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가진 미래 | 엘르코리아 (ELLE KOREA)

애플은 역사상 가장 큰 사이즈의 아이폰을 출시했다. 그 핵심은? ::애플파크, 스티브잡스, 스티브잡스시어터, 애플, XSMax, 팀쿡, 엘르, elle.co.kr:: | 애플파크,스티브잡스,스티브잡스시어터,애플,XSMax

팀 쿡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칩을 장착한 스마트폰”이라고 소개한 아이폰 XS와 아이폰 XS Max.시계가 할 수 있는 일을 재정의한 애플 워치 시리즈4.취재 열기가 뜨거운 핸즈-온 현장. 일렬로 늘어선 새로운 아이폰 시리즈.미국 애플 파크 스티브 잡스 시어터 앞. 정확히 1년 전, 같은 장소에 앉아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과연 여기서 무엇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기술적으로 더 갈 곳이 있긴 한가? 이건 아이폰뿐 아니라 현존하는 모든 스마트폰에 대한 의문이다. 이미 우리는 얼굴이나 지문 같은 생체 정보로 패스워드를 대신할 수 있게 됐고, 전면 디스플레이로 넷플릭스를 감상할 수 있으며, 전문 기기 없이 그저 스마트폰 하나로 4D 동영상과 각종 조명을 적용시킨 사진 촬영을 할 수 있지 않나. 더군다나 아이폰의 경우에는, 이미 지난해에 출시 10주년을 맞아 아이폰 X이라는 야심작을 출시한 터였다. 그래서 사실 올해가 더 궁금했다. ‘아이폰 X 다음에 무엇이 있겠느냐’는 다소 비아냥 섞인 의심과 ‘그래도 애플인데’라는, 이 자리에 온 사람이라면 의당 가질 수밖에 없는 기대감이 섞인 채. 드디어 약속된 오전 10시, 팀 쿡이 등장했다. 그의 첫 스피치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퍼스널(Personal)’이었다. 대충 세어봐도 열 번이 넘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는 개인에게 최적화된 컴퓨터를 제작합니다. 몇 년간의 노력 끝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중략) 데스크톱에서 시작한 퍼스널라이징 테크놀로지는 지금 아주 다양하고 사적인 방식으로 우리 삶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개인적인 디바이스 두 개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다소 지나친(그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자기애가 엿보이는 소개말의 주인공 중 하나는 예상했겠지만, 새로운 아이폰이다. 2018년의 아이폰은 무려 세 가지다. 아이폰 XS와 아이폰 XS Max 그리고 아이폰 XR. 분류하자면 아이폰 XS와 아이폰 XS Max는 플래그십 모델이고 옐로, 블루, 코럴 등 6가지 컬러로 주목받은 아이폰 XR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보급형 모델이다. 일종의 세대교체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아이폰 뒤에 숫자가 붙던 시대는 끝났다. 그동안 아이폰의 자랑이던 터치 ID와 함께. 아이폰 X까지 포함해서 세 가지 모델에 모두 페이스 ID가 적용된 것이다. 지금도 눈만 마주치면 ‘스르륵’ 잠금이 풀리는데 새로운 아이폰에서는 그 반응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카메라 역시 향상된 성능을 자랑한다. 알아서 실제 모습과 가깝게 색상을 잡아주는 스마트 HDR(High Dynamic Range) 기술로 잔인할 만큼 왜곡 없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현장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카메라의 변화는 포트레이트 모드로 촬영해 둔 사진에 심도 효과 정도를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는 대목이었다. 하단 부분에 등장하는 휠을 툭툭 돌려주면 배경이 절로 흐려졌다 선명해지는 식이다. 혹자에겐 새로운 아이폰은 실망스러울지 모른다. 애플을 이야기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디자인의 변화가 컬러 외에는 거의 없는 탓이 가장 크다. 하지만 정말 주목해야 하는 건 프로세서다. 페이스 ID가 그야말로 빛의 속도를 자랑하는 것도, 스마트폰에서는 최초로 이미 촬영된 사진의 조리개 값을 바꿀 수 있는 것도 모두 다 새로운 프로세서 A12 바이오닉 칩의 공이다. 웬만한 랩톱보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던 아이폰 X의 A11 바이오닉 칩이 초당 6천억 번의 연산 과정을 수행했다면, A12 바이오닉은 초당 5조 회의 연산이 가능하다. 이게 무슨 외계어인가 싶겠지만 간단히 말하면 머신 러닝과 증강현실에 최적화된 칩이라는 얘기다. 실제 키노트 현장에서 NBA 명예의 전당에 오른 스타 플레이어, 스티브 내시가 직접 선보인 앱 ‘홈코트’만 봐도 새로운 아이폰이 가진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어떤 장치 없이 그저 아이폰 XS 하나만으로 선수의 연습 모습을 촬영하면 즉시 앱이 농구 코트의 라인과 선수의 위치, 관절의 움직임, 슛의 성공률 등을 읽어내고 수치로 보여준다. 즉, 기계가 저장된 데이터만 처리하는 게 아니라 사람처럼 현실의 맥락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디지털과 접목시키는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애플 파크 스티브 잡스 시어터.<엘르> 역시 이곳에서 가장 먼저 신제품을 만져볼 수 있었다.현장에서 반응이 가장 좋았던 애플 워치 시리즈4 골드. 아이폰 XS와 아이폰 XS Max에는 듀얼 카메라가 적용됐다.보급형이지만 아이폰 X보다 뛰어난 스펙을 자랑하는 아이폰 XR.도입부에서 팀 쿡이 말했던 또 다른 퍼스널 디바이스는 바로 애플 워치다. 보통 애플의 신제품 발표 이벤트의 스타는 아이폰이기 마련이지만 이날의 분위기는 달랐다. 일단 출시 후 최초로 디자인이 변했다. 38mm에서 40mm, 42mm에서 44mm로 사이즈가 커졌으며, 베젤은 얇아졌고, 넓어진 만큼 워치 페이스에 더욱 다양한 정보를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애플 워치 시리즈4가 흥미로운 진짜 이유는 디자인 안쪽에 있다. 바로 미국 FDA에서 승인 받은 심전도 기능이다. 단순히 맥박수만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의 불규칙한 운동, 맥박의 비정상적인 속도를 감지하는 즉시 경고를 보낸다. 또 직접 심전도를 측정할 수도 있다. SOS 기능도 추가됐다. 새로운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가 갑작스러운 넘어짐을 감지하고 60초 이상 움직이지 않을 경우 위급한 상황임을 판단해 시리(Siri)가 자동으로 응급 전화를 거는 것이다. 시시때때로 심장 박동을 체크하고 위험한 상황에 대신 신호를 보내준다니 이보다 더 개인과 밀착된 기계가 있었나? 무엇보다 그동안 조금 의심스러웠던 스마트 워치의 역할과 방향성을 재정의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적어도 애플에게 스마트 워치란 ‘연결성을 지닌 동시에 건강과 피트니스에 최적화된 디바이스’인 셈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과연 지금 발전이란 무엇일까? 정말 반으로 접히는 디스플레이 혹은 홀로그램이라도 적용돼야 하는 건가? 생각해 보면 애플은 지난해부터 다소 원론적인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린 게 아닌가 싶다. 아이폰 X을 발표하며 애플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인 조니 아이브도 “아이폰 X은 새로운 시대에 한 획을 그을 것이며, 그중 하나는 경험이 기기를 압도한다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올해의 애플 키노트는 조니 아이브가 말했던 ‘압도적 경험’을 확장시키기 위한 큰 그림에 관한 것이었다고 봐도 좋을 듯싶다. 보통은 저가형과 플래그십 모델에 기능적 차이를 두기 마련인데, 동일하게 A12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적용시킨 것이 상징적이다. 이는 더 많은 A12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시장에 진출시켜 머신 러닝과 증강현실 앱 개발사들을 위한 환경을 구축하려는 애플의 의도다. 물론 여기까지 읽었어도 아직 의문이 남아 있을 줄 안다. 과연 11년 전 아이폰이 우리 삶을 통째로 바꾼 것 같은 경험의 변화가 있을 것인가?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할 길은 앞으로 10년을 다시 두고 보는 것뿐이다. 일단 그전에 새로운 아이폰의 국내 출시부터 기다려야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