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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슬기는 나날이 새롭다

나날이 깊고 풍부해지는 슬기만의 근육.

프로필 by 이마루 2025.03.29

지난 3월 10일 공개된 <Accidentally on Purpose>는 <28 Reasons> 이후 2년여 만의 솔로 미니 앨범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나요? 지난 앨범의 경험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곡을 고르고 컨셉트를 발전시키는 것부터 좀 더 시간을 들였어요. 첫 번째 솔로 앨범도 열심히 준비했지만 아무래도 처음이었고, 방향성이 지금처럼 확실하지 않았거든요. 앨범이 전체적인 통일성을 가지려면 팀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야기를 계속 나누다 보니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어요. 그러는 중에도 의견이 한데로 모아지더라고요. 그 과정이 즐거웠어요.


슬기가 입은 블랙 비니는 Palm Angels. 화이트 라이닝이 들어간 블랙 톱은 Rest and Recreation.

슬기가 입은 블랙 비니는 Palm Angels. 화이트 라이닝이 들어간 블랙 톱은 Rest and Recreation.

‘슬기호’에 탑승한 모두를 이끄는 선장이 된 느낌일까요

선장까지는 아니고 일등항해사 정도(웃음)? 정말 전문가 분들인데 제 의견을 존중해 주고 선택권을 주신 덕분에 그 정도 몫을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타이틀곡 ‘Baby, not baby’는 음악이든 컨셉트이든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보였습니다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연상되는 것도 많고, 재미있는 시도를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슬기라는 캐릭터를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모습으로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죠. 레드벨벳 슬기와는 또 다른 모습이 나온 것 같아 준비하면서도 즐겁고 기대가 됐어요.


슬기가 입은 오버핏 수트와 셔츠, 타이, 슈즈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슬기가 입은 오버핏 수트와 셔츠, 타이, 슈즈는 모두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뮤직비디오에 ‘빨간 맛’ 때부터 슬기의 상징인 파인애플을 부수는 장면도 등장하고 말이죠(웃음).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신감도 커질 듯합니다

내가 ‘이런 것도 잘할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은 확실히 생기는 것 같아요. 인간 강슬기는 자연을 좋아하고, 자연스러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거든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고, 색다른 도전에 응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일 같아요. 재미있음은 물론이고요!


이번 레코딩 과정은 어땠나요? 지난 솔로 앨범 수록곡들의 레코딩 비하인드 영상에서 보컬리스트 슬기의 다양한 매력을 엿볼 수 있었는데

쉽지 않았어요(웃음). 다섯 명이 팀으로서 목소리를 보여주다가 혼자 곡을 끌어가려면 창법은 물론, 목소리도 다양해야 곡이 재미있게 들리거든요. 처음 받은 느낌과 비주얼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이해도도 달라지고, 수정 녹음도 계속 생기고, 컨디션 관리도 해야 해서 쉽지 않았어요. 하루에 8시간씩 녹음할 때도 있었거든요.


슬기가 입은 시폰 핑크 드레스와 스타킹, 슈즈는 모두 Valentino.

슬기가 입은 시폰 핑크 드레스와 스타킹, 슈즈는 모두 Valentino.

이렇게 만만치 않은 과정에서 무엇을 얻은 것 같나요

잘 마쳤을 때의 뿌듯함, 결과물을 좋아해줄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게 제 동력인 것 같아요. 과정 자체에서 많이 배우기도 하죠. 이제는 나를 관리하는 노하우도 제법 생겼답니다.


실력적인 부분을 대중에게 더 각인시키고 싶은 생각도 드는지

데뷔 이후 10년 동안 제가 어떤 걸 갖고 있는지 많이 보여드렸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여전히 무대 잘한다는 이야기가 가장 기분 좋긴 합니다!


슬기가 입은 블랙 미니드레스는 Diesel. 선글라스는 Gentle Monster.

슬기가 입은 블랙 미니드레스는 Diesel. 선글라스는 Gentle Monster.

‘올라운더’다운 자신감이군요(웃음). 실력을 비롯해 여러 면에서 좋은 이야기를 듣는 슬기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나요

일단 나쁜 말은 잘 안 들으려고 노력합니다(웃음). 제게 좋은 평가를 해주시는 분이 혹시라도 많다면 그건 제 무던함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생각해요. 물론 저도 무대 오르기 직전에는 예민해지지만 그 외의 상황에서는 일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 하거든요. 불안에 잠식되지 않으려고요. 그러다 더 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거든요.


레드벨벳 데뷔 10주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개인 유튜브 ‘하이 슬기’ 채널 오픈, 첫 사진전 개최 등 새로운 일에도 도전했어요. 틈틈이 10주년 컴백과 팬 콘서트 투어는 물론, 솔로 앨범 준비도 했을 테고요.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생겼나요

취향이나 좋아하는 것에 관해 꾸준히 이야기해 온 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것들을 긍정적으로 봐주고, 좋은 기회를 제안해 준 분들 덕분에 새롭게 시도할 수 있었어요. 예전에는 내 감각에 대한 의심이 들기도 했는데, 제 취향에 공감해 주는 반응을 보면서 용기와 확신도 많이 생기더라고요. 무엇보다 너무 즐거웠습니다. 사진전은 또 하고 싶어요!


슬기가 입은 모헤어 카디건은 Moonmoi. 이어링은 Sandy Liang.

슬기가 입은 모헤어 카디건은 Moonmoi. 이어링은 Sandy Liang.

‘하이 슬기’ 영상을 보고 있으면 자꾸 웃음이 나던데요. 귀여워서

감사합니다(웃음). 덕분에 복싱이나 서핑 같은 새로운 경험도 해보고, 채널에 출연해 주신 게스트 분들의 이야기도 들으며 더 가까워지고 있어요.


레드벨벳 베개를 배고 잤던 ‘러비’였다가 데뷔한 2004년생 아이브의 레이부터 슬기가 태어나기도 전인 1986년에 데뷔한 김완선 선배까지 게스트가 화려하더라고요

초반에는 긴장을 많이 했어요. 원래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 호스트로서 대화를 이끌어가야 하는 콘텐츠니까요. 제 채널을 통해 알리고 싶으신 게 있다면 그것도 챙겨야 하고요. 사전조사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분위기가 한결 편해져요. 일상에서 스몰 토크 기술도 많이 늘어난 건 물론이죠.


슬기가 입은 블랙 스톤 장식의 미니드레스와 레더 재킷, 슈즈, 주얼리는 모두 Celine.

슬기가 입은 블랙 스톤 장식의 미니드레스와 레더 재킷, 슈즈, 주얼리는 모두 Celine.

저도 오늘 사전조사로 레드벨벳 10주년 팬 콘서트 실황을 담은 <레드벨벳 해피니스 다이어리>를 와이드 스크린으로 보고 왔습니다

보셨어요? 저희의 10년이 담긴 영화가 나왔다는 게 너무 뜻깊어요. 공연 장면과 인터뷰가 섞인 구성이다 보니 멤버들이 인터뷰에 어떤 대답을 했는지 궁금해했는데, 다들 말을 너무 잘하더라고요. 말하다 울음을 터뜨리고, 서로 칭찬도 많이 하고. 무엇보다 공연을 보는 ‘러비’들의 표정까지 하나하나 담긴 걸 보며 이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정말 많이 사랑받는구나 계속 잘해나가고 싶다’는 마음도 들고요.


‘어른들은 정말로 행복해 보이지 않아(행복, 2014)’라고 말했던 나이에서 ‘훌쩍 자라버린 아이야 나와 놀자(Sweet Dreams, 2024)’라는 어른이 됐습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어떤 면이 달라지고 변했나요

아, ‘훌쩍 자라버린 아이야’ 이 가사는 제 눈물 버튼인데요. 저뿐 아니라 멤버들, 팬들에게도 하는 말 같거든요. 지난 10년간 변한 게 정말 많아요. 그런데 요즘 비로소 어른이 된 기분이 들어요. 20대 때는 감정적이 되기도 하고, 좋은 것과 싫은 것을 철없이 표현했는데 돌아보면 혼란스러워서 그랬던 것 같아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지금 기분이 안 좋은데 무엇 때문인지, 그걸 파악할 수 있는 경험이 부족했던 거죠. 지금은 나에 대해 계속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어른스러워진 부분이 있지 않나 싶어요. 책임감도 커지고,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싶고요.


슬기가 입은 블랙 미니드레스와 키튼 힐은 모두 Diesel. 반지는 모델 소장품.

슬기가 입은 블랙 미니드레스와 키튼 힐은 모두 Diesel. 반지는 모델 소장품.

그렇게 나에 대해 확실히 알게 된 것은 뭐가 있을까요? 변하지 않을 나의 고유한 특징 같은 것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무던할 것 같다는 점?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하는 것도 장점이고 그 과정을 통해 더 관계가 깊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내 감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 이런 행동이 어떤 맥락에서 비롯된 건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지난해 발표한 ‘Cosmic’의 가사 중 ‘조금 더 머무르면 어때’가 팬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하다는 사실에 약간 뭉클하기도 했습니다. 슬기를 오랫동안 사랑해 온 사람들에게 약속하고 싶은 게 있다면

곧잘 하는 얘기지만 누군가를 이렇게 오래 좋아해준다는 게 쉽지 않거든요. 초등학생 때부터 저를 좋아해준 친구들도 있고, 누군가의 소중한 청춘과 시간에 제가 있다는 건 놀랍고 감사한 일 같아요. 그래서 잘하고 싶어요. 저를 좋아하는 게 자랑스러운 일이 되도록, ‘슬기 좋아하길 잘했다’는 말을 계속 들을 수 있도록 앞으로 계속 나아가겠습니다.

Credit

  • 에디터 이마루
  • 사진가 신선혜
  • 패션 스타일리스트 오주연 / 김민선
  • 헤어 스타일리스트 지원
  •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설
  • 아트 디자이너 민홍주
  • 디지털 디자이너 김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