 정말, 아무 감정 없으셨어요? 1퍼센트도요?
김윤경·독립 칼럼니스트, <영애씨, 문제는 남자가 아니야> 저자

A 남자들은 일대일이고 일대백이고, 이런 거 몰라요. 기회 있으면 무조건 들이대죠. 일대일일 때는 경쟁자가 없으니 더 좋은 기회잖아요. 그리고 남자들이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착각이에요. 일대일로 밥 먹는다면 당연히 여자가 자기한테 관심 있는 줄 알겠죠. 하물며 술은, 흐흐. 웃음의 의미가 뭔지 알죠? 접근을 왜 하냐고 물었는데 답은 너무 빤하잖아요. 싫지 않으니까. 이건 좋아하니까와는 달라요. 남자는 싫지만 않으면 여자를 만나요. 다만 전혀 관심 없는 여자하고는 절대 일대일로 밥을 먹지 않아요. 그러니까 당신이 최악은 아니라는 거예요. 그리고 이런 질문은 말이죠, 살짝 잘난 척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그 남자가 당신에게 관심 보이니까 기분이 나쁘진 않죠? 근데 좋아할 거 없어요. 말했잖아요, 안 좋아도 만날 수 있다고. 싫지만 않다면. 남자가 오래 굶주렸다면 여간해선 당신이 싫지 않을걸요. 제가 너무 식욕 떨어지게 얘기했나요?
이우성·<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피처 디렉터

A 질문을 읽으면서 ‘으응? 호감 없는 사람을 친구로 왜 둬? 왜 그런 스트레스를 자처하지?’라고 갸웃댔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말하는 저는 고추 달린 생물이 아닙니다. 이건 남녀를 떠나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분류를 해야 하는 부분 아닐까요. 호감 없는 사람과 친구를 할 수 있는 대인배가 몇이나 되는지 되레 궁금해지네요. 왜 꼭 일대일로 만나면 마지막 순간에 남자들은 이성적으로 접근하느냐는 질문에도 역시 물음표를 던져봅니다. 단둘이 만나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는 상황 자체는 상대와의 교감을 제대로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 맞아요. 그런데 그 기회를 어떻게든 활용해야 한다고 의무감을 느끼고 행동하는 것은 남자의 몫이 아니라 호감을 더 많이 느끼는 사람의 몫 같은데요? 남자를 탓하지 말아요. 남자들과 일대일로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 흑심이 모락모락 피어나서 들이댈 여지를 무한 제공하는 저같이 쉬운 여자들도 많이 있답니다. 정 그런 것이 싫다면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거나, 만나더라도 여지를 주지 않도록 철가면을 쓰는 수밖에.
류한마담·칼럼니스트, <그녀들은 왜 점집에 갔을까> 저자

A 이 문제는 남자들한테 물어볼 것이 아니라 조물주에게 따져야 하는 문제 같습니다. 대체로 남자들은 꼭 사귀길 원하지 않더라도, 이성으로서 호감이 가지 않는 여자를 친구로 두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죠. 그래서 왜 그래야만 하느냐고 묻는 것일 테고요. 그런데 이건 남자인 제가 생각해봐도 정말 모르겠어요. 남자들이 대체로 그러는 건 알겠는데 저는 또 안 그렇거든요. 그래서 뭐든 일반화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볼 땐 남자가 모든 여자를 여자로만 보는 것이 문제라기보다는, 남자와 여자가 생물학적으로 정신적으로 모든 면에서 다른데 여자 쪽에서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 아쉬워요. 여자분들은 남자가 친구로서 좋고 의지가 되면 자신의 동성친구처럼 관계를 유지하려는 욕심이 있지요. 하지만 그렇게 되긴 쉽지 않아요. 남자들은 호감 없는 여자는 친구로도 안 둔다? 역시 그것도 성급한 일반화에 해당하는 오
류겠지요. 많은 남자가 그런 건 사실이지만.
이석원·뮤지션(언니네 이발관)



Q 이직한 지 한 달이 되어가는 스물여섯 여자입니다. 성격상 항상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민감한 편이에요. 그래서 새로운 조직과 환경에 적응해야 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직장 경험이 있지만 좀 더 규모가 큰 회사로 옮겼더니 항상 평가받는 느낌 때문인 것 같아요. 남들의 반응에 따라 긴장이 늘 저를 따라다녀요. 좀 더 대범하게 직장생활 하는 법, 없을까요?

A 아이고, 반갑습니다. 많이 힘드시지요? 제가 딱 님과 같은 상황에 처했더랍니다. 저도 ‘최고’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한 다스 이상 모인 조직에서 ‘무언가 평가받는’ 기분 때문에 애면글면하다가 한의사에게 찾아가 ‘막힌 기 좀 뚫어달라’고 청원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의사가 대뜸 저한테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그렇게 힘들면서 왜 다니려고 하는 거죠? 뭐가 두려우십니까?” 관둘 용기도 절대 떠오르지 않고요. 님이 처한 상황의 최고 극복 기술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식의 ‘자기애’입니다. 조직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민하는 대신에 내가 이 조직에 필요한 이유를 스스로에게 주입하세요. 좀 뻔뻔해도 괜찮습니다. 처음엔 사람들이 “뭘 믿고 그리 당당해?” 비꼬아 말하다가도, 나중엔 “정말 그런가?” 차차 인정하다가, 종국엔 그런 당신을 부러워하게 될 겁니다. 자기 잘난 맛에 산다는 표현 아시지요? 조직생활에서 필요한 것은 배려와 겸손, 융통성뿐만이 아닙니다. 더욱이 규모가 ‘큰’ 조직이라면 철통수비의 ‘자기애’가 더 약발이 잘 든답니다.
김윤경·독립 칼럼니스트, <영애씨, 문제는 남자가 아니야> 저자

A 대범하다는 감정의 정체를 가만 생각해봐요.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러는 게 절대 아니에요.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자신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거 정말 위태로운 거예요. 상사가 혼내는데 대범하게 할 말 다 해봐요. 결국 조용히 짐 싸게 돼요. “나는 거추장스러운 것은 깡그리 쓸어버렸다.” 칭기즈칸이 말했어요. 후회 안 할 자신 있다면 마음에 안 드는 선배의 뒤통수를 전력으로 후려치세요. 후련해질 거예요. 문제는 너무 후련해서 찬바람이 마구 드나든다는 거. 자, 정말 중요한 건 이런 거 같아요. 자신감을 갖는 것. 대범하지 않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자신감이 없다는 게 문제예요. 확신에 차 있는 사람은 눈빛, 목소리, 제스처 뭐 이런 것들이 다르잖아요. 확신을 가지세요. 당신은 뛰어나요. ‘얼짱’에다 ‘몸짱’이에요. 나만큼은 아니지만. 그런데…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요. 살아 있다는 자체로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요즘은 해요. 우리는 살아 있잖아요.
이우성·<데이즈드 앤 컨퓨즈드> 피처 디렉터

A 일단 평가에 민감한 성격이라는 것은, 당신이 남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책임감을 느끼는 성실한 사람이라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그런 사람을 뽑았다는 것은, 행운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직이라는 상황이 당신을 더 민감하게 만들 거예요. 평가에 민감할수록 실수는 더 잦아지고, 만회하려고 무리하다 보면 더 큰 실수를 낳기 쉬워요. 회사에서 남몰래 또 이력서 쓸래요? 지금 이 상황에서 필요한 건 대범함이 아니라 편안함입니다. 대범하게 회사생활 하는 사람은 사장 말고 없을걸요. 그러니 마음 편하게 가지세요. 이것은 이직을 감행한 당신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프로젝트이자 미션이기도 합니다. 큰 회사 좋은 게 뭡니까, 당장 실수를 해도 당신을 막아줄 다른 사람이 있는 조직이잖아요. 이 점을 잊지 마세요. 원래 직장생활은 평가의 연속입니다. 쪽지시험 몇 번 망쳤다고 기말고사 망치라는 법은 없잖아요.
류한마담·칼럼니스트, <그녀들은 왜 점집에 갔을까> 저자

A 소심한 사람에게 대범해지는 법을 물어보시니 난감합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쓴다는 문제는 스스로에게 화를 한 번 크게 내보는 방법이 좋더라고요. 왜 나는 남의 시선에 이토록 휘둘리고 많은 신경을 쓰는 걸까. 그런 자신에게 짜증을 내보는 거예요. 그 다음 나를 위축시키고 평가하는 사람들을 조목조목 리스트에 올려놓고 따져보세요. 이 사람이 과연 나를 평가할 만한 사람인지를. 그럼 정말로 내가 신경 써야 할 만큼 대단한 사람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겁니다. 세상에 나를 제외한 타인은 모두 우주입니다. 그들은 거대한 눈으로 늘 나를 지켜보지요. 그러나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나 또한 다른 모든 이에게는 우주거든요. 우리 모두 속으로는 서로 눈치를 보고 신경 쓰며 산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석원·뮤지션(언니네 이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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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YOO JOO HEE
  • 사진: gettyIMAG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