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나', 원작의 유산을 지킨 순한 맛 오션 블록버스터
캐서린 라가이아와 아우이 크라발호가 함께 부르는 실사 영화 오리지널 넘버 '그 길을 따라'가 뭉클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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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영화지만 공주도 로맨스도 없습니다. 태평양의 작은 섬에 머무르는 대신 바다로 나아가는 용감한 항해사들이 존재할 뿐이죠. 애니메이션 개봉 10년 만에 실사 영화로 거듭난 <모아나> 이야기입니다. 자기소개를 할 때면 스스로의 뿌리부터 언급하는 소녀 영웅, 그리고 압도적 힘과 동시에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는 반인반신은 실사판을 통해 더 인간다워졌습니다.
영화 <모아나>
영화는 애니메이션 1편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평화로운 모투누이 섬에서 족장 투이(존 투이)의 딸로 태어난 모아나(캐서린 라가이아)는 어릴 때부터 바다를 동경합니다. 할머니 탈라(레나 오웬)가 들려준 전설 속 마우이(드웨인 존슨)도 만나보고 싶고요. 하지만 투이는 잔잔하다가도 금세 험악하게 모습을 바꾸는 바다를 두려워 합니다. 특히 암초 너머 더 넓게 펼쳐진 바다는 꿈도 꾸지 말라고 딸에게 경고하죠. 곧 족장 자리를 물려받게 될 모아나는 '완벽한 딸'로 살아야 할지, 자신의 본능을 따라야 할지 고민합니다.
그러던 중 모투누이 섬에 악의 기운이 드리워집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바다 위 생명들을 창조한 테 피티는 1000년 전 마우이에게 심장을 빼앗겼는데요. 이 심장을 노리는 괴물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가장 강력한 건 땅과 불의 악마 테 카였고요. 심장을 잃은 테 피티의 힘이 점점 약해지자 테 카의 저주가 바다를 통해 퍼지기 시작했고, 여파가 모투누이 섬에까지 미치게 된 거예요. 저주 때문에 바다에 물고기들이 사라지고, 코코넛은 썩어갔습니다. 상황을 해결하려면 테 피티의 섬에 있는 테 카를 피해 심장을 제자리로 돌려 놓아야 해요. 악마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외딴 섬에 유배돼 있는 마우이 뿐입니다.
영화 <모아나>
바다는 테 카와 마우이의 결투 이후 깊은 곳으로 가라앉은 테 피티의 심장을 모아나에게 건넵니다. 바다가 그를 선택한 거죠. 모아나는 마우이를 찾기 위해 암초 너머 바다로 가려고 하지만, 아버지는 완강히 반대합니다. 할머니는 풀 죽은 모아나에게 비밀 하나를 알려주는데요. 모투누이에 사는 부족들은 원래 항해사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자신의 뿌리에 바다를 향한 갈망이 각인돼 있다는 걸 깨달은 모아나는 그길로 항해를 시작합니다.
한편 테 카와의 싸우다가 마법 갈고리를 잃은 채 1000년을 보낸 마우이는 긴 세월 속에서 염세적으로 변했습니다. 테 피티의 심장이 희망 아닌 '저주'라고 말하는 그는 모아나에게 협조할 생각이 없어요. 갈고리가 없어 마법의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바다의 저주를 풀겠다는 모아나의 진심에 점점 마음이 움직입니다. 항해가 서툰 모아나를 진정한 길잡이로 키워 나가죠. 무엇이든 귀한 것이라면 다 모으는 수집가 타마토아(저메인 클레멘트)로부터 갈고리를 되찾은 후 마우이는 자신감을 회복합니다. 그리고 둘은 심장을 돌려주기 위해 테 피티에게로 향해요.
영화 <모아나>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었다가 흥행에 참패한 지난 수 년 동안의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와 <모아나>는 분명한 차별점을 보입니다. 언급했듯 원작의 내용을 빼놓지 않고 그대로 실사화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화려한 스펙터클을 자랑하는 바다 괴물들의 캐릭터 역시 더 생생한 모습을 갖추게 됐을 뿐 불필요한 변주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사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잘 드러나죠. 더불어 영화를 만든 모든 이들이 태평양 문화에 대한 존중과 자부심을 꾹꾹 눌러 담으려 한 시도가 작품 외적으로도 감동을 안겨요.
그럼에도 디즈니 영화 특유의 벅차오르는 사운드 트랙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토마스 케일 감독과 24년 전부터 동료로, 친구로 함께 한 린 마누엘 미란다의 '그 길을 따라’(Along The Way)'가 극 중 모아나의 가창으로 영화관에 울려 퍼질 때는 뭉클한 감정까지 듭니다. 이 곡은 원작 애니메이션의 모아나 성우 아우이 크라발호와 실사 영화 주인공 캐서린 라가이아가 함께 불러 더욱 특별해요. 아우이 크라발호는 "우리는 우리의 문화를 기리고 암초 너머 더 먼 곳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함께 걸어왔다"며 "<모아나>는 우리가 얼마나 멀리까지 갈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함께 기리는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영화 <모아나>
드웨인 존슨이 최근 한국 취재진과의 기자간담회에서 말한 것처럼 실사판 마우이는 원작에 비해 약한 부분들을 노출합니다. '약함' 보다는 '인간다움'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의 얼굴로 전달받는 감정이 애니메이션보다 진하게 다가온 덕에 '인간다움'도 더욱 빛났죠. 1000년 이상 어린 모아나보다 철부지에 자기중심적이던 마우이가 모험을 통해 진짜 어른이 되는 성장담이 특히 그렇습니다. 모아나가 가본 적 없는 길을 앞서 걷고, 익숙해질 즈음 뒤에서 돕는 묵묵한 연대는 결국 마우이는 물론 보는 이들의 시야마저 넓혀 줍니다.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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