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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드: 포 굿', 행복 다음의 행복을 찾아서

1년이라는 인터미션을 기다린 보람이 충분한 <위키드> 첫 실사 시리즈의 화려한 결말.

프로필 by 라효진 2025.11.19

** 기사에 <위키드: 포 굿>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행복을 논할 땐 늘 어려움이 따릅니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의 목적이 스스로의 행복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 받는 것,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 곤경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것, 남들이 부러워 할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 등 다양한 행복이 있을 겁니다. 이렇게 보면 행복은 결코 홀로 피어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 자체로 한 인간이 받은 외부 자극의 결과물이며, 어딘가에 반사되지 않는 한 깨우치기 힘듭니다.


행복이 온전히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니, 왠지 진정성이 떨어져 보입니다. 행복을 얻으려면 행복하지 않은 행위를 해야 할 때도 있죠. 내 행복과 다른 형태의 행복을 이해할 수 없기도 하고요. 더 무서운 건 넓은 의미의 행복은 결코 멈춰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겁니다. 누군가는 더 많은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고, 누군가는 현재의 행복을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어느 쪽이든 살아야 하고, 노력이 필요하죠. 지금껏 궁극적 행복이라 생각했던 것에 도달한 다음 깊은 허무에 빠진 인간을 보여준 사례들은 픽션과 논픽션을 막론하고 넘쳐 납니다.


<위키드: 포 굿>

<위키드: 포 굿>


영화 <위키드> 시리즈는 이 같은 행복의 본질적 유동성에 관한 이야기로 읽힙니다. 1년 전 <위키드>에서는 녹색 피부와 특별한 능력 탓에 가족마저 외면한 엘파바(신시아 에리보)는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 덕에 그 특징이 가치 있는 것임을 알게 됐죠. 마법 소질 외에는 모든 걸 가진 글린다는 자신과 정 반대인 엘파바를 통해 우정의 존재를 처음 깨달았습니다. 극 중 무도회에서 함께 추던 춤은 둘의 우정이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늘 혼자였지만 결국 친구를 원했기에 무도회로 간 엘파바와 학교 인기인으로서의 체통(?)을 버리고 엘파바와 춤을 췄던 글린다의 모습은 새로운 행복을 발견한 순간이기에 상징적이죠.


<위키드: 포 굿>에서 엘파바는 어엿한 마녀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사악하다는 누명을 쓴 채입니다. 반면 글린다는 '착한 마녀'로 꾸며져 '오즈'의 마법사(제프 골드블룸)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는 선전용 인물로 자리잡았습니다. 그는 '베스트 프렌드'라 부르짖던 엘파바를 변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극적으로나마 '마녀를 죽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동참합니다. 우정은 추억으로 남기고 오즈의 착한 마녀로 살아가는 것이 글린다가 추구하는 행복인 거죠. 피예로(조나단 베일리)와 결혼만 하면 '해피 엔딩'을 맞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피예로와 상의 없이 오즈 주민들 앞에서 결혼을 발표해 버리기도 하죠. "모든 꿈이 이뤄졌으니 행복한 게 당연하겠지"라고 되뇌이는 글린다의 얼굴에는 허무가 가득합니다.


<위키드: 포 굿>

<위키드: 포 굿>


그 사이 엘파바의 목표는 바뀌었습니다. 모두가 자신을 사악한 존재로 보는 건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마법사는 아무런 능력이 없으며, 마담 모리블(양자경)이 배후에서 그를 위대한 인물로 만들어 통치에 이용해 왔다는 사실을 오즈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먼저입니다. 탄압으로 언어를 잃고 핍박당하는 동물들이 오즈를 떠나는 것도 막고 싶어요. 이를 행복으로 삼은 엘파바의 여정은 '나쁜 마녀'와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하지만 오즈 사람들과 동물들에게 엘파바의 말에 따르고 싶냐고 묻는다면 당장은 '그렇다'고 즉답하지 않을 거예요. 이 모든 상황을 제3자로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은 1차적으로 엘파바가 선하고 글린다는 악에 가담한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시선을 각자의 입장으로 돌려본다면 절대적인 선악도, 누구나 이해할 완벽한 행복도 없다는 걸 알게 되죠.


행복의 무게추는 영화 내내 정신없이 이동합니다. 먼저 엘파바의 행복을 이해하는 유일한 인물, 피예로가 글린다를 떠납니다. 하지만 엘파바는 사고로 동생 네사로즈(마리사 보데)를 잃습니다. 동생이 죽은 자리에 애도를 하러 갔다가 글린다와 혈투(?)를 벌이고, 자신을 붙잡으러 온 오즈 군인들에게 연인 피예로를 넘긴 채 몸을 숨겨야 하는 신세가 됩니다. 엘파바와 글린다가 각자의 행복을 완성하려고 몸부림치는 과정은 모두가 겪어온 삶의 단면과 닮았습니다.


<위키드: 포 굿>

<위키드: 포 굿>


오즈의 마녀사냥이 거세지고, 잃을 것을 모두 잃은 두 친구는 더 이상 이전과는 같지 않은 상태로 만나게 됩니다. 여기서 엘파바와 글린다는 영원한 마지막 인사를 나눕니다. 변해 버린 자신이 선인지 악인지, 행복한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서로를 통해 달라졌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요. 더 좋은 사람이 됐다는 걸 믿자는 안녕과 함께 둘은 작별합니다. 엘파바는 그렇게 사랑했던 오즈 밖으로 나서고, 글린다는 친구와 옛 연인이 떠난 오즈의 새 통치자가 됩니다. 결국 당초 엘파바와 글린다가 이루고 싶던 행복은 완벽한 모습을 갖추지 못하고 흩어진 거죠. 그런데 이들은 불행하지 않습니다. 곁에 없어도 영원한(For Good) 우정을 동력으로, 또 다른 행복을 묵묵히 살아갈 뿐입니다.


<위키드: 포 굿>

<위키드: 포 굿>


<위키드> 시리즈는 동명의 뮤지컬을 따라갑니다. 작년의 <위키드>가 뮤지컬 1막이라면 <위키드: 포 굿>은 2막입니다. 전자는 엘파바와 글린다의 갑작스런 절친 선언을 제외하면 보편적 정서로 마무리를 지었죠. 후자는 조금 복잡합니다. 우선 <위키드>와의 연속성도 있습니다. 원작 뮤지컬, 적어도 태초의 <오즈의 마법사>에 대한 정보가 아예 없다면 <위키드: 포 굿>은 '사이다 제로'의 막장 드라마로 비칠 위험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름다운 비주얼과 두 친구의 가창력이 빛나는 넘버들은 아직 <위키드>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위키드: 포 굿>은 19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해 상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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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라효진
  • 사진 유니버설 픽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