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훈의 호기심 || 엘르코리아 (ELLE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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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훈의 호기심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훅'하고 시야에 들어온 기도훈.

ELLE BY ELLE 2020.09.07
 
크림 컬러의 프린트 톱과 팬츠, 슈즈는 모두 Valentino.

크림 컬러의 프린트 톱과 팬츠, 슈즈는 모두 Valentino.

지난 3월부터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효신으로 살고 있어요. 총 100회인 만큼 이제 촬영장에 가는 게 일상이 되지 않았을까요 시간이 정신없이 흐르고 있어요. 익숙해진다고 해서 일상이 규칙적이거나 여유가 생기지는 않더라고요. 그래도 잘해내고 싶어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에요.그게 중요한 것 같아서요.
 
평범한 10대를 보내진 않았을 것 같아요. 키만 커도 아이들 사이에서 항상 눈에 띄기 마련이니까요 키는 항상 큰 편이었어요. 농구를 했기 때문에 키가 큰 게 당연하기도 했고요. 모두 머리를 빡빡 밀고 미에 대한 기준이 없는 남자 중학교를 다녀서인지 외모로 눈에 띌 일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모델이 되겠다고 서울로 온 이후에야 내가 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죠. 다들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는데 저는 운동을 했던 모델 지망생이었으니까요.
 
‘자아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배우가 되면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어요. 일찍 모델을 시작한 경험에서 비롯된 말일까요 실제로 캐릭터와 저를 분리하지 못해 힘들었던 적이 있어요. 〈아스달 연대기〉에서 침묵의 형벌을 받고 있는 ‘양차’를 연기했는데 무감각하게 사람을 죽이는 역할을 10개월가량 하다 보니 말이 없어지더라고요. 마스크까지 쓰고 있으니 실제 공간에서 나란 사람의 존재감이 점점 사라지는 게 느껴지면서 나중에는 ‘안녕하세요, 기도훈입니다’라고 한마디하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그 역할을 통해 얻은 것도 많지만 나를 잘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생각한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목적성이 강해요. 결정을 내리면 추진력을 가지고 밀어붙이는 집념이 있죠. 목표를 제외한 다른 요소를 잘 보지 못할 때도 있지만요.
 
그 추진력은 일 외의 일상에서도 발휘되나요 작은 일에도 남다른 승부욕이 발동하긴 해요. 그렇다고 ‘술부심’ 같은 걸 부리는 건 아닙니다(웃음).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4남매는 말 그대로 ‘한 번’ 다녀왔거나 결혼생활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처음 송가희(오윤아)와 러브 라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땠나요 저는 이 주제가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결혼생활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요.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는 말을 들었을 때 꼭 오디션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죠.
 
극중에서 가희와 효신은 아홉 살 차이예요. 유튜브 영상을 보면 두 사람을 응원하는 해외 팬의 댓글도 많더군요 나이도 차이가 나지만 가희는 열두 살짜리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보니 아직 실험적인 역할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잘해낼 수 있을까 겁도 많이 났고요. 지금도 계속 부딪히는 중이에요.
 
〈키스 먼저 할까요?〉로 호흡을 맞췄던 정다빈 씨는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수업〉으로 국내외적으로 주목받기도 했어요. 변화하는 환경에 대해 젊은 배우들은 어떤 이야기를 나누나요 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시장이 넓어진다는 걸 느낄 수밖에 없어요. 이게 배우에게 긍정적인 현상인지는 제가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아요. 주어진 현장에서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이에요.
옐로 코튼 셔츠와 타이는 모두 Polo Ralph Lau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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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 지내는 또래 배우는 같은 회사인 (임)윤아 누나, (임)시완 형까지 〈왕은 사랑한다〉 팀은 한 번씩 모이곤 해요. 촬영이 한창일 때는 아무래도 함께 출연 중인 배우들이 가장 가깝게 느껴지고요. 
 
‘언젠가 별자리와 관련된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4월 5일 생인데 양자리의 특징은 뭔가요 낙천적이며 구속받는 걸 싫어한다는 것. 항상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제 모습을 보면 맞는 것 같아요. 먹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도요! 맛있는 음식점이 많은 동네를 돌아다니는 게 좋더라고요. 
 
고향인 광주의 맛집을 물어봐도 되겠네요 ‘청원모밀’과 ‘영미오리탕’. 여기 가면 다 간 거라고 보면 돼요(웃음). 청원모밀은 1960년대부터 맥을 이어오고 있는 곳이고 영미오리탕은 된장을 기초로 한 오리탕이 특징이에요. 
 
자꾸 돌아다니는 이유는 뭔가요. 주변 상황을 관찰하거나 발견하는 걸 좋아하는지 그런 생각을 자주 하긴 해요. ‘왜 여기 화력발전소가 있지? KBS는 왜 여의도에 있고 미용실들은 왜 청담동에 있을까’ 같은 것요. 기본적으로 사람을 관찰하고 세상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긴 해요. 방송국 FD로도 일했고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특정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 특유의 반응, 공통적인 표정이나 태도가 보이더라고요. 
 
흥미롭네요. 그럼 배우들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주관적이 될 수밖에 없어서인지 그건 잘 모르겠네요. 워낙 개성이 또렷한 분이 많기도 하고요. 아, 본인 일에 자긍심을 갖고 순수하게 열정을 간직한 분들이 배우 선배님 중에 많은 것 같긴 해요. 저는 직책이나 성별을 막론하고 그런 모습을 가진 분들이 좋아 보이더라고요. 
 
본인도 그렇게 나이 들고 싶나요 아직 고민이에요. 어떤 사람이 되는 게 좋을지. 
 
배우는 연기력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주는 인상도 중요하잖아요. 내가 생각하는 내 장점은 제가 생각한 바를 확실하게 잘 전달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연기할 때 불안하면 그 의심이 전달되고, 확신을 갖고 임하면 또 그 감정이 전해지더라고요. 장점이자 단점일 수도 있겠네요. 
 
무사, 형사, 태권도 사범 등 몸을 쓰는 역할이 많았어요.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소화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다행히 액션 장면이나 몸 쓰는 연기는 습득이 빠른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점점 자신감도 붙고요. 반면 현장에서 펼쳐지는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 감정적인 연기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특히 멜로다운 멜로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얼마 전 이정은 선배님께서 “대면한 감정이 낯설고 어려우면 머리를 써서 연기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제가 정말 그런 면이 있더라고요. 마음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과거의 상처가 등장인물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설정으로 쓰이기도 하죠. 인생에서 경험했던 어려움들이 당신을 성장시켰나요 내가 가려는 방향이 어딘지, 어디로 자라고 싶은가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목표로 가는 과정에서 찾아온 시련이라면 감수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고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그 상황에 처한 시점에서는 판단을 내리기란 더 어려우니까요. 
 
흔히 지나고 나니까 다 도움이 되더라는 말도 하니까요 후회라는 감정이 괴롭기 때문에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에 ‘그래도 괜찮았어’라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기도 해요. 적어도 저는 그렇더라고요. 좋지 않은 경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긍정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기도훈에게 최근 기쁨을 준 소비가 있다면 평소 좋아하던 회사의 주식을 샀어요. 너무 현실적인 대답인가요? 그런데 정말 최근에 산 게 그것밖에 없어서요.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데님 팬츠는 Lev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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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사진 LESS
    에디터 이마루
    스타일리스트 KIM BEBE
    헤어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해인
    디자인 김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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