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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없이도 알아보는 주얼리 아이콘

퀼팅과 네 잎 클로버, 네 겹의 밴드와 마린 케이블. 로고 없이도 하우스의 이름을 떠올리게 하는 디자인 코드, 그 익숙한 형태가 세대를 건너 아이콘으로 남는 법.

프로필 by 조윤서 2026.10.05

사람은 형태를 기억한다. 단순하고 경계가 분명한 모양일수록 빠르게 인식되고, 반복해서 볼수록 익숙해진다. 주얼리 하우스의 아이콘도 비슷한 방식으로 기억에 각인된다. 손가락과 손목, 귓불 위의 몇 센티미터 안에서 로고 없이도 윤곽과 패턴, 질감만으로 어느 브랜드의 제품인지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동그라미와 꽃, 동물, 체인처럼 많은 하우스가 공유해 온 모티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결국 차이를 만드는 건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선의 굵기와 간격, 표면의 질감, 몸에 밀착되는 각도 같은 작은 특징들이 쌓여 하나의 아이콘을 만든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의외로 평범한 물건일 때가 많다. 1969년 뉴욕에서 알도 치풀로가 디자인한 까르띠에 러브 브레이슬릿이 그렇다. 그는 대게 주얼리 안쪽에 숨겨지던 고정장치를 밖으로 꺼내 손목을 감싸는 타원형 브레이슬릿 위에 스크루를 드러냈다. 전용 드라이버로 고정하는 방식까지 디자인의 일부로 삼았다.


프레드의 포스텐에는 좀 더 사적인 이야기가 숨어 있다. 1966년 프레드 사무엘의 장남 앙리 사무엘은 아내를 위해 스틸 마린 케이블과 옐로골드 리벳을 결합한 브레이슬릿을 만들었다. 이후 마린 카라비너 형태의 골드 버클을 더해 지금의 구조를 완성했다. 요트 세일링에서 가져온 이 디자인에는 보퍼트 풍력 계급의 10단계인 폭풍에서 따온 ‘포스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늘날 우븐 스틸 세일링 케이블과 골드 또는 스틸 버클은 색과 소재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지만, 거친 케이블과 정제된 버클이 만드는 긴장감만큼은 그대로다.


반클리프 아펠의 알함브라에는 한 사람의 믿음이 담겨 있다. “행운을 얻으려면 행운을 믿어야 한다.” 자크 아펠이 즐겨 하던 말이다. 그는 자신의 집 뒤뜰에서 따온 네 잎 클로버를 직원에게 건네곤 했다. 1968년에 탄생한 첫 알함브라 롱 네크리스는 텍스처를 더한 옐로골드 모티프 20개를 연결하고 각각의 윤곽을 골드 비즈로 둘렀다. 메종이 밝힌 직접적인 영감은 네 잎 클로버지만 ‘알함브라’라는 이름과 네 방향으로 열린 윤곽에서는 궁전의 타일과 건축에 반복되는 무어식 콰트레포일도 자연스럽게 겹쳐 보인다. 이후 기요셰 옐로골드와 블루 아게이트, 마더 오브 펄, 오닉스 등 풍성한 소재와 컬러 팔레트가 추가되지만 네 잎 클로버의 비율과 골드 비즈 테두리는 여전히 남았다.


부쉐론의 콰트로는 하나의 믿음 대신 메종의 아카이브를 한데 모았다. 2004년, 그로그랭과 다이아몬드 라인, 방돔광장의 포석을 연상시키는 클루 드 파리, 건축에서 가져온 더블 고드롱이라는 네 가지 코드가 하나의 링에서 만났다. 각각 따로 가공한 네 개의 밴드는 접착제나 솔더링(땜 작업) 없이 프레스로 조립된다. 각각의 모듈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면 작고 부드러운 ‘클릭’ 소리가 난다. 서로 다른 시대와 질감을 지닌 네 개의 모티프가 하나의 콰트로로 완성됐음을 알리는 소리다.


어떤 아이콘은 메종보다 훨씬 오래된 상징에서 출발한다. 뱀을 재생과 변신의 이미지로 바라본 불가리의 세르펜티가 대표적이다. 1948년에 처음 등장한 세르펜티는 투보가스 기법으로 만든 브레이슬릿이 손목을 감싸는 주얼리 워치였다. 이후 그래픽적 비늘과 컬러 에나멜, 젬스톤을 세팅한 뱀 머리 장식으로 변주되며 ‘변신의 아이콘’이 됐다. 1962년 영화 <클레오파트라> 촬영장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뱀 형태의 불가리 워치 브레이슬릿을 착용한 모습은 이 대담한 실루엣을 시대의 이미지로 남겼다.


샤넬의 코코 크러쉬는 문화적 상징 대신 하우스가 이미 지니고 있던 퀼팅 모티프를 골드 위로 옮겼다. 퀼팅에서 가져온 바느질 선과 물결치듯 이어지는 테두리, 2.55 핸드백의 퀼팅 볼륨을 옮긴 둥근 실루엣이 코코 크러쉬만의 형태를 완성한다. 여기에 샤넬의 특별한 합금인 베이지골드를 더해 ‘패턴’과 ‘컬러’라는 두 가지 시그너처가 만나게 된다. 가방에서 익힌 퀼팅의 기억이 반지 위에서는 손끝으로 느끼는 감각으로 바뀐 것이다.


이처럼 오래 살아남는 아이콘은 처음 모습을 그대로 보존한 디자인이 아니다. 반복은 익숙함을 만들지만 변화 없는 반복은 곧바로 진부해진다. 반대로 모든 것을 바꾸면 그동안 쌓아온 인상까지 사라진다. 소재와 색, 크기와 착용법은 달라져도 한눈에 알아보게 하는 실루엣과 특징적인 디테일은 남아야 한다. 처음 보는 듯 새롭지만 어딘가 친숙한 것. 과거의 아이콘이 다시 현재의 것이 되는 지점도 바로 그곳이다. 시대가 달라져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아이콘이 시간을 이기는 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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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조윤서
  • 글 서제이
  • 사진가 장기평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석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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