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조향사가 타히티 여행을 다녀와서 만든 신상 향수
에르메스 퍼퓸 조향사 크리스틴 나이젤이 오랫동안 꿈꿨던 타히티 여행. 그곳에서 보고 느낀 모든 감각이 상상 속 심해의 정원 향기 ‘운 자르뎅 수 라 메르’로 재창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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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퍼퓸 조향사 크리스틴 나이젤.
아테네와 파리에서 만난 뒤 세 번째 만남입니다. 운 자르뎅 수 라 메르 출시를 앞두고 받은 사전 자료에서 ‘파페에테’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그곳에서 예술적 영혼을 불태운 폴 고갱이 떠올랐습니다. 원시적인 자연과 강렬한 색채 등이 이 향수에 녹아 있는 키워드가 아닐까 상상하며 당신과의 인터뷰를 기다렸어요
타히티는 예부터 수많은 예술가와 여행자에게 영감을 준 곳입니다. 타히티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보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죠. 저는 메리 워버그(Mary Warburg)의 풍경화를 떠올렸어요. 폴리네시아를 배경으로 한 그녀의 그림 속에 표현된 ‘빛’에 완전히 매료됐죠. 폴 고갱이 여성의 몸 위에 드리워진 빛을 그린 방식도 굉장히 아름다워요. 타히티에 도착하자마자 알 수 있었습니다. 이토록 푸른 하늘과 바다의 빛이라니, 하늘과 바다가 경계 없이 이어진 것 같았어요.
이국적인 티아레 꽃향기에 타마누 열매, 산호 어코드, 미네랄 노트를 더한 운 자르뎅 수 라 메르 오 드 뚜왈렛, 30ml 11만2천원, 50ml 16만5천원, 100ml 24만5천원, Hermès.
제품명을 직역하면 ‘바다 밑의 정원’이에요. 당신이 그려낸 정원 풍경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주세요
타히티를 여행하는 건 제 오랜 꿈이었고, 그곳에서 만난 수중 생태계의 아름다움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바닐라 섬’으로 불리는 타하(Taha’a) 섬이 있어요. 그곳에서 수경을 낀 채 물살에 몸을 맡겼더니 어느새 산호초 군락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고 있더군요. 마치 상상의 미끄럼틀을 타는 것 같았어요. 섬에서 자주 마주치게 되는 티아레 꽃도 빼놓을 수 없어요. 정말 섬세하고 부드러운 향을 지닌 희귀한 꽃이라 조향사들에겐 신화적 식물인데, 타히티에서는 어디에나 흐드러지게 피어 있더군요. 푸른 해변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늘을 만드는 나무도 너무 아름다웠죠. 나무 뿌리의 일부가 물속에 잠긴 채 열매를 맺는데, 견과류 같은 향이 나는 게 매우 흥미로웠어요. 타하 섬에서 나는 바닐라 타히텐시스라는 품종의 향도 굉장히 풍부하고 또렷했습니다. 폴 고갱이나 메리 워버그가 그림으로 표현했듯, 산호초 위를 헤엄쳐 가던 순간 느꼈던 깊은 매혹, 그 모든 후각적이고 시각적인 경이로움을 한 병에 담아내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작업이었어요.
바다에서 영감을 얻은 향이라고 하면 보통 솔티 노트가 가미된 ‘짭짤한 내음’일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당신은 단 한 번도 그런 힌트를 언급하지 않는 게 흥미로워요
맞습니다. 저는 전형적인 마린 노트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요.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건 소금 향이 아니라, 그 ‘감각’이었으니까요. 타히티의 바다는 수온이 높은 편인데, 물에서 나오면 피부에 남은 소금기가 바람에 금세 마르죠. 바로 그 느낌, 바닷물이 마른 뒤 피부에 남은 소금 결정의 은은한 감각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나도 모르게 핥아보고 싶을 만큼 감미로운 감각에 티아레 꽃과 타마누 너트, 바닐라, 코코넛 등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섬세하게 스며드는 조향. 그것이 제가 택한 방식입니다.
역시 에르메스에서 ‘피부’라는 요소는 빠질 수 없네요. 바레니아도 마찬가지였죠. 바레니아 출시 당시 아프리카의 한 전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당신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이번 운 자르뎅 수 라 메르는 어떤가요? 이 향을 음미하면서 떠올리면 좋을 책이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특정한 책을 권하기보다 여행을 다룬 책들, 그중에서도 바다 사진이 많이 실린 책이라면 뭐든지 좋을 것 같네요. 제 머릿속에 맴도는 건 타히티의 압도적인 파란색 이미지입니다. 어디까지가 하늘인지 바다인지, 경계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거든요. 보는 것만으로도 그곳으로 뛰어들고 싶게 만드는 그런 여행책이면 좋겠어요. 향수 보틀의 푸른 빛깔과 바다 이미지들이 당신을 꿈꾸게 할 거예요.
Credit
- 에디터 정윤지
- 아트 디자이너 김려은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COURTESY OF HERMÈ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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