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안에서 자유로워진 거장의 기록,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
28일, 뮤지션 사카모토 류이치가 3주기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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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생이 대략 얼만큼인지 알게 됐을 때의 심경은 어떨까. 사카모토 류이치는 앞으로 몇 번이나 보름달을 볼 수 있을지를 생각했다. 2020년 12월 두 번째 암과의 싸움이 시작됐고 대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항암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여명은 고작 6개월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세상을 떠나기엔 이른 나이지만 이룰 것은 넘치게 이룬 인생이었다. 죽음에 초연할 것만 같던 거장은 항암제의 부작용을 견디며 5년을 더 살아갈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반 년을 버텨낼지를 고민했다.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
사카모토의 번뇌는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에 담겼다. 그가 암을 발견한 후 약 3년 간의 내밀한 기록을 고스란히 실은 작품이다. 여기서 '기록'이란 제3자가 그에 대해 쓰거나 찍은 것 이전에 사카모토 본인이 쓴 일기와 메모들을 일컫는다. 시작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사랑>에 나오는 "인간은 죽음을 예측하지 못하기에 인생을 마르지 않는 샘이라 여긴다"는 내레이션이다. 사카모토가 음악을 맡았던 영화 속 음성은 그의 솔로 앨범 수록곡 'fullmoon'의 도입부이기도 하다.
모두의 삶이 그렇듯, 사카모토 역시 내레이션 같은 일상을 보냈다. 그는 2019년 봄 새 피아노를 사서 뉴욕 자택 마당에 방치해 두고 그것이 어떻게 자연으로 돌아가는지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겨울 말기 암을 선고받는다. 며칠 후 사카모토는 전 세계로 발신되는 온라인 콘서트를 연다. 정신은 지척에 온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지만 육신의 고통은 현실을 일깨운다. 그는 "내 인생은 끝났다"고 좌절하다가도 주치의에게 전화해 "10년은 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의지를 내비친다. "야수처럼 건강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후회하는가 하면 이내 "산다는 건 귀찮다"고 체념한다.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
하지만 그는 결국 스스로의 죽음을 응시하며 마지막까지 음악을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재해 지역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창단한 '토호쿠 유스 오케스트라'에 여전한 애정을 보냈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우크라이나 음악가 일리야를 위한 곡을 만들기도 했다. 햇볕과 비바람을 맞아 꽤 삭은 뉴욕 자택의 피아노를 두고 도쿄로 돌아와 8일 동안 마지막 연주회를 녹음했다. 병상 옆에는 항상 소리가 나는 것을 두었고, 세상에 가득찬 소리들을 붙잡으려 애썼다. 빗소리에 위안을 받으며 보름달과 구름의 소리도 듣길 원했다. 살아있는 동안 오케스트라 대작을 만들고 싶다던 사카모토의 음악 그 자체로 살던 건 숨이 멎기 직전까지였다. 이 모든 순간이 <다이어리>에 기록돼 있다.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다이어리>
사카모토 사후 그의 이름을 제목에 넣은 두 편의 영화가 나왔다. <오퍼스>와 이 작품 <다이어리>다. 전자가 거장의 마지막 음악 세계를 보여주며 사카모토다운 작별인사로 남았다면 <다이어리>는 이토록 무한한 음악을 만드는 인간의 삶 역시 유한하다는 비통한 사실을 전한다. 타계 1시간 전까지 피아노를 치듯 움직이던 사카모토의 손과 투병 중 찍어 둔 보름달 사진들은 그 사실을 더 눈물겹게 만든다. 영화는 4월 1일 개봉.
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주)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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