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E DECOR

런던, 1900년대 에드워디안 플랫 그리고 두 마리 고양이와 사는 법

세월이 깃든 건축적 디테일 위에 비트라 체어와 독특한 오브제들이 고양이의 온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집의 일상.

프로필 by 이경진 2026.04.01

디자이너로 일하는 마이크(Mike), 원석 주얼리를 만드는 찰리아(Charlia) 부부는 영국 런던에 거주 중입니다. 두 사람의 집은 190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플랫이에요. 벽난로부터 높은 천장, 벽을 가득 채우는 기다란 창문까지 고풍스럽고 동화적인 분위기가 풍기는데요. 공간 곳곳에는 두 사람이 오래도록 모아온 독특한 오브제와 디자인 가구가 가득합니다. 이 물건들은 두 사람만 쓰는 것이 아니에요. 카키와 퍼피라는 두 마리 고양이가 함께 사용하기 때문이죠. 비트라의 사이드 체어를 특히 좋아한다는 고양이들과 사는 부부의 집을 둘러볼까요? #멍냥집, 여덟 번째 이야기입니다.


반가워요. 두 사람에 대해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런던에 사는 마이크와 찰리아(@11blab)입니다. 마이크는 브랜드・디지털 디자이너로, 찰리아는 주얼리 제작자(@dune.labo)로 일하고 있어요. 저희는 오브제를 수집하고 일상 속 작은 디테일을 관찰하는 걸 좋아해요. 4년 전 홍콩에서 런던으로 이주한 후, 집이 천천히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싶어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두 마리 고양이와 함께하는 집의 일상을 공유하고 있어요.



어떤 고양이와 살고 있나요

저희는 카키(Cakie)와 퍼피(Puffy)라는 두 마리 고양이와 살고 있어요. 카키와 퍼피 모두 이웃을 통해 만나게 되었죠. 줄무늬 고양이 카키는 관찰력이 뛰어나고 영리해요. 창가나 선반 꼭대기에 조용히 앉아 있는 걸 좋아하죠. 특히 저희가 식사를 할 때면 모르는 사이에 옆에 와 있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해요. 긴 털을 가진 퍼피는 좀 더 장난스럽고 솔직해요. 카키를 따라 방을 옮겨 다니거나 함께 낮잠을 자요. 호기심이 많아 집 안에 밝은 에너지를 전해주죠. 카키와 퍼피 덕분에 집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집이란 실제로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더욱 확실히 느끼게 됐어요.



동네와 집에 대해 듣고 싶어요

런던 서부의 조용한 주거 지역에 자리한 1900년대에 지어진 플랫에 세 들어 살고 있어요. 집 건물은 오래된 에드워디안(Edwardian) 양식의 특징을 갖고 있는데, 앤티크 벽난로와 높은 천장, 커다란 퇴창(건물 외벽에서 바깥으로 살짝 튀어나오게 만든 창)이 인상적이에요. 근처에는 아름다운 공원이 있어요. 창문이 공원 입구와 작은 갤러리 쪽으로 난 점이 좋아요. 하루 동안 빛이 어떻게 변하는지 자연스레 알 수 있죠. 고양이들도 이 창가에서 바깥을 관찰하며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요. 임대 주택이기 때문에 구조를 바꿀 수는 없었어요. 이미 정해진 것들과 새로운 것의 조화를 생각하며 공간을 만들어 갔죠. 물건을 하나씩 들이며 천천히 형태를 갖췄고 계절에 따라 배치를 바꾸고 있어요. 빛에 따라 공간이 자연스레 변화하도록 말이죠.



고양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한 점이 있다면

애초에 주변 환경이 고요하고 자연광이 잘 들어오는 집을 찾으려 했어요. 저희뿐 아니라 고양이들에게도 영향을 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내부 공간을 구성할 때도 고양이들을 고려했어요. 카키와 퍼피가 자유롭게 이동하고 뛰어다닐 수 있도록 ‘열린 구조’를 만들려고 했죠. 창가나 선반, 식탁 등에는 일부러 물건을 꽉 채우지 않아서 이 집에 사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함께 사용하는 장소가 되도록 했어요.


흔하지 않으면서도 아늑한 인테리어가 감각적이에요. 어떤 무드의 집을 만들고 싶었나요

명확한 스타일을 정하고 인테리어를 시작하진 않았어요. 그저 좋아하는 것을 모으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간이 완성되었죠. 전반적으로는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 오래 머물고 싶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어요. 저희가 모아온 컬렉션과 오브제를 알맞은 위치에 두어 우리만의 공간임이 드러나게 하고 싶었고요. 목재 같은 자연 소재를 좋아해서 우드 톤의 가구가 많아요. 여기에 부드러운 패브릭이나 소소한 컬러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저희에게 집은 생활 공간이자 작업 공간이기에 과하지 않으면서도 영감을 주는 환경이어야만 했어요. 칼로 잰 듯 완벽한 것보다는 함께 있을 때 편안한 것에 둘러싸이고 싶었습니다.



캣타워나 고양이 전용 침대 같은 용품이 쉽게 눈에 띄지 않네요

캣타워 등 반려동물을 위한 물건을 따로 들이진 않았어요. 대신 집 전체를 함께 쓰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죠. 창가에는 부드러운 담요를 놓아 고양이들이 편안하게 앉아 밖을 구경할 수 있게 했고, 선반 곳곳을 적당히 비워 자유롭게 오르내리도록 했어요. 높은 곳에 쉽게 올라 쉴 수 있도록요. 추운 날 카키와 퍼피는 라디에이터 근처에 머무르고, 저희가 밤샘 작업하는 날이면 카키와 퍼피도 작업실 책상에 올라와 함께 잠을 자요. 무언가 의도적으로 디자인하기보다는 고양이들이 이 집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관찰하면서 곳곳을 조금씩 조정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함께 사용하는 물건 중에, 카키와 퍼피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고양이들은 비트라(Vitra)의 사이드 체어를 특히 좋아해요. 이 의자 저 의자를 옮겨 다니며 결국 저희 자리마저 차지해 버리죠(웃음). 창가에는 미드센추리 플랜터를 두었는데요. 그 안에 화분을 놓지 않고 고양이들이 쉴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했어요. 높이가 적당해서 카키와 퍼피가 밖을 구경하기 좋아요. 이케아의 LOHALS 러그도 유용해요. 면적이 넓은 데다 고양이들이 긁거나 누워 있기 좋아하는 소재라서죠. 이 러그 덕분에 카키와 퍼피가 다른 가구에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요.



카키와 퍼피가 함께하며 부부의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하루의 시작과 끝을 카키, 퍼피와 함께하면서 일상의 작은 리듬을 무척 소중히 여기게 됐어요. 고양이들의 식사를 챙겨주고 그들을 쓰다듬기 위해 아침을 좀 더 일찍 시작하게 됐죠. 외출하고 돌아오면 언제나 카키와 퍼피가 반겨줘요. 이런 루틴이 저희의 하루를 새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공간을 대하는 방식도 달라졌어요. 저희가 처음 생각했던 모습으로 집이 유지되지 않더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었어요. 카키와 퍼피가 좋아하는 자리 어디든 담요를 놓는 것, 그렇게 변해가는 집의 모습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





Credit

  • 에디터 이경진
  • 글 김유영
  • 사진 마이크&찰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