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패션계에 불어닥친 3D 열풍

‘3D’는 더 이상 스크린으로만 즐기는 신기한 것이 아니다. 아날로그 성향이 강한 패션계에 불어닥친 3D 열풍에 관하여.

프로필 by ELLE 2010.04.30

누군가는 말했다. 영화 산업은 이제 <아바타> 이전과 이후만 있을 뿐 더이상의 디지털 혁명은 없을 거라고.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영화 <아바타> 개봉 후 디지털 작업에 디테일하게 몰두하던 사람들이 3D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기존 영화와 영상의 고정관념을 완벽하게 무너뜨린 3D 영화와 첫 대면한 사람들은 스크린을 넘어 생활 속에서도 손쉽게 3D를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했고, 3D의 막강한 영향력은 영상 산업의 영역을 넘어 다분히 아날로그적이었던 패션계까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3D를 가장 먼저 받아들인 패션 하우스는 버버리였다. 2010 S/S 컬렉션을 2D로 생중계한 버버리는 지난 2월 23일 런던에서 열린 2010 F/W 컬렉션을 패션 업계 최초로 3D로 생중계했다. 이 특별한 행사를 위해 버버리는 혁신적인 3D 기술을 선보이는 스카이(SKY) TV와 파트너십을 맺고 3D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뉴욕과 파리, 두바이, 도쿄, LA의 정해진 행사장에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도쿄의 경우 런던과의 시차로 인해 밤에 열렸기 때문에 이번 쇼를 이벤트화하여 도쿄에서 가장 핫한 클럽인 ‘라 파브리크(La Fabrique)’로 패션 피플들을 초대해 ‘버버리 나이트’라는 파티 형식으로 이번 3D 상영 이벤트를 개최했다. 각  도시의 행사장으로 초대받은 패션 피플들은 버버리에서 미리 배포한 3D 전용 안경을 끼고 영상을 감상했는데 마치 런던 쇼장에 실제로 와 있는 듯한 생생한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패션쇼를 3D로 성공리에 상영한 버버리는 2010년부터 인쇄에 기반한 고전적인 방법들을 모두 디지털화시켰다. 룩북은 모델의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담긴 영상과 디지털 룩북으로 대체되었으며, 레드 캠 테크놀로지를 통해 제품의 움직임을 다이내믹하고 흥미로운 360도 측면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이 영상들은 매장에 있는 화면, 스크린 컴퓨터 등에 비춰질 것이며 온라인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버버리처럼 진취적으로 3D를 구현하고 있는 패션 하우스가 있다면 알렉산더 맥퀸이나 돌체 앤 가바나, 프라다는 진보된 3D 기술을 의상에 접목시키며 디지털 트렌드에 합류하고 있다. 꽃이나 동물, 보석 등 전통적인 모티프를 3차원 프린트 기법을 통해 실현시켜 더욱 생생한 프린트 소재를 의상에 적극 활용한 것. 파충류 무늬에 그래픽 작업을 통해 데칼코마니 효과를 넣은 알렉산더 맥퀸, 마치 3D처럼 보이는 돌체 앤 가바나의 장미 프린트 등 첨단 기술에 익숙한 디자이너들이 늘면서 컴퓨터 기술을 바탕으로 한 프린트가 새로운 패션의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것이다.
3D를 이야기할 때 빼놓지 말아야 할 한 가지가 바로 안경이다. 선글라스를 비롯한 아이웨어가 중요한 패션 액세서리로 주목받은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제아무리 3D가 대세라 하더라도 일회용으로 제작된 일관된 디자인의 검은 3D안경은 피하고 싶은 아이템일 수밖에 없다. 아직은 패셔너블한 3D 안경 출시에 관해 언급한 패션 하우스는 없지만 이 역시 시간 문제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은 지난 2월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있었던 자사의 3D TV 론칭에 맞춰 ‘3D 글라스 패션쇼’를 열어 3D TV용 안경을 패션 아이템으로 격상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 역시 기존 3D 안경에 비해 더 가벼워지고 스타일리시해진 3D 안경을 착용한 후 “3D 안경의 진보에 놀랐다. 착용감도 좋고 어지럼증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는데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명 “패션 브랜드를 비롯한 많은 안경 전문 브랜드로부터 사업 협력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며 조만간 기술적인 면뿐 아니라 디자인 면에서도 개선된 3D 안경의 출시를 기대케 했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3D 시대가 곧 도래할 거라고 과학자들이 아무리 강조해도 그것을 경험하기 전, 그 누구도 3D의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3D를 체험한 후 우리 생활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과거의 아카이브에서 새로운 트렌드를 찾던 보수적이고 아날로그적인 패션 업계 역시 전 세계에서 불고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그 결과 소수의 선택받은 자만이 볼 수 있었던 패션쇼를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의상에 사용하는 프린트는 더욱 리얼해지고 아름다워졌다. 이렇듯 적극적으로 3D를 받아들인 패션계의 미래에 더 이상의 불가능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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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