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엄정화, 진돗개 슈퍼는 화보 최강자 맞네 맞아
"돌봄이라는 감정이 저를 지탱해줘요." 엄정화와 ‘슈퍼’가 서로의 리듬에 맞춰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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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가 반려견 ‘슈퍼’를 처음 만난 건 함께 살던 ‘탱글이’를 떠나보낸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때였다. 마음의 구멍이 메워지지 않던 어느 날, 진돗개를 여럿 기르던 동생이 연락해 왔다. “누나, 우리 ‘가락이’가 새끼를 낳았어. 한번 보러 와.” 그녀는 손사래를 쳤다. “아직 못 키워. 게다가 진돗개라니. 자신 없어.” 동생과 조카는 어느 날, 새끼 진돗개 두 마리를 보여주겠다며 찾아왔고, 조카는 편지를 써두고 돌아갔다. ‘고모, 일주일만 키워봐요. 두 마리 다 돌려보내도 괜찮아요.’ 그날 밤 엄정화는 낯선 두 생명체와 함께 잠들었다. 강아지들이 서로를 쫓으며 요란하게 뛰어다니던 첫날 새벽, 그녀는 생각했다. ‘귀엽긴 하네. 그래도 일주일 후에 돌려보내야지.’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는 조금 달랐다. 두 마리 모두 깨어 있는 게 분명한데 조용했다. 마치 그녀의 기분을 읽기라도 한 듯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엄정화는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기다려주고, 아무 가르침 없이도 이 집의 분위기와 자신의 리듬에 맞춰주는 두 강아지들이 신기했다. 마음이 닿는다는 것은 꼭 말로만 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낀 순간. 엄정화는 둘에게 다정한 이름을 지어줬다. ‘슈퍼’와 ‘스타’. 하지만 두 마리 모두 돌볼 자신은 없었고, 유난히 그녀 곁을 떠나지 않던 슈퍼가 남았다. “마당에 내놓으면 스타는 뛰어다녔지만, 슈퍼는 잠깐 볼일만 본 뒤 집 안으로 뛰어들어 왔어요. 집을 벗어나려 하지 않았죠. 마치 내 옆에만 있겠다는 듯이.”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슈퍼를 처음 봤을 때 탱글이가 생각났어요. 탱글이가 보내준 강아지라는 느낌이 들었죠.”
어느 밤, 불을 끄려다 문득 슈퍼와 눈을 마주친 순간이 있었다. 그때 엄정화는 진돗개 슈퍼에게서 탱글이의 얼굴을 봤다. “제가 ‘탱글아’ 하고 부를 정도로 정말 탱글이 얼굴처럼 보였어요. 마법처럼.” 탱글이는 푸들이었다. 반려동물의 삶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부족하던 시절, 엄정화는 빽빽한 스케줄로 바빴던 때라 탱글이를 외롭게 둔 적이 많았다. “그게 늘 미안했어요. 슈퍼를 만나면서 후회 없을 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하자고 다짐했죠. 탱글이가 없었다면 슈퍼도 없었을 거예요.” 엄정화에게 탱글이가 ‘처음 사랑을 배우게 해준 존재’였다면, 슈퍼는 ‘일상을 끝없는 사랑으로 채워준 존재’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은 결국 나를 돌아보는 과정인 것 같아요. 슈퍼를 돌보는 일상은 제 하루의 균형을 잡아줘요. 혼자 있으면 스스로를 힘들게 할 때도 있는데, 슈퍼 덕분에 중심을 잡아요.”
엄정화의 하루는 슈퍼와 함께 찾은 둘만의 리듬으로 시작된다. 아침 8시, 슈퍼가 침대로 올라와 발로 그녀를 툭 건드린다. “일어나~”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으로. 하지만 둘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룰도 있다. 비가 오는 날은 산책하지 않는다는 것. “비 오는 날은 슈퍼도 자요. 서로 내버려두는 그 시간조차 편안하죠.” 팬데믹으로 세상이 멈췄던 시기, 엄정화의 일상은 오히려 단단해졌다. 슈퍼 덕분이었다. “거의 매일 2시간씩 걸었어요. 슈퍼가 걷고 싶은 만큼 산책하느라 힘에 부치는 날도 많았지만 어느새 습관이 됐죠. 덕분에 저도 많이 건강해졌어요.” 진돗개의 강인한 힘에 팔이 아플 만큼 끌려다니며 시작된 산책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루틴이 됐고, 그녀의 삶을 안정시켰다. 슈퍼 덕분에 ‘산책 친구’들도 생겼다. 처음엔 음악을 들으며 걸었지만, 이제는 아무 소리도 듣지 않는다. “완전히 이 루틴에 익숙해져서 그래요. 걷는 동안은 아무 걱정도 없어요.” 한남동 골목에서 남산까지, 때로는 한강공원까지. 둘은 지금도 매일 발을 맞춰 걷는다. 슈퍼는 익숙한 길보다 새로운 길을 좋아한다. 그건 어쩌면 가수 혹은 배우로 살며 늘 새로운 변신을 마다하지 않는 엄정화의 태도와 닮았다. “이제 슈퍼 없이는 산책이 어색해요. 그 시간이 제 하루를 정리해 주죠.”
슈퍼는 예민하고 젠틀하며, 다정하면서도 단정한 진돗개다. 주인이 딱 한 번 안 된다고 일러준 행동은 두 번 다시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녀의 마음과 기색을 누구보다 기민하게 읽는다. 엄정화가 아플 땐 침대 위로 올라와 곁을 지킨다. “슈퍼는 원래 침대에 절대 올라오지 않아요. 하지만 가위 눌려서 힘들던 어느 밤에는 침대에 올라와 날 깨워줬어요. 정말 신기한 친구예요. 언젠가 한번 슈퍼 앞에서 기절하는 척도 해봤는데, 그땐 무시했죠(웃음).” 매일 엄정화의 하루는 감사의 기도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산책과 식사, 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그 안엔 더 이상 공허함이 없다. “예전엔 참여할 작품을 기다리는 공백이 힘들었어요. 근데 지금은 슈퍼 덕분에 그 시간이 불안하지 않아요. 기다림을 불안이 아니라 진정한 쉼으로 채울 수 있게 됐어요. 슈퍼는 내 마음을 채워주는 존재예요. 덕분에 마음이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혼자 있으면 자신을 괴롭히게 되는데, 슈퍼를 돌보면서 균형을 잡아요. 어쩌면 돌봄의 감정이 저를 지탱하는 건지도 몰라요.”
슈퍼와 함께하면서 엄정화에게는 돌봄과 책임이 삶의 중요한 일부가 됐다. “확실한 건 혼자 있을 때보다 누군가를 돌볼 때 삶이 더 단단해진다는 거예요.” 엄정화는 돌봄을 일방적 헌신이 아니라, 관계의 순환으로 생각한다. “슈퍼도 저를 돌봐요. 제가 힘들면 꼭 옆에 와요.” 의상 피팅 촬영을 할 때면 언제나 앵글 속에 슈퍼가 있다. 주인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운동할 땐 트레이너와 그녀 사이에 서서 ‘여긴 내 자리야’라며 버티기도 한다. 유튜브 촬영도 그림자처럼 함께한다. “제가 자기를 필요로 한다는 걸 아는 것 같아요.” 슈퍼는 다섯 살, 이제 청년기다. 겉으론 점잖고 차분하지만 속은 사랑으로 가득하다. “다른 이들을 지켜줄 줄 알고, 돌볼 줄 아는 늠름하고 사랑스러운 아이죠. 슈퍼는 변하지 않아요. 이 작은 존재가 전하는 진심이 얼마나 숭고한지 매 순간 깨달아요.” 오늘도 엄정화와 슈퍼는 서로의 곁에 서고, 바라보고, 나란히 걷는다. 둘의 삶을 지탱한 단단한 근육, 함께 이뤄낸 조용하고 힘센 사랑의 비결은 지난 5년간 서로의 리듬에 맞춰 살아온 시간 속에 있다.
Credit
- 패션 에디터 장효선
- 피처 에디터 이경진
- 사진가 김선혜
- 패션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루나
- 메이크업 아티스트 원제홍
- 세트 스타일리스트 권도형(온도)
- 아트 디자이너 이소정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
- 어시스턴트 임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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