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예측할 수 있을까? #돈쓸신잡

스스로 "난 경제에 대해 잘 몰라요"라고 고백하는 사람들 역시 금리라는 개념에 대해선 알 것이다. 적어도 사회생활을 하고 돈을 버는 성인이라면 금리에 대해 모를 수 없다. 그만큼 금리는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사실상 금리는 전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동시에 예측하기 가장 어려운 지표다.

우리는 몇 년 전 초저금리를 경험했다. 코로나가 터진 직후 경제 위기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미국은 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렸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다른 나라들도 금리를 내린다. 금리가 내려가면 저축의 매력이 줄어든다. 그 대신 소비와 투자가 증가해 경기가 활성화된다. 그래서 전대미문 위기인 코로나 시기에도 주식, 부동산 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시장에 돈을 푼다는 뜻이다. 이것을 유동성 공급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유동성 공급은 결국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실제로 코로나 기간에 풀렸던 어마어마한 유동성 여파에 전 세계적으로 물가가 무섭게 뛰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대부분 몸소 체감할 것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서 외식하기도 무서워"라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다.

결국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금리를 올렸다. 꽤 공격적으로 올렸다. 그 결과 물가는 어느 정도 잡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처럼 고금리를 계속 유지하면 이번엔 또 경기가 고꾸라진다. 금리가 오르면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이자 비용이 늘어나 소비를 줄인다. 주식 대신 저축의 매력이 다시 커지면서 투자 시장 역시 얼어붙는다. 또한 고금리에 빚을 갚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줄도산할 수도 있다. 이런 악재들이 도미노 효과로 이어져서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고금리 기조를 바꾸고 다시 한번 금리를 내리기로 했다. 여기까지가 딱 작년 말의 이야기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2024년 초반에 미국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도 연달아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4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미국이 한 해 동안 6번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제는 '올해 금리 인하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고금리에도 미국 물가가 생각보다 잡히지 않고 있다. 특히 주거비가 크게 상승하면서 전체적인 물가를 끌어올렸다. 중동 전쟁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점도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중동 갈등은 결국 기름값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언젠간 금리를 내리긴 할 것이다. 하지만 언제 금리를 내릴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월스트리의 전설 피터 린치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누구라도 금리를 3번 연속 맞출 수 있으면 억만장자가 될 겁니다." 이 말은 금리를 예측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서두에 적었던 것처럼 금리는 우리 삶을 좌지우지한다. 하지만 금리가 언제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예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결국 거시경제 대해선 어느 정도는 '생산적 체념'의 태도를 갖는 것이 좋다. '어차피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분야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말고, 그 대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지'라는 액션이 필수다. 본인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열심히 하고, 커리어를 쌓고, 몸값을 올리고, 절약을 하고, 적절한 비율로 저축과 투자를 하면서, 낙관적인 생각을 포기하지 않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집중해야 할 일이다. 경제학자들도 예측 못 하는 금리를 예측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사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