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곽윤기가 21번째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선 까닭
1000m 예선 탈락 후, 30여 년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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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스타 곽윤기가 은퇴했습니다. 그는 13일 서울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 참가해 1000m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는데요. 경기 직후 취재진 앞에 선 곽윤기는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말을 믿고 여기까지 왔다"라며 선수로 활약한 시간을 돌아 봤습니다. 그가 현재 35세인데 30여 년 동안 스케이트를 탔다니 놀랍군요.
곽윤기는 2007년 첫 태극마크를 단 이래로 2022년까지 국가대표로서 빙판을 누볐습니다. '빙속 강국'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죠. 점잖은(?) 동료 선후배 사이에서는 독보적인 스타성과 끼를 자랑해 '깝윤기'라는 국민적 애칭을 얻기도 했고요. 이에 힘입어 다수의 예능에도 등장했고, 2019년부터는 유튜버로도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동기 이정수를 제외하면 동년배 선수들이 하나 둘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와중에도 곽윤기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무려 21번째 국가대표 선발전을 은퇴 발표 자리로 마무리한 그는 "후회 없이 달려왔다"라며 "이젠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다. 하지만 유망한 선수들이 계속 나오는 걸 보니 마음이 놓인다"라고 후련해진 마음을 전했어요. 사실 그가 은퇴를 언급한 게 처음은 아닙니다. 언제부턴가 '최고령 스케이터'라 불려온 만큼 심적 부담도 컸을 테니, 이에 대한 생각도 복잡했을 거예요. 곽윤기는 "솔직히 말하면 마음 속으로 은퇴 준비는 조금 전부터 하고 있었다"라며 "하지만 만족스럽게 준비하지 못해 은퇴하지 못했고, 이번 선발전은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곽윤기가 체력적 한계를 느꼈던 건 2022년 베이징. 그럼에도 이번 선발전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국민들의 사랑에 대한 보답을 언급했습니다. 경기력이 조금 좋지 않더라도 오래도록 봐 온, 아는 선수가 나왔을 때의 반가움과 두근거림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는 거였죠. 또 하나는 인생의 어려운 승부 하나에 도전한다는 것입니다. 2023년 고양시청과의 계약 종료 후 무소속(서울 일반)으로 선발전에 참가한 그는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서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소속팀에서 나온 후 그게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잘됐을 때 모습만 바라보면서 올림픽 선발전에 도전했다. 보장되지 않은 승부에 도전하는 것이 어려웠다"라고 털어놨죠.
은퇴 발표 후 그는 인스타그램에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단 하나의 꿈을 향해 차가운 바닥을 질주한지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라며 "결국 꿈에 닿지 못해 아쉬움이 크지만 이제 인생 첫 페이지 넘겼다 생각하고 또 다른 꿈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 보려고 한다"라고 소회를 적었습니다. 2019년 그가 한 팬으로부터 받았다며 공유한 메시지처럼, '노장은 죽는 것이 아니라 영롱한 향기로 다시 태어나는 것'일 테지요. 당분간은 모든 걸 내려 놓고 휴식하겠다는 곽윤기의 인생 제2막을 응원합니다.
Credit
- 사진 곽윤기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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