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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과 츄츄, 히히, 보슬이의 가족 찾기 프로젝트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이 친구들의 사랑 방식이라고 임시완은 말한다.

프로필 by 정소진 2025.11.05

“가족은 한평생을 함께하는 존재인 것 같아요. 혈연으로만 묶이는 관계가 아닌, 그걸 뛰어넘어 삶 전체를 교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사이가 넓은 의미의 가족이죠.” 임시완은 말을 고르며 이렇게 말했다. 그에게 가족이란 공유한 시간의 길이에 가깝고, 그 시간에는 언제나 동물들이 있었다.


 츄츄, 보슬, 그리고 히히.

츄츄, 보슬, 그리고 히히.

이날 임시완은 세종미용학원에서 구조된 다섯 살의 츄츄와 히히, 보령 불법 번식장에서 구조된 일곱 살 보슬이와 함께했다. “이 친구들이 최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진을 찍는다고 억지로 포즈를 만들기보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려고 했죠.” 그 덕분인지 세 친구는 자유분방한 화보 컷을 완성해 냈다! 임시완은 이 멋진 트리오를 ‘구김살 없는 친구들’이라 불렀다. “사람 손을 무서워하지 않고, 꺼리지도 않네요. 모범생 같아요. 교육을 잘 받은 친구들처럼 말이죠.” 어릴 때부터 반려견과 함께 자란 그는 문득 그 시절을 소환했다. 그토록 빨리 집에 가고 싶었던 이유 말이다. “부산에 살 때 학교 끝나고 집에 가면 반겨주는 존재들이 있었어요. 어린 저는 그들과 같이 뛰어놀았죠. 특히 첫 만남은 지금까지 잊을 수 없어요. 어느 순간 선물처럼 집에 와 있었는데, 낯을 가려서 며칠 동안 아주 천천히 거리를 좁혀나갔어요. 그게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모릅니다.”


안경은 ‘씬타늄 5555’ 모델로 Lindberg. 후디드 코트는 Bon Bom. 셔츠와 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경은 ‘씬타늄 5555’ 모델로 Lindberg. 후디드 코트는 Bon Bom. 셔츠와 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경은 ‘에어 티타늄 림 올라’ 모델로 Lindberg. 그러데이션 모헤어 스웨터와 팬츠는 모두 Jil Sander.

안경은 ‘에어 티타늄 림 올라’ 모델로 Lindberg. 그러데이션 모헤어 스웨터와 팬츠는 모두 Jil Sander.

그래서인지 임시완은 츄츄와 히히, 보슬이를 능숙하게 다뤘다. 마치 임시완의 어린 시절처럼 넷은 금세 친구가 됐고, 촬영 후반부에는 낯을 가리던 히히와 발랄했던 츄츄마저 임시완의 허벅지에 기대어 눈을 붙였다. 보슬이는 촬영 내내 임시완을 올려자 보며 곁에 묵묵히 서 있었다. 이토록 구김살 없고 사랑스러운 친구들은 어디서 왔을까? 여기에는 아주 깊은 사연이 있다.


안경은 ‘스피릿 2564’ 모델로 Lindberg. 레더 재킷과 셔츠, 스트라이프 타이, 팬츠는 모두 Amiri.

안경은 ‘스피릿 2564’ 모델로 Lindberg. 레더 재킷과 셔츠, 스트라이프 타이, 팬츠는 모두 Amiri.

선글라스는 ‘선 8220’ 모델로 Lindberg. 포켓 장식의 레더 재킷과 셔츠, 스트라이프 타이, 팬츠는 모두 Amiri.

선글라스는 ‘선 8220’ 모델로 Lindberg. 포켓 장식의 레더 재킷과 셔츠, 스트라이프 타이, 팬츠는 모두 Amiri.

안경은 ‘아세타늄 1063’ 모델로 Lindberg. 그레이 니트 톱과 브라운 레더 타이는 모두 Ych. 셔츠는 Noice.

안경은 ‘아세타늄 1063’ 모델로 Lindberg. 그레이 니트 톱과 브라운 레더 타이는 모두 Ych. 셔츠는 Noice.

2024년 2월, 동물구조단체 ‘동물자유연대’는 충남 보령으로 출동했다. 인적이 드문 산속에 있는 불법 번식장에 약 124마리의 동물이 방치됐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간 활동가들은 번식장 풍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전기는 끊긴 지 오래고, 개들이 지내던 환경은 처참할 정도로 열악했다. 단 한 번도 배설물을 치운 적 없는 듯 오물로 뒤덮인 그곳에서 동물들은 철망 뜬장에 갇힌 채 방치돼 있었다. 잔뜩 쌓여 화석처럼 굳은 배설물 위에서 오직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며 먹고 잤던 친구들, 보슬이는 이곳에서 구조됐다. 그로부터 1년 후, 동물자유연대는 충남 세종시의 한 동물미용학원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미용 가위질 연습과 불법 번식에 이용된 50여 마리의 개를 구조했다. 하악 골절 · 안구 질환 · 유선 종양 등의 질병은 피할 수 없었고, 반복된 임신과 제왕절개로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던 아이들 중 두 마리가 츄츄와 히히다.


안경은 ‘에어 티타늄 림 시게’ 모델로 Lindberg. 스카프 장식의 셔츠와 팬츠, 스티치 벨트는 모두 Ami.

안경은 ‘에어 티타늄 림 시게’ 모델로 Lindberg. 스카프 장식의 셔츠와 팬츠, 스티치 벨트는 모두 Ami.

그러데이션 모헤어 스웨터는 Jil Sander.

그러데이션 모헤어 스웨터는 Jil Sander.

아픈 상처를 가졌지만 구김살 없는 영혼들. 어릴 적의 임시완은 동물에 대한 이해가 지금보다 부족했다고 고백한다. “지금의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함께 살던 친구들에게 훨씬 잘해줬겠죠. 그 생각을 하면 미안하기도 해요.” 이제 그는 반려동물을 ‘무조건적 사랑을 주는 존재’라고 정의한다. “사람은 재고 따지지만, 반려동물은 조건이 없어요. 그냥 주는 거예요. 대가나 이유 없이.” 이들을 통해 임시완은 좋은 사람의 정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둥글고 수용력이 뛰어난 사람이요. 누구를 만나도 잘 융화하고, 주관이 뚜렷하지 않을지언정 의견으로 갈등을 빚는 게 덜한 사람이 좋습니다.” 그는 좋은 배우와 좋은 사람 사이에서 매번 중심을 잡으려 한다. “좋은 배우는 주관이 뚜렷해야 합니다. 캐릭터 전문가가 돼서 생명력을 부여하는 힘을 갖춰야 하니까요. 반면 좋은 사람은 유연해야 하잖아요. 이 둘을 동시에 갖는 건 쉽지 않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어디까지 고집을 부릴까, 얼마나 둥글게 갈까 매번 고민합니다. 늘 숙제예요.”


안경은 ‘아세타늄 1063’ 모델로 Lindberg. 그레이 보트넥 니트 톱과 펀칭 디테일의 쇼츠, 브라운 레더 타이는 모두 Ych. 셔츠는 Noice. 양말과 레이스업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경은 ‘아세타늄 1063’ 모델로 Lindberg. 그레이 보트넥 니트 톱과 펀칭 디테일의 쇼츠, 브라운 레더 타이는 모두 Ych. 셔츠는 Noice. 양말과 레이스업 슈즈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안경은 ‘스피릿 티타늄 2575’ 모델로 Lindberg. 스트라이프 재킷과 셔츠, 타이, 브로치는 모두 Ernest W. Baker by 10 Corso Como Seoul.

안경은 ‘스피릿 티타늄 2575’ 모델로 Lindberg. 스트라이프 재킷과 셔츠, 타이, 브로치는 모두 Ernest W. Baker by 10 Corso Como Seoul.

임시완은 현재 반려 가족이 없지만 언젠가 꼭 만나길 고대한다. “제가 밖에 있는 시간이 많아요. 반려 가족은 누군가의 일부분이 아니라 전부잖아요. 책임질 수 있을 때 만나고 싶습니다.” 함께 살아갈 준비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는 한때 사랑보다 일이 우선인 사람이었다. “항상 일 생각이 먼저였어요. 일이 잘돼야 다른 것도 괜찮다고 믿었죠. 하지만 이제는 그게 풍요롭지 않다는 걸 알았습니다. 중요한 건 진심이에요. 연기도 마찬가지고요. 첫 영화 <변호인> 촬영 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배우로 던져졌는데, 오히려 좋았습니다. 그때 연기도 진심으로 부딪혀야 한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임시완은 말을 이었다. “중요한 건 마음입니다. 진심이면 다 통해요. 연기도, 사람도, 사랑도요.” 촬영장에서 만난 세 마리의 구조견 츄츄, 히히, 보슬이처럼 그도 세상과 부드럽게 맞닿은 사람이다. “이 친구들이 사랑이 풍족한 환경에서 자랐으면 좋겠어요. 그런 환경을 마련해 줄 수 있는 가족을 만나기를.” 이 담백한 마음이 오늘도 세상을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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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피쳐 에디터 정소진
  • 패션 에디터 김명민
  • 사진가 김신애
  • 패션 스탕리스트 김이주
  • 패션 스타일리스트 김이주
  •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재선
  •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지선
  • 아트 디자이너 이소정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 어시스턴트 오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