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스릴러 '악연'으로 얽힌 박해수, 신민아, 이희준

삶은 매 순간의 선택으로 나아간다. 선과 악의 기로에서 우리는 어떤 인연일까. <악연>으로 마주한 6인의 배우가 품은 의문들.

프로필 by 전혜진 2025.04.03
이광수가 입은 재킷은 Acne Studios by 10 Corso Como Seoul. 팬츠는 Dries Van Noten. 셔츠는 Maison Margiela. 슈즈는 Bottega Veneta. 공승연이 입은 블레이저 드레스는 Alexanderwang. 셔츠와 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Christian Louboutin. 김성균이 입은 수트는 Etro. 니트는 Gucci. 안경은 Kunstslaap. 이희준이 입은 코트는 Stu Office. 셔츠와 팬츠, 슈즈, 타이, 타이 핀, 벨트,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신민아가 입은 수트와 셔츠, 타이, 슈즈, 이어링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박해수가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Lemeteque. 타이는 Chanel. 슈즈는 Dolce & Gabbana.

이광수가 입은 재킷은 Acne Studios by 10 Corso Como Seoul. 팬츠는 Dries Van Noten. 셔츠는 Maison Margiela. 슈즈는 Bottega Veneta. 공승연이 입은 블레이저 드레스는 Alexanderwang. 셔츠와 타이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Christian Louboutin. 김성균이 입은 수트는 Etro. 니트는 Gucci. 안경은 Kunstslaap. 이희준이 입은 코트는 Stu Office. 셔츠와 팬츠, 슈즈, 타이, 타이 핀, 벨트,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신민아가 입은 수트와 셔츠, 타이, 슈즈, 이어링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박해수가 입은 재킷과 팬츠는 모두 Lemeteque. 타이는 Chanel. 슈즈는 Dolce & Gabbana.


박해수의 사명

운명적으로 맺어진 인연이 있을까

살아가며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에 언제나 운명이 존재하더라. 특히 운명적이었던 순간은 아내와의 첫 만남. 소극장 화장실 앞에서 서로 처음 스쳤을 때 우린 둘 다 흰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인연은 분명 존재한다.


악연으로 얽히고설킨 여섯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악연>과 함께한 배우들은 당신에게 어떤 ‘인연’인가

다시 만나고 싶은 소중한 인연. 아무리 친해도 작품에서 다시 마주하는 건 몇십 년이 걸릴지 모르니 아주 진한 인연이다.


의문의 사고를 목격하고 이를 은폐하는 일에 휘말리는 ‘목격남’에 끌린 이유는

이름 없는 인물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가 사건에 접근하는 방식에 대한 호기심도 컸다. 그가 내린 선택들이 인간적으로 공감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게 궁금증을 더 자극했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더 이상의 설명은 자제하겠다(웃음).


목격남을 연기하며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인간이 살아가며 선과 악 혹은 도덕과 양심의 잣대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것처럼 보여도 가끔 애매한 경우가 생긴다. 선택할 당시에는 몰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선택으로 인해 점점 상황이 악화되거나 부피가 커지기도 하는데, 그 앞에 선 목격남의 선택에 최대한 몰입해야 하는 것이 과제였다.


재킷과 팬츠는 모두 Zegna. 슬리브는 Givenchy.

재킷과 팬츠는 모두 Zegna. 슬리브는 Givenchy.

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은

악한 인간들이 얽히고설켜서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어쩌면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것. 용서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봐주시면 좋겠다.


그간 인간 박해수가 맺어온 관계를 돌이켜보면 어떤가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던 시작점을 떠올려보니 기적적인 인연 덕분이더라. 오래전 연극을 시작했을 때부터 모든 순간을 함께한 건 결국 사람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다.


그 시기의 박해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때 나는 ‘독고다이’였다.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다. 그래서 더 많은 경험을 위해 넓은 세계로 여행을 다녀보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내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최근 고민은

실제로 나는 작품을 연달아 찍지 않는데, 공교롭게도 촬영한 작품들이 연달아 공개되면서 대중에게 너무 자주 보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극중 인물이 아닌 배우 박해수로 보일까 봐….


그건 성실함의 징표다. ‘넷플릭스 공무원’이라는 수식어는 마음에 드는지

<사냥의 시간>이라는 영화로 인연이 시작됐고, <오징어 게임> <악연>까지 이어져 ‘공무원’으로 불리나 보다. 공무원도 좋지만, 큰아들이나 아버지도 고려해 주길(웃음).


박해수가 정의하는 인연과 악연

분명 주변에 존재하는 것. 스쳐가는 사람처럼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운명적으로 엮여 있다. 다만 나는 인연이라 생각해도 상대방은 나를 악연으로 여길 수도 있다. 스치는 관계도 잘 만들면 좋은 인연이 되리라 믿는다.



오프숄더 드레스와 벨트, 이어링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오프숄더 드레스와 벨트, 이어링은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신민아의 호흡

<악연>은 당신의 어떤 부분을 건드렸나

대본이 주는 힘에 끌렸다. 캐릭터의 개성도 뚜렷하고, 인물마다 만들어가는 이야기가 서로 엮여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악연>과 함께한 6인은 어떤 인연인가

신선한 조합. 다양한 색깔을 가진 사람이 모여 조화로워진 인연. 그래서 이 작업이 내게 주는 의미가 크다.


<3일의 휴가> <손해 보기 싫어서> 등 최근작 모두 따뜻하고 유쾌한 메시지를 전한 만큼 감정 표현의 대비를 크게 느꼈겠다

밝고 건강한 작품과 인물을 자주 만났고, 배우로서 내 그런 면을 많이 사랑해주셨다. 스릴러나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해 왔지만 이번 기회에 또 다른 변화를 주고 싶었다. 내게 존재하는 또 다른 면을 보여주는 도전에 다양한 색깔을 지닌 배우들과 함께해 스스로도 기대된다.


외과 의사 ‘주연’을 표현하는 데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과거 트라우마를 안고 일상에 최선을 다하려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악연과 마주하며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그로 인해 트라우마가 되살아난다는 점이 포인트다. 아픔을 겪은 사람들은 어떻게든 마음을 다잡으려 하기 때문에 오히려 겉으로 아픔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특성을 주연에게 적용했다.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의 분위기, 상처가 되살아날 때 나타나는 변화를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애썼다.


박해수가 입은 재킷과 티셔츠, 팬츠는 모두 Lemaire. 벨트는 Khaite. 신민아가 입은 레더 재킷과 블라우스, 스커트는 모두 McQueen.

박해수가 입은 재킷과 티셔츠, 팬츠는 모두 Lemaire. 벨트는 Khaite. 신민아가 입은 레더 재킷과 블라우스, 스커트는 모두 McQueen.

신민아에게도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을까

누구든 내면에 치유되지 않은 우울과 트라우마를 간직한 채 살고 있을지 모른다. 주연을 연기하면서 나도 과거를 돌이켜보며 지금의 내가 어떻게, 얼마나 달라졌나 관찰해 봤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좀 더 잘 이해하게 되더라.


신민아는 운명을 믿는지

그렇다. 특정 사건을 예로 들긴 어렵지만, 살면서 분명 우연이 거듭되는 순간이 존재했다.


내 운명을 바꿀 수 있다면

안 바꿀 거다(웃음).


20년 넘는 세월 동안 한 가지 일에 몰두하고 고민을 거듭하는 과정은 어땠나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하고 도전의식을 끌어올리는 걸 보면 확실히 일에서 받는 에너지가 큰 것 같다. 일상보다 일할 때 활기가 돈다. 목적 있는 움직임이 더 좋다.


운명과도 같은 이 일을 벗어나 다른 일을 했다면 어땠을지 상상한 적 있다면

가끔 상상해 보려고 하지만, 워낙 어릴 때 일을 시작해서 다른 일을 하는 내 모습을 쉽게 떠올리기 힘들더라. 지금도 이 일을 너무 사랑하기도 하고.


최근 새롭게 깨닫게 된 점은

현장은 절대 편한 곳이 아니라는 것. 늘 나를 긴장하게 만들고, 새로운 감정을 끌어내는 곳이다.


<악연>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죄 짓지 말고 착하게 살자! 누구도 믿지 마시라.


신민아가 정의하는 인연과 악연

스쳐가도 인연이다. 모든 인연에는 뜻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죄를 짓고, 그 죄가 돌고 돌아 만들어지는 악연도 분명 존재하고.


레더 베스트는 Eenk. 셔츠는 Giorgio Armani. 실버 스퀘어 링은 Maison Margiela. 블랙 펜던트 링은 Tom Wood. 팬츠와 블랙 슬리브리스, 벨트, 실버 브레이 슬릿, 실버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더 베스트는 Eenk. 셔츠는 Giorgio Armani. 실버 스퀘어 링은 Maison Margiela. 블랙 펜던트 링은 Tom Wood. 팬츠와 블랙 슬리브리스, 벨트, 실버 브레이 슬릿, 실버 링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희준의 필연

<악연>과 함께한 6인은 어떤 인연인가

‘악연’으로 만났지만 소중한 인연이 된 사람들.


<악연>이 당신에게 특별했던 이유는

전체적인 서사의 시발점이 되는 1부에서 ‘사채남’의 역할이 크다. 그가 한 결정으로 인해 모든 사건이 일어나거든. 이렇듯 인물들의 연결고리와 이야기가 너무 탄탄해서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었다.


코인 투자 실패로 큰 빚을 지게 된 사채남을 연기할 때 가장 고민했던 지점이 있다면

정말 질 나쁜 인물이다. 내가 진짜 그런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 워낙 푸근하고 인텔리전트한 느낌이 강하지 않나(웃음)? 사채남과 비슷한 결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했다.


지금 사채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위로. ‘너 정말 애썼다’고 말해주고 싶다.


길룡 역의 김성균 배우와 긴밀한 호흡을 맞췄다. 오늘도 꽤 친해 보였는데

성균이는 한없이 착하고, 세 아이 아빠로서 요리도 잘하고, 남을 배려하는 여린 사람이다. 그래서 거칠게 액션 연기할 때 좀 힘들었다. 너무 착한 사람인 걸 아니까.


이 작품에 임하며 스스로 ‘선’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을까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가 정의하는 선은 ‘내가 반드시 옳을 수만은 없다’는 마음가짐이다. 엄청 화가 날 때도 ‘저 사람은 저럴 법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애쓴다.


무슨 역을 맡아도 본인 같다. 이희준은 대체 어떤 사람인가

내성적이라 사람들 앞에서 꽤 어색해하고 속마음도 잘 내비치지 못한다.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많은 데다 ‘저 사람이 나를 불편해하면 어쩌지’ 같은 예민한 걱정도 안고 살아간다.


오랜 연기생활을 하며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연기가 한 번도 쉬웠던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내 연기와 작품을 싫어하면 어떡할까’ 하는 마음도 늘 안고 있다. 그럼에도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다. 배역과 작품에 나를 맞추는 데 충실하려고.


배우의 일은 운명처럼 느껴지나

그렇다. 화학공학과를 전공했던 내가 연극으로 연기에 뛰어든 과정은 돌이켜보면 운명적이었다. 이 일은 참 불안하고 괴로울 때도 많지만, 참 멋진 일이자 예술이니까. 나이가 들고 배역을 많이 맡을수록 내가 이 세상을 더 깊게 이해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 만큼 좋은 직업이다.


지금 나의 아주 사소한 꿈은

지금처럼 이렇게 화보 촬영하고, 연기하며 좋은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고, 내 아이와 아내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이희준이 정의하는 인연과 악연

대구에서 연극하며 만난 선생님을 따라 서울로 상경해 류승완 감독님을 만나 <부당거래>를 찍기까지 쭉 돌아보니 내가 거쳐온 모든 사람 중 단 한 명만 없었어도 지금의 나는 없었을 거다. 한 명 한 명 감사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당시에는 악연처럼 느껴지는 것도 지나고 나면 모두 나에게 ‘필요한 인연’이었다는 게 내 결론이다.

Credit

  • 에디터 전혜진/정소진
  • 사진가 채대한
  • 스타일리스트 이명선 / 강윤주 / 박선영 / 신지영 / 허예지 / 반주희
  • 헤어 스타일리스트 공탄 / 이혜영 / 재경 / 이미나 / 병우 / 홍승
  • 메이크업 아티스트 설희 / 이명선 / 김정남 / 이은경 / 김지영 / 윤영
  • 아트 디자이너 김지은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
  • 어시스턴트 조원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