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올가을엔 신발이 어디까지 이상해질지 감도 안 와요

이제 신발은 이상할수록 좋습니다. 기묘함이 곧 매력이 되는 올가을 신발 트렌드.

프로필 by 임채원 2026.08.28

샤넬 역사상 처음으로 ‘반만 신는’ 신발이 등장했습니다. 지난주 한 시상식에서 마거릿 퀄리가 샤넬 2026 F/W 컬렉션의 신발을 신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죠. 마티유 블라지가 디자인한 이 신발은 발꿈치만 덮는 독특한 실루엣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신발의 형태에 질문을 던집니다. 그런데 이 낯선 구두,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Chanel 2026 F/W Half Shoe

Chanel 2026 F/W Half Shoe



이상한 신발의 대명사였던 타비

기묘한 신발의 계보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익숙한 디자인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메종 마르지엘라의 타비 슈즈입니다. 일본 전통 신발에서 영감 받은 독특한 앞코로, 한때 패션을 좀 안다는 이들 사이에서 통하던 신발이었죠. 마니아들의 영역에 머물던 타비는 최근 인기가 폭발적으로 치솟으며 더 이상 ‘나만 아는 신발’이라 부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발레리나 플랫과 플립플롭으로 실루엣의 영역을 넓힌 타비는 이제 괴짜 디자인으로 여겨지지 않습니다. 나이키 역시 이 타비를 응용한 스니커즈를 선보이며 이 흐름에 합류한 바 있죠.



런웨이를 점령한 기묘한 신발들

Loewe 2026 S/S

Loewe 2026 S/S

그토록 논쟁적이었던 신발이 대중의 발끝까지 파고든 지금, 여러 하우스와 브랜드가 ‘특이한’ 신발을 향한 새로운 갈망을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시몬 로샤는 크리스탈과 진주로 장식한 굽 달린 고무 플립플롭을 선보이는가 하면, 로에베는 투명한 PVC 안에 파란색 스쿠버 삭스를 봉인한 듯한 신발을 선보였습니다. 평범한 신발로는 채울 수 없는 새로운 자극을, 패션계가 앞다퉈 제안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시금 주목받는 아이코닉 슈즈

Vivienne Westwood Pirate Boots

Vivienne Westwood Pirate Boots

Isabel Marant Bekett Sneakers

Isabel Marant Bekett Sneakers

과거의 아이코닉 슈즈들도 다시 유행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전설적인 파이리트(Pirate) 부츠가 대표적입니다. 케이트 모스가 즐겨 신던 그때 그 시절 ‘잇 슈즈’가 최근 검색 순위에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이자벨 마랑의 웨지 스니커즈 베켓(Bekett) 역시 201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아이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이 신발은 최근 다시 패션계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신발, 어디까지 작아져 봤니?

Balenciaga Zero

Balenciaga Zero

얼마나 적은 면적만 남겨두고도 여전히 신발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앞다투어 실험하는 것 같은 현 패션계. 발렌시아가의 ‘제로’, 샤넬의 하프 슈즈, 제프리 캠벨의 ‘피에 누’, 로에베의 시어 슈즈까지 신발의 존재감을 덜어내는 방식으로 익숙한 형태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Jeffrey Campbell Pieds-Nus

Jeffrey Campbell Pieds-Nus

Havaianas

Havaianas

이상한 신발 트렌드는 단순히 ‘못생긴 신발’이라고 지칭하는 것을 넘어 의미가 더 확대되었습니다. 하바이아나스는 가장 평범한 플립플롭에 키튼 힐과 토 캡을 더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주했고, 발을 과감하게 드러내거나 나누고, 프레임 안에 가두는 등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신발의 해부학적 구조 자체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예쁘고 못생겼다는 기준을 넘어, 과연 어디까지를 신발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그 경계를 건드립니다.



왜 우리는 이상한 신발에 끌리는가

Chanel 2026 F/W Half Shoe

Chanel 2026 F/W Half Shoe

패션은 언제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피처였고, 낯선 신발은 우리가 손쉽게 즐길 수 있는 판타지입니다. AI 시대 획일적인 미감에 대한 거부 반응이자, 새로운 취향을 끊임없이 발견하고 싶은 욕구이기도 합니다. 그저 무난한 것보다 조금 더 기이하고, 대담하고,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을 택하고 싶은 마음. 이상할수록 더 끌리는 신발의 시대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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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Roberta Schroeder
  • 이미지 GettyImages ∙ Launchmetrics Spotl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