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말고 패션계도 지금 우주로 뜹니다
지금 패션은 별을 향해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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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패션위크의 막바지에 접어든 파리. 그랑 팔레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손이 떨릴 정도로 긴장됐다. 마티유 블라지가 샤넬에서 선보이는 첫 컬렉션이 곧 공개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코코 샤넬 이후 단 세 명뿐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중 한 명이 된 그의 데뷔 무대였다.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역사적 순간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쇼가 시작되기도 전, 이미 숨이 멎을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천장에는 거대한 행성이 떠 있는 듯 매달려 있었고, 발아래에는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오닉스 같은 바닥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하나의 태양계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장관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의 얼굴엔 동시에 같은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어린아이처럼 입을 벌리고 감탄하는 얼굴. 입은 모두 “와” 하며 벌어져 있었다.
블라지는 우리가 본능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어떤 감정을 정확히 건드렸다. “우리는 모두 같은 하늘을 바라보잖아요. 그리고 그 하늘은 우리 모두에게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키죠.” 그의 말처럼 이 세트는 코코 샤넬이 별과 하늘에 매료되어 있었던 사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나는 위에 있는 모든 것을 사랑해요. 하늘, 달 그리고 별을 믿어요.” 코코 샤넬이 남긴 말이다.
무엇을 믿어야 할지 점점 혼란스러운 시대다. 가짜 뉴스, 정치에 대한 불신, 끊임없이 도파민을 자극하는 소셜 미디어까지.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희망을 우주에 투사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우주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지금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 전쟁, 기후위기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까지. 이런 세상에서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우주를 떠올리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중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는 점성술이다. 별의 움직임으로 우리의 운명을 점치는 일은 이제 익숙한 일상 속 루틴 같다. 점성술 앱 ‘코스타(Co-Star)’는 이미 3000만 명의 가입자를 모았고, 전 세계 점성술 시장은 2031년까지 약 228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문학과 영화 속에서도 우주를 바라보는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 항공우주 연구와 우주 기술의 발전 그리고 지구 너머 세계에 대한 인식이 확장되면서 우주를 다루는 서사도 바뀌고 있다.
1990년대 영화 <아마겟돈>이나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재난이나 외계인의 침공을 다룬 과장된 이야기에서 벗어나 먼 행성을 상상하는 서사, 예컨대 현재 3편이 제작 중인 영화 <듄>처럼 장대한 세계관이 등장하거나 과학적 사실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늘어나고 있다. SF 작가 앤디 위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그런 흐름 속에 있다. 패션 역시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다. 주요 하우스마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등장하며 산업 전체가 재편되는 시기다. 그런 상황에서 우주 테마는 일종의 유쾌한 탈출구가 아닐까?
톰 브라운은 2026 봄 여름 컬렉션 런웨이에 외계인 탈을 뒤집어쓴 모델들을 등장시켰다. 그는 “일상적인 것과 극단적인 것 사이의 경계를 탐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주는 무엇보다 재미난 상상력을 자극한다. 샤넬 쇼의 행성 세트가 그랬듯 우리 내면에 있는 어린아이를 깨운다. 산업 전반에 드리운 피로감을 잠시 잊게 만드는 패션의 해독제이기도 한 셈이다. 한편 현실적 차원에서 우주는 패션이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게 만드는 무대이기도 하다. 2023년 프라다는 우주 기업 액시엄 스페이스와 협업해 NASA의 아르테미스 III 미션을 위한 우주복 디자인을 맡았다. 2027년으로 예정된 이 프로젝트는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처음으로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는 역사적 임무다.
하지만 우주를 일상 속으로 끌어오는 움직임이 항상 긍정적이기만 할까? 올해 초 블루 오리진의 우주 비행을 두고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의 부인 로런 산체스가 꾸린 여성 승무원들의 명단이 논란이 됐다. “이제 우주는 드디어 글래머러스해질 거예요.” 탑승자 중 한 명이었던 케이티 페리가 남긴 말이다. 우주를 그렇게 가볍게 표현해도 되는 걸까?
평범한 사람들은 생활비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제프 베이조스의 지원으로 우주여행을 즐기는 모습은 많은 사람에게 현실과 동떨어져 보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주 탐험을 상업화하는 움직임 역시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보이저 스테이션’과 ‘파이오니어 스테이션’이라는 두 프로젝트는 지구 상공 최초의 럭셔리 숙박 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야말로 극단적 형태의 여행 욕망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우주의 민주화’라고 부르지만, 결국 마지막 미지의 영역마저 휴양지처럼 상업화되고 소비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가 우리를 매혹하는 이유는 여전히 그 신비로움에 있다. 실제로 그곳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것 자체가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블라지는 이 감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주가 우리 공동의 의식 속에서 이렇게 보편적이고 오래 지속되는 이유는 누구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겸손한 마음 그리고 자신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Credit
- 에디터 손다예
- 글 수지 라우
- 아트 디자이너 강연수
- 디지털 디자이너 민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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