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까르띠에가 정의하는 사랑이란?

사랑을 하나의 원으로 은유한 까르띠에의 아이콘, ‘LOVE 언리미티드’.

프로필 by 강서윤 2025.09.30

우리는 사랑을 말할 때 종종 사물을 빌려오곤 합니다. 오래전 남산 타워 난간에 빽빽하게 걸린 자물쇠처럼, 열쇠를 던져버리며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려는 행위는 사랑의 가장 상징적인 의식 중 하나였습니다. 까르띠에가 1969년 내놓은 LOVE 브레이슬릿 역시 그러했습니다. 잠금장치와 스크루 모티프에서 탄생한 이 브레이슬릿은 스크루 드라이버로 잠그는 방식으로 두 사람이 나눈 약속을 ‘잠금’이라는 구체적인 행위로 형상화하며, 단순한 주얼리가 아닌 사랑의 새로운 정의가 되었습니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곧 하나의 모험’이라는 메시지를 담아, 누군가는 서슴없이 손목을 내밀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무게를 아름다움이라 불렀죠.





반세기가 흐른 지금, 까르띠에는 다시 한번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랑은 어떻게 확장되는가? 그리고 그 답으로 'LOVE 언리미티드(LOVE Unlimited)'를 내놓았습니다. 이전의 견고한 결속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에는 유연하게 손목을 감싸며 또 다른 브레이슬릿과 연결되는 무한의 고리. 한계 없는 사랑이라는 이름처럼, 원하는 만큼 이어지고 겹쳐지며 무한히 확장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매끈하게 이어진 브레이슬릿뿐이지만 수많은 프로토타입과 장인의 시간이 스며 있는 산물입니다. 잠금장치를 브레이슬릿과 완전히 하나로 통합해 겉으로 오직 200개의 리본이 이어진 듯 보이게 만들어졌죠. 기존의 견고한 오벌형 브레이슬릿과 달리, 어떠한 커팅이나 추가적인 링크 없이도 편안하게 착용하며 피부에 부드럽게 흘러내리듯 유연하게 밀착됩니다. 또 다른 브레이슬릿과 연결해 짝을 이루거나 무한히 확장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 구조는, 사랑이 가진 무한성과 결속을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제 하나의 주얼리를 통해 사랑의 여러 얼굴을 읽어냅니다. 결속과 자유, 모험과 헌신, 그리고 무한한 확장성까지. 까르띠에가 만든 이 작은 원은 결국 사랑이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큰 진실을 보여줍니다. 사랑은 잠그는 순간 시작되고, 풀리지 않는 동안 계속 확장된다는 것. 이는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온 까르띠에의 질문,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대답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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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까르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