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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로 밥상에 안주까지 차린 맛집 3

디저트 재료로만 사용하긴 아까운 과일.

프로필 by 라효진 2024.09.20
무화과 케사디야 by 팔마 (@palma_seochon)


서촌에 위치한 모던 타코 바 ‘팔마’는 김수형 셰프의 아버지가 강원도에서 직접 재배한 찰옥수수로 토르티야를 만든다. 찰옥수수를 직접 말리고 빻아 가루 내고 반죽하여 하나하나 굽는다. 미리 내놓은 가루를 쓰지 않으며, 당일에 구운 토르티야를 활용하기 때문에 옥수수의 구수한 향과 맛이 생생히 살아 있다. 이 땅에서 난 찰옥수수 토르티야여서인지 그 위에 그 어떤 이국적 재료를 올려도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든다. 무화과 케사디야’는 팔마만의 토르티야에 치즈를 수북이 얹고 테두리를 따라 무화과를 두른 후 그릴에 구워낸다. 여기에 바른 할라피뇨 잼은 확실한 멕시칸 터치. 케사디야를 반으로 잘라 손에 쥐고 먹어 본다. 반쯤 익은 무화과의 단맛, 신맛, 씨 씹히는 식감에 토르티야의 바삭하면서 촉촉한 질감, 치즈의 짭짤하면서 고소하고 감치는 맛, 할라피뇨잼의 이국적 매콤함과 달달함이 더해져 자연스레 “한 그릇 더”라고 외치게 된다. 여기에 잔으로 판매하는 테킬라를 곁들이면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들어간 듯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될 것.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길 39
영업 시간 17:00~23:00 *월, 화 정기 휴무
가격 1만4000원

하몽과 무화과 피자 by 브렛피자 (@brett_pizza)


상수동의 좁은 골목에 위치한 ‘브렛피자’. 입구에 쌓아 놓은 장작이 오가는 사람의 호기심을 이끌고, 찾는 이의 기대감을 자극한다. 직접 배양한 야생 효모와 폴리시, 이탈리아 밀가루로 빚은 반죽을 장작으로 달군 화덕에 단시간에 구워내 도우가 바삭하면서도 쫀득하다. 이탈리아 피자의 기본기에 충실하되, 그 위에 일반 피제리아에서는 시도하지 않는 독특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완성한 토핑을 올려 피자 그 이상의 요리를 선보인다. ‘하몽과 무화과 피자’는 브렛피자만의 가을 한정 메뉴. 피자 도에 모차렐라치즈, 그라나파다노치즈, 올리브오일만 두른 채 화덕에 올린다. 피자가 구워지는 동안 설탕을 뿌린 무화과를 토치로 구워 과즙과 설탕을 살짝 캐러멜라이징한다. 피자에 따로 구워낸 무화과를 올리고 그 위에 이베리코 하몽을 얹는다. 질 좋은 하몽과 그라나파다노치즈의 짭짤한 감칠맛에 무화과의 달콤함, 모차렐라치즈의 신선한 우유 향, 잘 구운 빵의 구수한 향이 더해져 천상의 맛을 자아낸다. 피자로 누릴 수 있는 최대치의 호사다.



주소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29-8
영업 시간 17:00~22:00(주말 12:00~15:00, 18:00~22:00) *월요일 정기 휴무
가격 3만7000원

피그 by abc옥수 (@against.borders.center)


옥수동에 위치한 감각적인 내추럴 와인 바 ‘abc옥수’는 화려한 와인 리스트만큼 안주 또한 평범한 듯 한끗 위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가을 한정 메뉴인 ‘피그’는 이름 만큼이나 비주얼도 간단명료하다. 무화과를 있는 그대로 내놓은 듯 단순한 플레이팅에 프로슈토가 올라가 있다. 하지만 맛보면 그것이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단박에 든다. 무화과를 세로로 반 갈라 마스카르포네치즈로 속을 꽉 채운 후 감쪽같이 다시 붙여 아무 기교를 부리지 않은 과일인 양 플레이팅한 것. 그 위에 프로슈토를 얹고, 프로슈토의 강렬한 짠맛과에 무화과가 밀리지 않도록 와일드 허니를 살짝 뿌렸다. 묵직한 무화과를 한입에 넣으면 입안에서 축제가 벌어진다. 먼저 부드러운 무화과의 단맛과 폭신하고 부드러운 질감의 마스카르포네치즈가 은근한 산미를 자랑한다. 거기에 꿀이 더해져 감미가 폭발하는가 하면, 프로슈토의 감칠맛이 절정과 같은 인상을 더해주며, 마지막으로 아작아작 씹히는 생 무화과의 씨가 폭죽 터지듯 입안에서 톡톡 터진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 기승전결이 담겨 있다.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 할 것 없이 모두 잘 어울린다.


주소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 188
영업 시간 18:00~24:00(주말 17:00~24:00) *월~수요일 정기 휴무
가격 2만6000원

Credit

  • 글 이주연
  • 사진 각 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