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당신의 웹툰 인생 남주는 누구입니까?

어떤 얼굴은 스크롤보다 마음이 먼저 멈춘다. 지금 K웹툰에서 가장 치명적인 잔상, 여성 독자들의 취향을 바꿔버린 최고의 ‘남주’에 대하여.

프로필 by 전혜진 2026.05.01

<못 잡아먹어서 안달 > 김태준

잘 빗어넘긴 머리, 날카롭게 정리된 이목구비, 서늘하게 내려보는 눈빛, 건장한 수트 핏. <못 잡아먹어서 안달>의 김태준은 로맨스 웹툰이 왜 잘생긴 ‘남주’를 그렇게 공들여 그려야 하는지를 말해준다. 어쩌면 이름도 ‘태준’일까? 태준은 잘 닦인 길만 걸어와서 지루할 만큼 모든 걸 갖췄지만, 여주를 미워하려고 다가 갔다가 크게 상처받고, 흔들리고, 결국 여주를 깊게 사랑해버린다. 그 감정의 궤적이 태준이라는 캐릭터를 맛있게 만든다. 선이 날렵해 도도한데, 감정이 새는 장면에선 풀어지는 표정을 보면 나도 모르게 “악!” 한다. 누구에게나 완벽한 남자보다 내 앞에서만 완벽하게 무너지는 남자에게 더 미치는 법. 이 남자가 사랑 때문에 속절없이 무릎을 꿇을 때 피어나는 쾌감. 김태준은 그 장르적 재미까지 정확하게 수행하는, 못 잡아먹어서 안달나게 만드는 남주 그 자체다. 정소진(엘르 피처 에디터)





<비밀 사이> 김수현

이름을 입 안에 굴리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생기는 남자. <비밀 사이>의 김수현은 요즘 웹툰 남주의 미감이 어디까지 세밀해졌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이 얼굴을 한번 스치고 나면, 남주 작화의 기준이 뒤바뀐다. 얼굴을 ‘보는’ 게 아니라 ‘읽게’ 된달까. 주인공 다온을 두고 끝없는 심리전을 펼치는 주성현과 신재민의 다정하고 애달픈 얼굴 사이, 김수현은 친절하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 표정의 틈과 침묵의 길이, 말끝에 남겨진 여백. 무심한 표정 아래 미세하게 흔들리는 시선이나 순간 스치는 냉소가 이 얼굴을 그토록 오래 붙잡게 만든다. ‘나쁜 남자’ 병보다 더 중증인 건 ‘서브 병’이라고! 결국 김수현은 그 서사의 한복판에서 소위 ‘메인공’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더 강하게 기억된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사람만이 남기는 얼굴의 잔상, 너무 늦게 진심을 깨달은 남자가 남기는 여운은 상당하다. 바로 그 불완전함 때문에 나는 김수현을 아직도 쉽게 놓지 못한다. 익명의 고라니(광고 PD)





<사내맞선> 강태무

<힘을 숨기고 즐기는 평화로운 하녀 생활>의 ‘루’의 미모는 말이 안 되는 수준이다. 흑발, 백발, 금발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청발’, 예민한 맹수 상이라 무게감 있으면서도 ‘날티’ 나고, 정체는 신비로운데 하는 행동은 능글능글한 남자니까. 사실 좀 더 사랑하는 남주를 꼽자면 드라마화로 이미 유명한 <사내 맞선>의 ‘강태무’ 사장님. 로맨스 남자 주인공의 정답지를 그려놓은 캐릭터가 아닐지. 진한 인상이라 무뚝뚝한 느낌인데, 내 여자에 한해 다정하고 직진하는 타입, 얼굴뿐 아니라 키와 몸매, 능력까지 완벽해서 흠이라고는 없는 로맨스 남주의 정석. <힘숨하녀>는 암살자와 암살 대상으로 시작한 관계가 서로 공범자가 되고, <사내 맞선>에서는 서브 커플이 첫 만남부터 첫날밤까지 함께하는 모든 일에 오해가 이어지는데, 각자의 직진 본능과 다정함으로 상황을 풀어나가는 걸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캐릭터 취향은 장르마다 다르지만, 공통점을 찾는다면 양파 같은 혹은 반전 있는 인물을 좋아하는 편. 예상했던 성향과 다른 모습을 보게 되면 캐릭터를 더 ‘진짜’로 느끼게 된달까? 정주영(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제작팀)




<괴력 난신> 목경운

웹툰 키즈로 자란 내게 최고의 남주는 <괴력 난신>의 ‘목경운’이다. 무협에서 흔히 악의 축으로 소개되는 천마신교의 1대 교주가 되는 인물로,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기상천외한 악행을 저지르며 능력치를 올리는데…. 그 모습이 매우 섹시하다. 살짝 ‘돌아’ 있는 눈과 신경 쓰지 않는 척하지만 자신의 식구인 ‘청령’을 챙기는 의리에 반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림체가 미쳤다! 사실 이 작품은 남성향에 가깝기에 여성 독자에게는 꽤 생소할 수 있지만 그림체만 구경하러 한 번 클릭해 보시길, 후회는 없을 것이다. 이 밖에도 요즘 <둘째에게>가 너무 재밌다. 슬럼프에 시달리는 작가 ‘이류진’과 그의 팬이자 조직폭력배인 ‘둘째’와의 교류를 다루는데, 그러고 보니 <둘째에게> 주인공도 살짝 ‘돌아’ 있네. 로맨스 장르로는 듬직한 ‘강쥐’ 스타일의 연하가 좋다. 연애와 직장, 시험. 어느 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29세들의 이야기를 다룬 <아홉수 우리들>의 남주 여민혁처럼. 양윤화(네이버 웹툰 홍보팀)





<상냥한 남자주인공의 가면을 벗기면> 율리시스

장발에 각 진 턱선, ‘관심 없는 척’이 특기인 도도한 고양이 타입. 최근 회차에선 여주에게 무한 플러팅을 날리는 ‘폭스 모드’까지 장착하면서, 그 갭에 완전히 넘어가버렸다. 바로 로판 <상냥한 남자주인공의 가면을 벗기면>의 ‘율리시스’다! 어떤 작품이든 결국 캐릭터 간의 ‘케미’가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 누구에게도 ‘철벽’이던 그가 햇살 같은 여주를 만나 서서히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건 정말 흥미롭다. 더구나 천 년 모태솔로가 감정에 눈뜨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만큼 짜릿한 것도 없다. 늘 진취적이고, 상황을 주도하는 리더형 인물에게 끌리는데, 그들이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통쾌한 선택을 과감하게 해낼 때 카타르시스와 함께 ‘이 웹툰 제대로다’라는 생각을 한다. 장윤정(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제작팀)





<야화첩> 윤승호

‘개망나니 남색가’로 해외 팬들에게 갓 쓴 남자 판타지를 각인시킨 한국 BL 작화의 전설, <야화첩> ‘윤승호’. 늘 도포를 두른 조선 남자 판타지를 품어온 나로서는 그 야릇한 얼굴로 “나의 춘화를 그려 달라”고 청하던 장면을 여태 잊지 못한다. 양반가의 권력과 남성성을 완벽하게 체현한 얼굴로 등장하지만, 단정해야 할 도포와 갓, 선비의 너그러운 얼굴, 정갈한 한옥 공간이라는 질서의 기호들이 가장 퇴폐적인 모습으로 풀어지는 미장센의 쾌감은 더없이 강렬하다. 현대물이었다면 그는 그저 ‘냉미남’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흑발의 장발, 갓 아래 드리운 그림자, 느슨하게 묶인 머리칼, 한복 깃 사이로 스치는 목선, 붓과 화선지를 꿰뚫는 붉은 눈가는 조선이라는 권위와 금욕의 프레임이 단단하게 구축된 세계에서 홀로 위험하게 반짝이다. 무엇보다 오래 남는 건 그 얼굴이 품은 전복적 결이다. 가문과 아버지, 사회적 시선과 신분, 목숨의 위협까지 걸고 춘화가 백나겸을 사랑하는 남자. 동성애와 춘화, 남색과 욕망, 폭력과 집착이란 단어를 한 몸에 품은 채 비단 도포 위로 피가 튀어도 웃고 마는 이 남자가 점차 사랑에 무너져가는 얼굴은 가끔, 꿈에도 나온다. 전혜진(엘르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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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전혜진·정소진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COURTESY OF BYEONDUCK·QUORNQUORN·NARAK
  • COURTESY OF KIM TAE HYUNG·ANTO·MCQUEEN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