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여름이 그리워 썬번 하우스 디자이너를 찾아갔다

썬번 하우스는 쓰임을 다한 블랭킷과 패브릭을 재활용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을 만든다. 이미 누군가의 시간을 품고,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지는 옷을 만드는 셈이다.

프로필 by 장효선 2026.03.20

브랜드 소개를 부탁한다

썬번 하우스는 빈티지 블랭킷을 업사이클링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을 만드는 브랜드다. 이미 누군가의 시간을 지나온 패브릭이 새로운 형태로 다시 태어나 또 다른 삶과 시간을 이어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한다.


영화 스타일리스트로 10년간 활동해 왔다. 커리어를 전환한 계기와 브랜드를 시작한 배경이 궁금하다

영화 의상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은 지금도 내 삶의 일부다. 다만 어느 순간, 더 늦기 전에 ‘지금 가장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감각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형태가 썬번 하우스였다. ‘Sunburn’이라는 이름을 선택한 계기는 서핑을 즐기는 편이라 피부가 햇빛에 그을리고, 벗겨지고, 다시 새 살이 돋아나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그 변화의 순간에서 ‘썬번을 입는다’는 표현을 이중적으로 해석했고, 결국 브랜드 이름이 됐다.


핸드메이드임에도 패턴과 컬러 매치가 인상적이다. 제작 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빈티지 블랭킷이라는 소재의 특성상, 질리지 않는 패턴과 컬러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동시에 맨살에 닿았을 때도 촉감이 거칠지 않은지, 실제로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인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썬번의 옷을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이미 누군가의 시간을 품고,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지는 옷.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좋은 옷’의 기준은

나에게 좋은 옷은 무엇보다 ‘감정’을 남기는 옷이다. 그 다음이 시간 그리고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단 하나뿐인 옷을 입는다는 감정, 다른 쓰임으로 시간을 보내온 패브릭이 옷이 돼 나와 새로운 시간을 쌓아가는 과정 자체가 옷의 가치를 만든다고 믿는다.


브랜드가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 옷’처럼 느껴진다. 여백을 남긴다는 개념에 대해 설명해 준다면

내게 어울리지 않는 옷일지라도, 누군가에겐 그 사람만의 옷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옷이 사람을 규정하기보다, 각자의 삶에 맞게 해석되길 바라는 태도에 가깝다.


버려지는 블랭킷과 패브릭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자연이 허락해야 가능한 스포츠인 서핑을 오래 즐기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와 마주하며, 사용 후 버려지는 것들로 내가 할 수 있는 작업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그 답 중 하나가 블랭킷과 패브릭이었다.


업사이클링은 단순히 제작 방식이 아니라 창작자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선택이기도 하다

나 역시 한때는 패스트 패션을 즐기는 소비자였다. 하우스를 운영하며, 꼭 필요한 옷만 소비하려는 태도를 스스로에게 요구하게 됐고, 그 변화 과정이 브랜드의 가치관과 닿아 있다.


개인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피스가 있다면

‘맨투맨’이라는 이름으로 제작 중인 스웨트셔츠. 바다에서 서핑을 마치고 나와 물기를 닦고, 가볍게 툭 걸칠 수 있고 차가운 바닷바람도 막아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다.


썬번의 옷은 착용자의 삶에 따라 완성되는 느낌이 든다. 썬번을 입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입어줬으면 좋겠다.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스타일링을 볼 때마다, 옷이 사람을 만나 완성된다는 감각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제품을 만들 때 의도적으로 남겨두는 부분이 있다면

사이즈 택에 ‘Your Size’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옷마다 주인이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타인의 기준이 아닌, 각자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디자이너 이종경과 브랜드 대표 이종경의 차이가 있다면

그냥 사람 이종경은 불필요한 걸 하나씩 내려놓으며, 속도를 늦추고 자연스러운 삶의 리듬을 지키려 한다. 반면 브랜드 대표로서 이종경은 썬번이 가진 태도와 세계관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조금 더 단단해지고, 당당하기 위해 노력한다. 두 모습은 결이 다르지만, 결국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나도 지키고 싶은 브랜드 원칙이 있다면

옷의 가치를 잊지 않는 것. 이미 누군가의 시간이 담긴 물건이 또 다른 삶과 연결돼, 시간이 공유된다는 감각을 전하고 싶다.


썬번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

여름이 오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바다와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건강한 브랜드. 누군가에겐 끝이었고, 누군가에겐 시작이 되는 옷을 만들던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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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장효선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