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머리숱 고민? 머리카락 풍성해지는 방법 총정리

"포스가 함께하길" 자꾸만 빈약해지는 내 머리숱에 고하는 말이다.

프로필 by 정윤지 2025.06.01

출퇴근길의 만원 지하철. 콩나물 시루처럼 서 있는 내 앞으로 무릎이 닿을락 말락 한 거리에 앉은 여성의 정수리에 시선이 내리꽂힌다. 아뿔싸, 가르마를 따라 탈모가 시작됐는지 머릿속 피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 ‘만약 내 일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하차할 때가 돼 조용히 지하철을 빠져나온다.


우리는 누구나 머리숱이 많든 적든 ‘탈모’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 모발 관련 고민 중 부동의 1위로 꼽히는 것 역시 탈모로, 18~24세 여성의 46%, 25~34세 여성의 43%가량이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에디터의 경우는 구조적으로 잘 끊어질 수밖에 없는 곱슬머리에 긴 모발 기장이라 빗질한 뒤 바닥에 우수수 떨어진 머리카락, 혹은 앉았던 자리나 옷에 붙어 있는 머리카락이 유독 눈에 잘 띈다.


비단 에디터만의 고민은 아니다. 출산이나 다이어트, 피임,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인생에 한 번 이상 ‘휴지기 탈모’를 경험하는 여성이 전체의 절반 정도에 달하기 때문. 특히 최근 MZ세대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와 과도한 다이어트, 탈색이나 펌 등 잦은 헤어스타일 변경으로 인해 두피 건강이 악화됐다는 것이 두피 케어 전문 브랜드 라보에이치의 분석이다.

폴리젠 오리지널 샴푸, 2만9천원대, Dr.Forh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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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자이징 젤, 5만3천원, Dav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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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로레알 프랑스 마케팅 디지털 디렉터 카미유 크롤리(Camille Kroely)는 “탈모에 대한 콘텐츠가 SNS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이에 노출되는 모든 이가 탈모를 걱정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된 것 같습니다. 틱톡에만 무려 50만 건 이상의 탈모 관련 콘텐츠가 올라와 있습니다”라고 분석한다. 사회문화적 시각에서 탈모를 바라보는 것 역시 매우 흥미롭다. 역사학자 줄리엥 마갈량이스(Julien Magalhães)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약화되는 시기에는 고전적 원형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강해진다”고 한다. 불안정한 시대일수록 고전적인 미의 상징을 향해 트렌드가 회귀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때문에 풍성하고 윤기 나는 머릿결에서 우리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건 물론, 한 걸음 더 나아가 모성과 생명력을 상징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과거엔 탈모를 숙명처럼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의학적 치료 옵션도 다양해진 데다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의 기술력도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현재 탈모 치료의 중심에는 ‘미녹시딜’이 있다. 1980년대부터 혈압 조절제로 사용되던 이 성분은 두피 혈관을 확장해 모낭에 더 많은 영양소와 비타민을 공급하고 케라틴 생성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두피강화클리닉 헤어라인 앰풀, 2만4천원대, Lab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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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파직 프로 앰풀, 5.5ml x 8, 13만8천원, René Furter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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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피 모발 클리닉 CMCC의 에릭 부하나(Eric Bouhanna) 박사는 “여성의 경우 2% 농도의 미녹시딜 로션 사용을 권장하고,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혈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의사와 상담 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주의할 점도 있다. 미녹시딜은 모낭에 강력하게 작용해 효과가 탁월하지만 의도치 않은 부위에 양모 작용을 야기할 수 있어 제품을 사용한 뒤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고, 특히 어린아이를 돌보는 이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또 밤에 바르고 잘 경우 베개에 묻은 성분이 얼굴로 확산될 수 있어 가급적이면 저녁보다 낮에 사용할 것을 권한다. 최근 경구용 미녹시딜도 인기가 많고, 필요에 따라 스피로놀락톤이나 피나스테리드를 처방하기도 한다. 호르몬과 직결된 성분인 만큼 의료진의 관리하에 처방받아야 할 것.


의약품 외에 드럭스토어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영양제도 있는데, 기본 작용 원리는 앞서 소개한 의학적 성분의 기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혈류를 촉진하는 카페인, 모낭을 강화하는 비타민 B군을 포함하고 있고, 여기에 다양한 식물성 성분을 배합해 효과를 높이거나 테스토스테론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환되는 것을 차단하는 활성 성분을 배합하는 원리다. 일시적 스트레스나 대기 중 미세 오염물질에 의한 회복성 탈모, 즉 모발이 다시 자랄 가능성이 있는 탈모의 경우 이런 서플먼트는 의학 치료의 보조요법으로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 새로운 모발을 움트게 할 모낭 속 ‘희망의 씨앗’에 비료를 주듯 최대한 많은 영양을 공급해 성장을 돕기 때문이다.

아베다 인바티 울트라 어드밴스드™ 리바이탈라이징 스칼프 세럼, 9만5천원대, Ave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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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앰풀, 7만5천원, Kérast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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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피 전문 에스테틱에서는 보다 점진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 “미녹시딜을 사용하기 전 비타민 C나 엑소좀, 펩타이드 같은 영양 성분을 두피에 직접 주입하는 메조테라피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니들링은 혈류를 활성화하고, LED 광선 치료나 레이저 요법과 병행하면 활성 성분의 침투를 촉진할 수 있어요.” 파리에서 활동하는 의학박사 사라 파들리(Sarah Fadli)의 설명이다. 자연 유래 성분을 담은 제품과 두피 마사지를 결합해 전반적인 스트레스 지수를 낮춤으로써 모발과 두피를 근본부터 강화하는 홀리스틱 케어를 지향하는 전문 스파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고, 두피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군) 등 여성 탈모에 좀 더 적합한 성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에 따라 새로운 솔루션도 등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화장품 카테고리에서도 다양한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로레알 그룹은 2022년 독자적으로 개발한 특허 성분 ‘아미넥실Ⓡ’을 대부분의 두피 케어 제품에 적용하고 있다. 이 성분은 모낭 주변에 쌓이는 콜라겐이 비정상적으로 경화되는 걸 막고 케라틴이 정상적으로 생성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대표 제품이 케라스타즈 ‘제네시스’ 컬렉션. 아미넥실Ⓡ과 에델바이스 추출물, 생강 뿌리 추출물 등이 두피와 모발에 영양을 공급한다.

클리니컬 릴리프 10초 워터 스케일러, 4만원, Dr.Gr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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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바이옴 리페어 샴푸, 3만원, ScalpM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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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그루트에서 출시한 ‘마이크로바이옴 바이오엑소좀’ 컬렉션은 모공보다 327배 작은 벌화분 유래 엑소좀을 함유해 이를 통해 비오틴과 유산균 발효 용해물 입자, 맥주 효모 추출물 입자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스칼프메드 ‘골드 바이옴’ 컬렉션 역시 트리플 유산균 발효물을 기반으로 탈모 증상 완화 식약처 고시 성분과 각종 단백질, 아미노산 컴플렉스를 배합해 두피 경화를 막고 두피의 장벽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건강한 두피 생태계를 조성한다. 오리베 ‘세린 스칼프 덴시파잉’ 컬렉션은 뉴욕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모발학 전문가 페니 제임스(Penny James)와 협업해 두피에는 영양을, 모발에는 보디감을 더해주는 샴푸·컨디셔너·트리트먼트 스프레이 3종을 출시했다.


이 밖에도 다양한 가격대에서 무수히 많은 탈모 예방 제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목표로 수렴된다. ‘남아 있는 모낭을 보호하고, 두피의 근본적 건강을 개선하며, 모발 엉킴을 최소화해 궁극적으로 탈모를 최대한 방지하고 늦출 것.’ 모발을 지키기 위한 싸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Credit

  • 에디터 정윤지
  • 사진가 ANDONI + ARANTXA(TRUNK ARCHIVE)
  • 사진 GETTYIMAGESKOREA
  • 아트 디자이너 정혜림
  • 디지털 디자이너 오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