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살 제주 구옥이 선물한 부부의 리틀 포레스트
웃풍에 이사를 고민하던 겨울을 지나, 빗소리에 위로받는 여름을 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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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주에서 보름우스테이라는 숙소를 운영하고 남편과 함께 오래된 구옥을 고쳐서 살고 있는 이은진입니다. 제주에 정착한 지도 어느덧 8년이 되어가네요.
2017년 여름, 남편과 함께 제주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동안 제주 하늘과 바다에 푹 빠져 지냈고, 서울로 돌아와서도 계속 제주 생각뿐이었어요. 그러던 중, 한 달 살기를 했던 집의 사장님과 인연이 이어져 그 집을 임대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숙소 운영을 시작하면서 제주에 정착하게 되었어요.
계획된 선택은 아니었지만, 그 여름의 기억이 저희 삶의 방향을 바꾸어 놓았고, 지금도 가끔 그 시절을 떠올리면 제주에서 살게 된 지금이 참 고맙고 기적처럼 느껴져요.
공간을 소개해 주세요
제주에 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오래된 제주 구옥에 눈길이 갔어요.
예전 신혼집은 빽빽한 빌라 사이에 있어 창문을 열기도 어려웠는데, 언제나 집 안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거든요.
이 집은 지어진 지 40년정도 되었고, 기존에 살았던 곳 보다는 낡고 오래되었지만 구조가 독특하고 창밖으로 나무와 담쟁이 덩쿨이 감싸고 있는 담벼락이 보이는 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선택했어요.
하나씩 손봐가며 오로지 우리의 공간으로 만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어느덧 이 집에 산 지 5년이 되어가네요.
공간을 고르고, 꾸밀 때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쉽게 질리고 금방 바꾸게 되는 것보다는 오래 두고 봐도 편안한 것을 고르려고 해요.
영감은 특별한 곳보다도 오히려 일상에서 많이 받아요.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예쁜 집을 보면 저장해 두고, 여행지에서 묵는 숙소의 인테리어 분위기나 조명과 가구들은 사진으로 남겨두었다가 시간이 지나 다시 꺼내 보면서 ‘내가 좋아했던 건 어떤 느낌이었지?’ 되짚어보고 공간을 꾸밀 때 꺼내보며 하나씩 녹여 내려고 해요.
제주 구옥 생활이 가져온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가 있다면?
구옥은 보기에는 예쁘지만, 사실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여름에는 습기와 벌레를 견뎌야 하고, 겨울에는 단열이 잘되지 않아 보일러를 틀어도 집 안이 몹시 춥거든요. 이사 와서 첫 겨울을 보낼 때는 집 안으로 들어오는 웃풍에 당황해 몸이 아플까 봐 이사를 고민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계절을 지나고 나면, 창밖에 가득한 짙은 초록 풍경과 아침마다 들리는 새소리, 밤에 내리는 빗소리가 그 모든 불편함을 잊게 해요. 겨울에는 옷을 더 껴입고 난로도 켜며 추위를 견디는 방법을 찾으면서, 불편함 속에서도 그 환경에 적응해 가는 법을 배운 것 같아요.
제주 구옥 생활의 가장 큰 기쁨을 꼽자면?
날이 좋은 날, 친구들과 마당에서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큰 기쁨이에요.
꼭 시간을 내어 어디를 가지 않더라도, 그날 저녁 시간이 되는 사람들끼리 모여 마당에서 소소하게 식사를 할 때면 꼭 여행을 온 것처럼 설레거든요.
마당용 야외 테이블은 편의점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코카콜라 로고가 적힌 빨간색 플라스틱 의자와 테이블로 선택했어요. 습해서 곰팡이가 자주 생기는 제주의 야외 환경에서도 관리하기 편한 아이템이에요.
거실, 침실, 주방, 화장실 등 각 공간적 특징을 간단히 공유해 주세요
방은 총 3개로, 침실과 옷방, TV와 소파를 두고 사용하는 TV 방으로 나뉘어 있어요.
현관에서 들어오면 바로 보이는 거실에는 원형 식탁과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공간이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주방이 나와요. 둘이 살기에 넓지도, 좁지도 않은 딱 좋은 크기라고 생각해요.
주방 싱크대 옆에는 화장실로 나가는 문이 있는데, 저희 집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예요.
외부로 나가야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데, 약 70cm 정도 바깥 공간을 지나야 문을 열 수 있어요.
이런 구조를 ‘물부엌’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부엌에 딸린 수도 공간을 의미하는데, 이전 주인분께서 욕실로 리모델링해 사용하셨고, 저희는 벽타일에 페인트만 새로 칠해 세탁실 겸 화장실로 쓰고 있어요.
가장 큰 단점은 밤에 화장실을 가려면 조금 무섭다는 점이에요. 이건 5년을 살아도 적응이 안 되는 부분이네요..^^
최근 구매한 인테리어, 리빙 아이템은?
몇 주 전에 다녀온 교토 여행에서 구매한 그릇 두 개가 기억에 남아요.
그릇에 크게 관심이나 욕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여행을 가면 꼭 한두 개씩은 사 오려고 해요.
그 그릇에 요리를 담아 먹을 때면 여행에서 느꼈던 분위기와 행복했던 기억까지 함께 떠올릴 수 있어서, 정말 만족스러운 소비라고 생각해요.
공간을 채운 사물 중 각별한 애정을 지닌 가구나 오브제는?
이 집에 이사 오고 나서 구매한 허먼밀러 임스 테이블과 토넷 Flex 2000 체어예요.
신혼 때는 비교적 저렴한 가구를 구매했다면, 처음으로 큰맘 먹고 디자이너 가구를 들인 게 바로 이 식탁이에요.
집 몰딩 색상이 붉은 톤이라 자칫 무거워 보일 수 있어 밝은 원목 상판으로 선택했고, 의자는 원목과 대비되는 느낌이 좋아 블랙으로 골랐어요.
좁은 공간일수록 의자는 세트로 맞추는 걸 추천드려요. 더 안정된 느낌과 통일감을 주거든요.
소개하는 공간에서도 특히 가장 좋아하거나 애착이가는 '스팟'이 있는지?
오디오가 있는 작은 공간이 가장 애착이 가요. 오디오는 남편의 허락과 친구의 추천으로 선택하게 되었는데, 저희 집에서 가장 비싼 아이템이에요.
그 당시에는 음악을 그렇게 즐겨 듣는 편이 아니라 ‘과한 선택이었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오디오 하나만으로도 이 공간이 완성된 느낌이 들어 지금은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바로 앞에는 식탁이 있는데, 친구들을 초대해 식사를 하거나 날이 좋은 날 창문을 열어두고 음악을 들을 때면 위로받는 기분마저 들어요. 그게 이 공간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집이 가장 아름다운 시간대는 언제인지, 그리고 이 집안에서 가장 편안한 순간은?
한여름 장마철에는 낮인데도 밤처럼 어둑해지며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이 있어요.
특정 시간대라기보다는, 좋아하는 계절과 비가 무수히 쏟아지는 그 분위기 자체를 사랑하는 것 같아요.
오래된 나무 창문 덕분에 쏟아지는 빗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데, 그럴 때면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요함과 편안함이 찾아와요.
마치 우리 둘만 이 공간 안에 머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그 순간이 저희 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편안한 순간이에요.
공간을 정의(대표) 하는 3가지 키워드는?
낭만, 쉼,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이 공간에서 가장 '나답다'고 느껴지는 포인트가 있다면?
저희 부부는 둘 다 누워 있는 걸 참 좋아하는 사람들이에요.
TV 앞에 언제든 편하게 누울 수 있도록 소파를 세로로 배치했고, 바닥에는 러그를 깔아두어 한 명이 소파에 있으면 다른 한 명은 푹신한 바닥에 종종 누워 있기도 해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 은은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나도록 조명을 구석구석 두고 밤에는 간접 조명만 켜두고 있어요.
이곳에서 영화를 보기도 하고, 서로 각자의 할 일을 하며 보내는 시간이 가장 편안하고 ‘저희답다’고 느껴요.
앞으로 이 공간에 더해보고 싶은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 집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사실 뚜렷한 계획이 있었어요. 집을 개조해 카페를 하고 싶었는데, 그전에 몇 년만 이곳에서 우리가 살아보자고 했던 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언젠가 이 공간을 새롭게 꾸며 다른 분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요.
그때는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그 과정에서의 즐거움도 느껴보고 싶어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Credit
- 글&사진 @eunjji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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