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세계문학전집 리스트 | 엘르코리아 (ELLE KOREA)

판에 박힌 필독 리스트는 더 이상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한다. 책에 매혹당한 여섯 명의 독서가. 기억을 되짚게 하고, 일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들만의 ‘세계문학전집’ 리스트.::호기심,여행,모험,문학,서점,서재,도서관,독서,여가,휴식,엘르,엘르걸,엣진,elle.co.kr:: | ::호기심,여행,모험,문학,서점

지금도 여전히 여행과 모험을 동경한다어린 시절 서가에 꽃혀 있던 세계문학전집은 넘을 수 없는 마의 산이었다. 아버지는 말했다. 남자라면 을 읽어야 한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미래를 위해서라면 를 읽어야 한다고. 2차 성징을 일찍 끝낸 친구는 말했다. 어른이 되고 싶다면 을 읽으라고. 내가 최초로 꺼내 든 책은 서머셋 몸의 였다. 달이 좋았고, 6펜스라는 푼돈의 느낌이 좋았다. 무엇보다도 그 책은 모든 걸 버리고 태평양의 섬으로 숨어든 남자의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의 나는 고전이나 현대문학보다는 드물게 출간되는 기행문을 더 좋아하던 꼬마였다. 다 컸다고 취향이 달라지겠는가. 아래는 고전을 읽더라도 여행과 여정을 소재로 한 책들에 먼저 손이 가는 방랑벽 환자의 세계문학전집 리스트다. 마크 트웨인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트웨인의 연작을 아동용 문고판으로 읽었을 게다. 성인이 되어 다시 읽었더니 성인의 위선에 대한 따가운 풍자로 가득한 미국 문학의 진정한 걸작이었다. 이걸 어린 시절에 제대로 읽었더라면 뉴스에 나왔을지도 모른다. “시청자 여러분, 아홉 살 마산 소년이 낙동강 상류에서 뗏목을 탄 채 발견됐습니다”.생텍쥐페리의 생텍쥐페리가 어떻게 를 쓸 수 있었을까. 그게 궁금하다면 를 보면 된다. 괴테의 괴테가 1786년 9월부터 1788년 6월까지 이탈리아 여행 중 독일의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와 일기를 하나로 엮은 책이다. 시절이 변했어도 이탈리아는 변함이 없다. 이걸 읽고 이탈리아로 떠나도 좋을 만큼.조지 오웰의 와 의 조지 오웰은 직접 총을 들고 스페인 내전에 참여해 파시스트와 싸운 뒤 이 책을 썼다. 이걸 읽고 똑같이 해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 책은 내 속의 혁명가를 위한 대리만족 모험담이다.서머싯 몸의 중년의 런던 증권 브로커가 모든 걸 버리고 파리를 거쳐 태평양의 외딴 섬으로 기어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왜냐고? 화가가 되기 위해서다. 이 책은 화가가 되고 싶었던(그러나 부모님 반대로 미대에 원서도 내보지 못한) 내 청춘의 꿈이었다. 주인공이 문둥병에 눈이 먼 채 죽는다는 결말은 빼고.조셉 콘래드의 영화 의 원전인 이 책은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인간 마음속의 어둠에 대한 진중한 고백이다. 아주 어둡고, 무섭고, 소름 끼친다. 모든 여행이 해피엔딩은 아닌 것이다.잭 케루악의 비트 세대의 전설은 이미 끝났다. 하지만 를 읽으면 60년대 미국 젊은이처럼 배낭 하나 메고 길 위에 서고 싶다. 김도훈·기자문학은 인간의 마음으로 통한다나의 세계 문학은 모두 유년기의 독서 체험을 바탕으로 한다. 문학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세계 문학’이란 오로지 어린 시절에 접했던, 그야말로 ‘신기한 나라의 이야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언어와 종교를 초월하고 자연과 역사를 아우르는 문학의 자장에서 민족과 국가를, 하물며 우리나라와 세계를 구분하는 것은 무용한 일이다. 문학 내부의 세계는 만인 공통의 나라가 아니겠는가. 문학은 결국 인간의 마음으로 통하는 문(問/門)이므로. 이솝의 나에게 문학이 갖는 여백의 의미를 일깨워준 최초의 작품이다. 매 단편에 붙어 내용 이해를 돕는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성실과 정직이 표방하는 삶의 태도가 지닌 이기적인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루이스 캐럴 이분법적인 세계의 모순을 만나게 해준다. 여기에는 동전의 양면을 보라는 고리타분한 지침이 아닌, 동전의 양면을 동시에 볼 수 없는 의식의 한계를 상상력으로 넘어서는 쾌감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철학서가 아닐까. 세르반테스의 슬프도록 외로워 보이는 개인, 돈키호테는 어쩌면 너무나도 철저히 자신을 지키려고 했기에 광기 어린 인물의 대명사가 된 게 아닐까. 자유와 평등 같은 너무나도 당연한 조건들이 우자(愚者)의 지혜만 지향되는 세상의 아이러니를 만날 수 있다. 마크 트웨인의 선의의 거짓이 있듯이 악의 없는 꾀가 있다. 톰의 장난은 순수하므로 세상의 위선을 반영할 수 있다. 가식적인 세상에 맞서는 방식만큼은 가식이 아니어야 한다. 이로써 반성은 정반대의 자리에서만 시도할 수 있음을 배웠다. 헤르만 헤세의 삶의 조건이 가변적인 한, 성장은 무한 반복의 과정일 뿐 결코 완성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 작품. 싱클레어의 여린 영혼이 비단 어린이의 표상만은 아니다. 우리의 내면은 끊임없이 대립되는 것을 만나고 그것과 갈등하며 상처를 입는다. 마음은 상처를 극복하며 단련되지만 또 다른 적을 만나면 다시금 한없이 연약해지기 때문이다. 귄터 그라스의 신체적 성장이 중지된 인물을 내세워, 이데올로기의 굳건함에 비해 개인의 고투는 한없이 작은 움직임을 보여준다. “나는 북을 계속해서 칠 것이다. 그러나 기적 같은 것은 더 이상 요구하지 않으리라.”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면 개인은 모두 어리석은 고집쟁이가 되는가. 도스토옙프스키의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을 살게 하는 것은 일말의 믿음, 혹은 희망이라고 여기게 됐다. 종교나 사랑 같은 순도 높은 주제들을 표면적으로 다루면서 그 기저에 흐르는 인간 보편의 믿음에 대해 질문한다. 보편적 믿음이라니. 이것이 나의 희망일지도. 김나영·문학평론가 책이 주는 황홀한 경험을 믿는다한 권의 책은 그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는 믿음에서 우리는 독서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한 권의 훌륭한 책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은 아름다운 문장의 복도들로 드나드는 경험이다. 작가가 빚어낸 문장이라는 그 복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문득 저 혼자 남겨지는 공포 같은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때 그것은 경이에 가까운 감동이거나 공포에 가까운 환희일 확률이 크다. 책은 미지의 영역으로 탐사를 떠나는 가장 황홀한 경험들이다. 그 경험들을 살면서 놓치지 않으려는 자는 끝내 독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로베르토 볼라뇨의 볼라뇨의, 볼라뇨에 의한, 볼라뇨를 위한 작품. 당대의 어떤 대가들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남아메리카 작가, 죽기 전까지 가장 탁월한 유머와 시적 기질로 살다 간 그의 작품들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읽혀야 한다. 모리스 블랑쇼의 언어의 순정, 여백과 지워짐의 미학. 블랑쇼의 글을 읽지 않고 문학을 이야기 하는 것은 치욕에 가깝다. 테레야마 수우시의 전위와 일본 독립예술의 시초가 된 테레야마 수우시의 자전적 에세이를 볼 수 있다. 실험과 전위에 대해 우리가 오마주를 바치지 않을 수 없는 예술가의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유일하게 번역된 그의 책이기도 하다. 엠마 마젠타의 사랑이 밀려오는 무렵의 기상예보 ‘분홍주의보’. 엠마 마젠타의 독특한 그림과 시적 화법에 새로운 사랑의 계절을 느낄 수 있다. 세르반테스의 무모한 열정이 주는 무구한 감동!로버트 카파의 로버트 카파의 사진들에 관한 책. 그의 삶과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사진 속에 숨겨진 이야기에 닿게 된다.이준규의 한국 시단에서 누구보다 언어에 대한 민감한 자의식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이준규 시인의 첫 시집. 그의 언어에 대한 농밀한 자의식은 우리에게 현대시에서 고유성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김민정의 독특한 언어 사용과 개성 있는 화법으로 알려진 김민정 시인의 두 번째 시집. 2000년대 여성시의 진화를 보기 위해선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한다. 김경주·시인 이들의 작품은 50년 뒤 고전이 될 거다제임스 조이스의 가 발표될 때에는 그 작품이 50년 뒤에 고전으로 남게 될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앞으로 50년 뒤, 고전 명작 전집에 낄 것 같은 현존하는 작가들의 모던하고 쿨한 작품 컬렉션을 만들어봤다. 신통찮은 초짜 소설가의 예언이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진 마시길. 데이비드 미첼의 글로벌 시대에 맞는 작가를 단 한 명만 고르라면 데이비드 미첼을 선택하겠다. 은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엮어낸 작품. 캐릭터에 따른 문체의 변화도 기막히고 다 읽고 나면 꿈을 꾼 것같이 아련한 느낌도 오래 남는다.척 팔라닉의 미국 현대사회의 병리적인 현상을 마이너리티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힙합 리듬으로 펼쳐내면 바로 이런 책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패션 피플과 스릴러, 트랜스 섹슈얼이 뒤섞여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조나단 사프란 포어의 이 리스트에서 최연소 엄친아 작가지만 책의 깊이는 여느 노작가보다 깊다. 9·11때 잃은 아빠를 찾아가는 여정을 따뜻하고 포스트모던한 시각으로 보여준다. 21세기 소설만이 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의 효과적 방법을 보여주는 책.엠마누엘 카레르의 기르던 콧수염을 깎았는데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사실을 극한으로 밀고 나가면서 풀어내는 솜씨는 폴 오스터와 비견되지만 훨씬 감성적이다. 게다가 길이도 짧다. 마이조 오타로의 연애 소설이라는 장르를 파격적으로 뒤트는 연애 소설이다. 불치병에 걸린 여자친구를 간호하면서 소설을 쓰는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진정한 의미와, 소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탐구를 그야말로 격하게 풀어낸다. 마이클 셰이본의 역사 소설이자 성장 소설이고, 코믹 히어로가 등장하지만 끝없이 진지한 이 소설을 한마디로 정의하긴 어렵다. 마이클 셰이본의 최고 걸작.스티그 라르손의 죽음 자체가 신화가 되어버린 작가가 있다면 바로 그일 듯. 처녀작 출판을 앞두고 사고사를 당한 것이 너무 안타까울 정도로 ‘밀레니엄’ 시리즈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의 궁극을 달린다. 서진·소설가 이 책을 가져갈 수 있다면 지옥도 지옥이 아니다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 중 가히 ‘세계급’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두서없이 뽑고, 그 중에서 나에게 영향을 준 정도의 순으로 아홉 권을 골랐다. 세계문학전집이란 주제에 걸맞게 전체를 관통하는 맥락과 기준 그리고 지역 안배에 신경을 써야 옳지만, 이런 것들은 염두에 두지 않았다. 나는 편협한 독서가다. 피에르 르베르디의 이 시집은 한 선배 시인에게 선물로 받았는데 겨울밤에 걸으며 읽기 시작해 2시간 동안 거리에 서서 다 읽었다. 움직이면 감정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외젠 이오네스코의 이오네스코의 희곡은 나를 외롭게 한다. 역설과 어조가 주는 힘이 이렇게 절절할 수 있다니. 벽을 마주한 것 같았다. 모리스 블랑쇼의 이 책은 우아하고 의로운 작가 모리스 블랑쇼의 사상에 대해 알 수 있는 책이다. 나는 그의 사상에 별로 동의하지 않지만 그가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알베르 카뮈의 카뮈의 전집 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책이다. 젊은 시절에 쓴, 어떤 면에선 거칠고 모호한 이 글 안에 이후의 대작들이 잉태돼 있다. 젊은 카뮈는 망각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그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든다. 망각이 없다면 위대한 예술도 없다. 권영옥의 이나 못지않게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김종삼은 서정주나 김수영보다 이성적인 시인은 아니다. 그는 직관에 의지해서 시를 썼다. 그래서 더 자유로웠다. 다니카와 순타로의 일본의 국민 시인 다니카와 순타로의 시집이다. 그의 천진난만한 시들은 전후 일본 국민의 우울한 정서를 위로했다. 토마스 만의 토마스 만은 문장과 구성의 치밀함을 극단으로 몰고 간다. 손창섭의 그의 글은 언제나 아프다. 그는 시대를 앞서서 아파했다. 책을 읽으며 우는 일은 거의 없는데 그의 글은 읽으면 늘 쓸쓸하다. 클레르 카시티용의 이 책은 이성이 상상력을 억압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한다. 천국에 갈 때도 이 아홉 권은 들고 가고 싶다. 지옥에 가더라도 이 아홉 권을 들고 갈 수 있다면, 거긴 지옥이 아니다.이우성· 피처 디렉터두 번 읽고 싶은 책들을 소개한다세계문학이란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의 문학을 말하는 것일 텐데, 아쉽게도 영미권이나 유럽권, 일본의 작품들 말고는 그다지 접할 기회가 없다. 따라서 본인의 다소 편중된 독서기록 중에서 두 번 이상 읽은 책들을 소개한다. 알랭 로브-그리예의 제목과 내용과 형식이 일치할 수밖에 없는 소설. 객관적인 시선이란 불가능하며 객관적인 세계에 대한 믿음은 허망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이 소설을 요약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아내를 좇는 화자의 집요한 시선을 직접 따라가야 한다.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불가해한 세계와 불가사의한 사랑에 대한 마술적인 이야기. 시에르바 마리아의 포도를 먹는 꿈에 대한 이야기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았다.보리스 비앙의 누군가는 을 가장 비통한 연애 소설이라 말하기도 했다. 왼쪽 폐에서 수련이 피어나 죽어가는 연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사람과 그 둘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파스칼 키냐르의 사랑으로 인해 스스로의 얼굴이 판화의 밑그림이 되어버린 판화가의 이야기.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로, 롤라, 롤리첸, 돌로레스…. 험버트가 부르는 수많은 이름들처럼 롤리타의 실체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장면들을 부유하는 언어유희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을 갖고자 하는 욕망을 구성한다.존 쿠시의 를 다시 쓴 존 쿠시의 작품. 원작과는 달리 수잔 바턴이라는 여성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식민주의, 페미니즘과 같은 반복적인 화두 아래 ‘이야기 혹은 글쓰기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함께.윌리엄 포크너의 현대소설에 등장하는 마녀는 옛이야기에서와 달리 화형당하지 않는다. 마녀의 운명이 어떻게 전도되는지 보라. 이탈로 칼비노의 , 을 쓴 이탈로 칼비노의 작품. 우주적인 상상력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단편 선물 세트.크리스토프 바타유의 “세계는 텅 빈 조가비였다” 따위의 시적인 문장들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혹적인 독서 경험이 가능하다. 뜨겁고 나른한 대기 속에 던져진 백인 성직자들의 체험 삶의 현장.한유주·소설가* 자세한 내용은 엘르걸 본지 5월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