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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한 저녁을 위한 음식 데코 아이디어

꽃을 우뚝 세운 원테이블 케이터링의 귀재, 이단 길로니의 #먼데이플레이트 를 소개합니다.

프로필 by 차민주 2025.04.21

여유로운 일요일 브런치를 만들어 먹는 문화를 선데이 플레이트(Sunday Plate)라고 부르곤 하죠. 일요일의 여운이 월요일까지 이어지도록, 돋보이는 푸드 비주얼링 이야기로 생기를 전하는 #먼데이플레이트 시리즈입니다.


일에 대한 깊은 애정이 마디마디에서 묻어나던 이단 길로니(@idangilony). 이번 먼데이플레이트에 꽃향기를 가득 남겨준 푸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입니다. 들판에 꽃 줄기가 우뚝 선 듯한 원테이블 스타일링과 음식을 즐기는 게스트들의 모습을 SNS로 공유해 베를린 패션계의 이목을 끌고 있죠. 열정 가득한 이단에게 몇 가지 질문을 건넸습니다.




월요일에 추천하는 메뉴

월요일엔 조금 드라마틱해질 필요가 있죠. 그래서 케이크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건 제가 작년 여름에 제멜로 셰프와 만든 1m짜리 화이트 초콜릿 가나슈 케이크예요. 바삭한 버터 크럼블 위에 신선한 베리, 그리고 크리미한 화이트 초콜릿 가나슈가 올라갔죠.


이건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 일종의 설치 예술이었어요. 라이브 퍼포먼스로 손님들 앞에서 직접 완성했거든요. 서프라이즈, 창의성, 그리고 적당한 스펙터클. 제가 사랑하는 모든 요소를 담고 있는 음식입니다. 한 주를 이 케이크로 시작한다면…. 아침 에너지는 걱정할 필요 없을 거예요.



간단한 소개를 한다면

저는 보이는 것이나 맛보는 것을 넘어서 느끼는 것을 만들어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디자이너, 그리고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음식과 디자인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작업합니다.


저희 스튜디오는 모더니즘, 미니멀리즘, 지속 가능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루하진 않아요. 그 안에 늘 대비를 두거든요.


퍼포먼스 아트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데, 프로젝트를 안무처럼 다루는 편이에요. 움직임과 리듬, 감정선을 조율하면서 하나의 무대를 만들죠. 몰입형 저녁, 비주얼 설치물, 라이브 쇼…. 어떤 형태든 제 목표는 늘 같아요.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시선을 바꾸고,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이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원래는 패션 분야에서 일했어요. 음식에 대한 사랑이 커져 케이터링 일에 완전히 몰입하기로 결심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패션을 완전히 떠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죠. 그저 재료만 바뀐 거였어요.


저는 여전히 주름을 잡고, 컬렉션을 만듭니다. 다만 이제 그 모든 것이 먹을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할 뿐이에요. 먹는 컬렉션을 만든달까요. 패브릭 대신 음식이라는 재료를 쓰지만 저의 언어는 늘 같아요. 패션을 통해 배운 정교함과 세밀함, 스토리텔링은 지금도 제 작업의 핵심이거든요.



'원 테이블 세팅'이 특히 인상적이에요

원 테이블 다이닝의 가장 큰 힘은 단순함이에요. 미니멀하지만 존재감은 강하니까요.


특히 사람들이 '나도 한번 해볼까?' 하고 따라 하고 싶게 만든다는 점이 좋아요. 원테이블 테이블은 힘을 뺀 듯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주거든요.


그런데 바로 그 힘을 뺀 듯한 느낌을 만드는 게 제 작업의 중요한 일부예요. 때로는 한 송이 꽃이 전부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리서치와 심리적 계산, 시행착오가 있죠.


가장 어려운 점은 공간의 에너지와 맞추는 일이에요.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구상한 테이블이 실제 공간에서는 전혀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땐 아예 세팅을 통째로 바꾸기도 해요. 결국 느낌이 맞아야 하니까요.



실내 공간과 야외 공간 중, 어디를 더 선호하는지

아, 정할 수 없어요. 둘 다 정말 좋아해요. 야외에서는 자유를 느낄 수 있어요. 자연광, 바람, 예측할 수 없는 모든 요소가 살아 숨 쉬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죠.


하지만 실내는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는 무대예요. 무드, 그림자, 소리까지 말이에요. 저는 테이블이 디지털 콘텐츠로 어떻게 전달되는지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그런 정밀한 부분에서는 실내 공간이 훨씬 유리하죠.


가장 인상 깊었던 세팅 중 하나는 독일 시골의 바로크풍 성안에서였어요. 낡고 녹슨 벽면, 흐린 텍스처의 공간에 차린 테이블은 조용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어요. 그 대비가 너무나 감동적이었답니다.



항상 테이블에 딱 맞는 꽃을 배치합니다. 따로 공부한 적이 있나요?

공간의 에너지를 가꾸는 게 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완벽한 하나를 찾기 위한 여정을 거치죠.


꽃은 개성이 강하고, 분위기도 아주 섬세해서 때론 제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꽃이 자신을 어떻게 보여줄지 결정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요. 그래서 늘 플랜 B와 C까지 준비해요. 여러 꽃을 준비한 다음, 제가 만들고 싶은 분위기, 공간의 느낌, 그리고 전체적인 연출을 상상한 뒤 최종적으로 결정합니다.


플로리스트 자격증은 따로 없어요. 저와 꽃은 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연결되어 있죠. 화가인 어머니가 자연과 꽃을 정말 사랑하셔서 어릴 적 내내 꽃 정물화 속에서 자랐거든요. 제 여동생(@omergilony) 역시 저의 꽃 멘토예요. 감이 안 잡히거나 막혔을 때 가장 먼저 전화하는 사람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케이터링 테이블

작년 12월 베를린 퓨에를르 컬렉션(Feuerle Collection)에서 열린 내면의 연금술(Inner Alchemy)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되던 벙커에서 케이터링했는데, 두꺼운 콘크리트 벽이 깔린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은 제게 하나의 전환으로 다가왔어요.


갈라 디너 직전, 홀로 그곳을 거닐며 숨을 들이마셨던 게 기억나요. 분리와 침묵을 위해 지어진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영감을 느낄 수 있다니, 마치 미션을 수행하는 것만 같았죠.


알렉산드라 시먼과 LOV 재단이 제게 전적인 신뢰를 주었기에 가능했어요. 이런 기회를 얻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은색 커틀러리를 자주 사용합니다

실버로 세팅된 산업용 주방엔 뭔가 특별한 게 있어요. 왠지 거기서 만든 음식은 더 맛있지 않나요? 은색 메탈 커틀러리에 빠지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에요. 처음 매끈하고 차가운 금속에 음식을 놓았을 때, 그 반항적인 질감이 너무 좋았거든요.


엘르 코리아에게 살짝 스포 하자면, 제 다음 작업은 '브루탈리즘이 로맨스를 만날 때(Brutalism meets Romance)'입니다. 콘크리트의 거친 질감이 리넨의 섬세함을 만나 충돌하는 순간의 의외성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이상적인 플레이팅이란

감정을 끌어내는 것. 한입을 먹기 전, 사람들에게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접시가 제가 원하는 플레이팅이에요.



일상적인 요리에 나만의 킥이 있다면

솔직히 말하면, 제 야식은 건강엔 안 좋아요. (하하) 일이 끝난 새벽 2시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가면, 팬에 올리브 오일을 듬뿍 두르고 달걀 2개를 튀기듯 부쳐요. 그리곤 위에 큐민을 산처럼 쌓아요. 차가운 크림치즈와 얇은 오이 슬라이스, 가끔은 바삭한 크래커나 구운 빵을 곁들이기도 합니다.



무한한 예산과 공간이 있다면 해보고 싶은 꿈의 케이터링

저는 공간에 집착하는 편인데요. 제한이 없다면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바티칸처럼 아주 강력한 역사를 가진 장소에서 케이터링하고 싶어요. 권력과 인간성, 혹은 신성함과 친밀함처럼 대비에서 오는 긴장감이 가장 큰 영감을 주거든요. 테이블은 길고, 시네마틱하게 꾸밀 거예요. 초대하고 싶은 사람은 킴 카다시안, 그 옆엔 패리스 힐튼? (하하)



좋아하는 커틀러리 브랜드

제가 디자인한 브랜드 코어(CORE)를 꼽고 싶어요. 미니멀하면서도 선명한 감각을 주는 제 철학을 온전히 담아 이전에 없던 커틀러리를 만들었어요. 일본 이케바나에서 영감 받은 꽃과 캔들 홀더도 함께 구성되어 있습니다. 코어는 5월 초 전 세계 재입고 예정입니다.



단골 레스토랑

요즘 완전히 빠져있는 제멜로(@gemello.berlin). 놀라운 퀄리티의 폭신한 피자를 선보이는 베를린의 비건 피자 & 내추럴 와인 바예요. 훌륭한 와인 셀렉션은 물론이고, SNS도 정말 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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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차민주
  • 사진 인터뷰이 제공•각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