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까르띠에 시계가 손목 위 미술작품이라 불리는 이유

까르띠에는 형태를 다루는 또 하나의 방식을 제안한다. '형태의 워치메이커, 공예의 대가'라는 테마 아래, 시간은 기능이 아닌 구조와 감각으로 다시 쓰였다.

프로필 by 장효선 2026.06.05

‘워치스 앤 원더스’는 단순히 시계 신제품을 발표하는 것을 넘어 워치의 미학과 시계 산업의 현재를 보여준다. 하이엔드 메종부터 독립 워치메이커 브랜드까지 한자리에 모여 각 브랜드가 해석하는 시간의 미학과 기술, 방향성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이 무대는 지금의 시계를 가장 밀도 있게 읽을 수 있는 공간이자 한 해의 기준점이 된다.


까르띠에 프리베, 크래쉬 스켈레트.

까르띠에 프리베, 크래쉬 스켈레트.

그중에서도 까르띠에는 언제나 독자적인 결을 유지해 온 하우스다. 복잡한 기능 중심의 전통적 워치메이킹과 달리 까르띠에는 형태와 비율, 착용했을 때의 인상을 통해 시계를 하나의 조형으로 확장해 왔다. 손목 위에 놓인 기계라기보다 일상에 스며드는 오브제에 가까운 것이다. 이번 시즌 역시 이런 접근은 한층 더 분명해졌다. 메종은 단순히 형태에 머무르지 않고 공예 영역까지 넘보며 브랜드 정체성을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냈다.


까르띠에 프리베, 똑뛰 크로노그래프 모노푸셔.

까르띠에 프리베, 똑뛰 크로노그래프 모노푸셔.

2026년 까르띠에는 ‘형태의 워치메이커, 공예의 대가’라는 테마로 메종이 축적해 온 디자인과 장인 정신을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이런 흐름은 다섯 가지 주요 컬렉션에서 구체화됐다. 익숙한 아이콘을 새로운 방식으로 변주하는 동시에 형태와 구조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완벽한 착용감까지 아우른 결과물이다. 각각의 시계는 기능적인 면을 강조하기보다 형태와 디테일, 완성도 있는 미감을 통해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낸다.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노말.

까르띠에 프리베, 탱크 노말.

이번 시즌은 전 세계 워치 컬렉터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까르띠에 프리베’ 컬렉션에서 시작한다. 메종의 워치메이킹 헤리티지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다루는 프리베는 단순한 복각이 아닌, 까르띠에 아카이브를 현재의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컬렉션으로 메종의 형태 미학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라인이다. 까르띠에 프리베는 올해 열 번째 작품을 맞이해 세 가지 상징적 모델을 선보였다.


까르띠에 산토스 뒤몽.

까르띠에 산토스 뒤몽.

첫 번째는 크래쉬 스켈레트. 왜곡된 형태로 시간 개념을 전복시켰던 아이코닉 디자인은 스켈레톤 구조를 통해 한층 더 과감하게 드러난다. 내부 구조를 노출시키는 방식은 단순한 기술력을 넘어 형태 자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이어지는 똑뛰 크로노그래프 모노푸셔는 기능과 미학 사이에서 정교하게 균형을 이룬 시계다. 하나의 푸셔로 작동하는 크로노프 구조는 까르띠에 특유의 우아한 비율과 조형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 간결함을 유지한다.


까르띠에 베누아 워치.

까르띠에 베누아 워치.

탱크 노말은 가장 절제된 방식으로 디자인을 보여준다. 메종 고유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디테일과 마감에 미묘한 긴장감을 더했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게 만든 접근인 것이다. 유연한 메탈 브레이슬릿을 탑재한 산토스 뒤몽은 오리지널 모델의 비율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보다 현대적으로 착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베누아 워치는 표면 위에 반복되는 끌루 드 파리 모티프를 통해 리듬감과 볼륨감을 강조했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입체감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형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도록 만들었다.


까르띠에 로드스터.

까르띠에 로드스터.

그런가 하면 로드스터는 보다 극적인 방식으로 돌아왔다. 2002년 등장 이후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 시계는 한층 세련되고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재해석돼 다시 한 번 워치메이킹 무대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미스트 드 까르띠에는 이 모든 흐름을 확장한다. 조각 작품이 연상되는 디자인으로 시계의 경계를 넓혔다. 주얼리의 시선과 워치메이커의 기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궁극의 워치 주얼리가 탄생한 것이다. 메종의 기능과 장식, 구조와 예술 사이의 균형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까르띠에 미스트 드 까르띠에.

까르띠에 미스트 드 까르띠에.

이번 시즌 까르띠에가 보여준 건 단순한 신제품이 아니다. 헤리티지에서 출발해 아이콘을 거쳐 조형적인 확장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을 보여주며 그 안에서 완성되는 형태와 공예에 대한 탐구를 드러냈다. 까르띠에는 다시 한 번 조용하지만 우아하게 그들만의 시간 해석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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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장효선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민경선
  • COURTESY OF CARTIER VALENTIN ABAD · ANAÏCK LEJART · LAURE SÉ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