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가든과 반려견 폴리, 둘이 듀엣 어때요
불타는 애정도, 뜨거운 우정도 아닌. 카더가든과 폴리 사이 차곡히 쌓인 사랑의 평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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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는 강아지고, 인간은 인간이죠.” 특유의 무심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카더가든은 반려견 폴리의 7년차 반려인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든가, 목숨까지 줄 수 있다는 묵직한 단언으로 그가 폴리에게 품은 감정을 표현하기엔 왠지 낯간지럽다. 다만 흰 솜 뭉치 같이 조그맣던 폴리가 일곱 살, 사람으로 치면 중년이 될 때까지 별탈없이 보살펴 온 건 분명 카더가든이다. 그가 설명하는 폴리와의 관계는 ‘반려견과 반려 인간’.
선글라스는 Carier. 수트와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건조하게 들리는 이 말은 삶을 나눠 쓰는 인간과 동물의 상태를 보이는 그대로 묘사한 것 같다. 하지만 어떤 가치 판단도 끼어들 틈 없는 사이란 뜻이기도 할 터. 둘은 연인도 친구도 가족도 아니지만, 반대로 그 모든 것이기도 하다. 카더가든과 폴리가 공유하는 이 모순적 사랑이 실재함을 확신하는 까닭은 둘의 평범한 일상에 있다. 반려견은 매일 아침 반려인을 깨우고, 반려인이 제 할 일을 하고 있으면 반려견은 그 옆을 가만히 지킨다. 둘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는 집 앞 공원의 산책로, 그곳에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 카더가든과 폴리가 자연스럽게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는 것이다.
카더가든은 폴리와 함께한 이후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을 둘만의 제주도 여행을 꼽았다. 도시에서 반려견과 생활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반려동물의 온전한 자유가 제한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반려인은 잠깐이라도 폴리에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행복을 선물하고 싶었다. “폴리가 평소에도 잘 뛰어다녀요. 맑고 화창한 날씨, 비틀스의 ‘Strawberry fields forever’ 같은 노래가 폴리에게 어울려요. 그래서 목줄을 안 한 채 돌아다니게 해 주고 싶어서 제주도에 마당이 큰 집을 빌려서 여행했어요. 비행기에 처음 태우는 건 걱정됐지만 속박 없이 풀어놓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습니다.”
그가 반려견에게 작은 자유를 알려줬다면, 카더가든은 폴리로부터 책임감을 배웠다. 이전까지는 동물을 ‘반려’로 삼는 걸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특별할 것 있겠냐는 솔직한 마음은 폴리와 만난 후 바뀌었다. “제가 책임져야 할 생명체가 생겼다는 것이 폴리에게 받은 가장 큰 영향입니다. 주변에서 ‘반려견 키우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강조하는 건 그런 책임감 때문이었어요.” 매체는 물론 이미 반려동물이 있는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도 반려생활 관련 이야기들은 빠지지 않았다. 반려생활은 혼자일 때와 달리 조심스러웠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사람도 동물도 알 수 없는 처음에는 더욱 그랬다. 반려인의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조건이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건 폴리가 알려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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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는 Gentle Monster. 수트와 셔츠, 슈즈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금은 무거운 책임만큼 편안한 익숙함이 둘 사이에 내려앉았다. 카더가든이 출연하는 방송에는 대개 폴리도 등장한다. 으레 동물이나 아기 앞에서 나올 법한 ‘혀 짧은 소리’를 못하는 반려인과 심드렁한 반려견의 모습에서 영화 <맨 인 블랙> 시리즈의 J와 프랭크의 유쾌한 콤비 플레이가 엿보인다. 그렇다면 둘의 성격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까? 촬영장에 있는 모든 사람의 발치에 한 번씩 머무르며 눈을 맞추는 폴리는 사람 좋아하는 카더가든과 비슷하다. “폴리는 완전히 ‘사랑둥이’예요.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데 반면에 질투도 심해요. 예를 들어 제가 집에 친구를 초대해 나란히 앉아 있으면 그 사이를 무조건 비집고 들어오는 거죠(웃음). 그런 점에선 저와 다르지만, 폴리가 말을 한다면 제 말투와 같을 거예요.”
코트와 타이는 Recto. 셔츠와 팬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트는 Recto. 선글라스는 Balenciaga.
한참 반려견 이야기로 여념 없는 카더가든을 보며, 그가 폴리에게 느끼는 감정을 무엇으로 정의하는지 궁금했다.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며 던진 질문에 뜻밖에도 카더가든은 즉답했다. “사랑이죠.” 함께한 시간을 뛰어넘는 깊이의 마음을 그는 ‘사랑’이라고 불렀다. “죽고 못사는 사랑이 아니라, 마음 한구석에 항상 같은 모양으로 자리하고 있는 사랑이에요. 일 때문에 시간이 많이 없다 보니 폴리가 외로웠던 때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 시간을 돌아보게 되는 사랑이라고 할까요?”
코트와 타이는 Recto. 선글라스는 Bottega Veneta. 셔츠와 팬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트는 Recto.
반려견과 닮아가는 부분이 ‘식탐과 체중’이라며 너스레를 떨다가도, 반려인으로서 겪는 어려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간식을 마구 주고 싶은데 폴리의 건강 때문에 그럴 수 없는 점”이라고 털어놓는 것이 카더가든의 사랑이었다. 그는 폴리와 더 조화로운 생활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외부에서 찾지 않았다. “폴리와 잘 살아가기 위해 이 세상에 바라기보다 제가 신경을 많이 써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반려견에게는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반려인 밖에 없으니까요. 반려인이 완벽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하려면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그걸 잘하려는 노력이 먼저죠.” 폴리에게 딱 한 마디, 전하고 싶은 말은 “아프지 마라”. 카더가든이 툭 꺼내 놓은 단어들이 그가 정의한 사랑의 모양으로 폴리에게 닿을 것만 같았다.
Credit
- 패션 에디터 이하얀
- 피처 에디터 라효진
- 사진가 신선혜
- 패션 스타일리스트 김지영
- 헤어 &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서현
- 아트 디자이너 이소정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 어시스턴트 김동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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