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의 플랫폼 쿤스트할레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인천부두도 아닌데 컨테이너 박스가 집적되어 있는 풍경에 호기심있게 쳐다보던 사람들도, 왁자지껄 흘러나오는 이야기 소리와 웃음 소리에 들어갈까 말까 고심하던 사람들도 이제 많이 줄었다. 논현동의 명소가 된 쿤스트할레. 무늬만 복합문화공간이 아니라 먹고 마시고 토론하고 감상하고 예술하는 곳. 서브 컬처의 플랫폼을 만나다. |

컨테이너로 만든 평등한 문화 광장흔히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하면 전시 보면서 밥 먹고, 차 마시면서 소품 살 수 있고, 공연 보면서 책 살 수 있는 곳인 경우가 많다. 한 곳에서 한 종류 이상의 소비를 할 수 있는 것을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하기에는 무리수가 있다 생각들면서도 '복합'이라고 하는데 딴지를 걸지 않았던 이유는 뭐 별 게 있겠나 싶어서. 하지만 주류문화가 간과하는 비판적 메시지와 문제의식을 담은 논쟁적인 작품들을 한데 모아놓고 같이 감상하고, 젊은 아티스트에게는 무상으로 작업할 공간을 열어주고, 커다란 광장에 우르르 몰려나온 사람들처럼 너나없이 평등한 토론을 나눌 수 있는 곳이 있다면? 28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얼기설기 쌓아놓은 것 같은 쿤스트할레 내부는 확 트인 광장 같다. 가변적인 공간은 평등하다. 그 안에는 권력도 권위도 없다. 메이저 예술이 잔뜩 힘 주고 진공관처럼 떠 있는 화이트큐브가 아니라 언제든지 너와 나의 위치가 뒤바뀔 수 있는 잠시 머무는 공간. 공간이 의미를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쿤스트할레의 배후에는 베를린에 근거를 둔 플래툰이라는 아트커뮤니케이션 그룹이 있다. 2000년 독일 베를린에 유럽본부를 설립하고 전 세계 3500명의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들의 불온한 의지가 서울에 상륙했던 것이 우연은 아니다. 플래툰 대표가 제2의 플랫폼을 찾아 일본을 향하던 중 들렀던 서울에서 정 많은 한국사람과 하루하루가 역동적인 서울의 일상에 그야말로 확 반했던 것. 서브 컬처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일본보다 가능성이 많은 한국에 더 큰 매력을 느꼈다고. 올해 4월에 문을 열었는데 벌써 트렌디세터의 즐겨찾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도 빈번히 찾는 서울의 명소가 되었다. 스티리트 아트, 클럽문화, 그래픽디자인, 비디오아트, 그라피티 등 분야의 경계를 두지 않는 다양한 작품들이 한 달에 한번씩 쇼케이스를 바꾼다. 인자한 웃음을 흘리고 있는 2MB 얼굴 아래 쓰여진 PSYCHO 굵은 글씨를 선명하게 뇌리에 남긴 손범영의 작품들은 잊을 수가 없다. 장서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라이브러리에 있는 책들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독립영화상영과 서울패션리포트 등 매번 재미난 기획들이 펼쳐지니 자주 찾지 않으면 궁금증이 든다. 금요일 밤에는 테크노와 그루브를 넘나드는 DJ 나이트가 펼쳐진다. 예상 외로 훌륭한 오리지널 독일음식까지. 이 정도면 복합문화공간이라 불러도 되겠지?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주류 예술가들에게도 서울의 비싼 임대료는 부담스럽다. 가난한 비주류 예술가들은 계속 싼 곳으로 떠밀려갈 수밖에 없다. 서울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동일한 현상이다. 그래서 밀려간 곳들이 다시 신선한 예술 창고로 새로운 주목을 받기도 한다. 쿤스트할레 2층에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실이 자리하고 있다. 이용료는 없다. 국내외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6개월 동안 작업할 수 있는 개인 공간을 마련해주고 완성된 작품은 쿤스트할레에서 전시할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는 박수미, 정크하우스, 매거진 킹이 활동하고 있다. 1층 거리를 향한 쇼케이스에는 매월 서브 컬처와 스트리트 아트를 기반으로 한 신선하고 주목할 만한 4개의 전시가 열린다. 작품이 바뀔 때마다 작가들은 대중과 만나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자세한 내용은 엘라서울 11월호 NO.21호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