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메 아욘 뒤에 있는 곰 조각상은 마드리드의 상징인 곰을 위트 있게 재해석한 것. 2호텔 곳곳에 걸린 인상적인 사진 작품들은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클룬더 비(Klunder Bie)에게 의뢰했다.    컬러플한 패브릭 소파와 러그로 꾸민 로비.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레스토랑. 수영장 벽면에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마스크 오브제가 눈에 띈다. 앤트래디션의 ‘캐치’ 체어, 프리츠 한센의 ‘파운’ 소파 등으로 꾸민 객실. 바 테이블 위에 매달린 세라믹 조명이 조각 작품처럼 빛난다. 메세타 고원에 위치한 마드리드는 유럽의 수도 중 태양과 가장 가까운 도시. 찬란한 햇살이 쏟아지는 마드리드 시내에 우뚝 솟은 마드리드 타워(Torre de Madrid)는 한때 유럽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건물이다. 이 아이콘적인 건물에 스페인이 낳은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이 디자인한 호텔이 문을 열었다. 142m의 건물 34개 층 가운데 9개 층에 들어선 바르셀로 토레 드 마드리드(Barcelo′ Torre de Madrid). 호텔의 모든 것을 새로 창조하는 권한을 얻은 하이메 아욘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진정 유니크한 디자인 호텔을 완성했다. 압도적이고 우아하면서 곳곳에 유머와 위트가 녹아 있는 환상적인 세계가 손짓한다. 햇살로 가득한 로비, 거대한 줄무늬 곰 조각상 아래에서 하이메 아욘을 만났다. 와우, 이 거대한 곰은 뭔가요 여기는 스페인의 중심 마드리드이고, 곰은 마드리드의 상징이에요. 황금빛 모자를 들고 호텔을 찾는 손님에게 환영 인사를 건네고 있죠. 얼룩말 같은 줄무늬를 더해 초현실적인 느낌과 재미를 주고 싶었어요. 호텔 디자인은 이번이 처음인데, 결과는 만족스러운가요 행복하고 자랑스러워요. 실로 즐거우면서 거대한 도전이었어요. 2만2000㎡에 달하는 5성급 호텔인 데다가 300개에 가까운 객실과 스위트룸, 수영장, 바, 레스토랑 등 모든 걸 갖춘 공간이니까요. 전에도 제안이 많았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일을 수락한 이유가 있나요 늘 스튜디오가 바쁘거나 다른 프로젝트가 있어서 망설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 프로젝트는 완벽한 시기에 찾아왔어요. 지금까지 작업해 온 것들과 또 다른 차원의 일이었고, 훌륭한 팀이 꾸려졌어요. 이처럼 큰 프로젝트에는 파트너십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스페인의 다른 건축가, 엔지니어들과 일하면서 그들의 열정에 큰 감명을 받았어요. 난 마드리드를 사랑해요. 내가 태어난 도시의 아이콘적 건물에 호텔을 디자인하는 것. 어렵지만 거부할 수 없는 기회였죠.   디자인 컨셉트나 작업 방향은 어떻게 잡았나요 프로젝트를 의뢰한 바르셀로 호텔 그룹에 원하는 바를 물었어요. 흔히 볼 수 있는 레트로 스타일의 호텔과는 다른, 우아하고 깔끔한 스타일을 지닌 호텔을 기대하더군요. 80여 개의 호텔을 소유하고 있는 그룹 오너는 “하이메, 뭔가 특별해야 해요. 내가 들어섰을 때, 깜짝 놀랄 만한 광경이 펼쳐지면 좋겠어요”라고 했어요. 나 역시 만들어진 가구로 공간을 꾸미는 게 아니라, 공간을 채워넣는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싶었어요. 아르네 야콥센이 코펜하겐 SAS 호텔을 선보인 것처럼요. 가구와 램프를 만들고, 표지판을 디자인하고, 벽에 걸 새로운 사진 작품을 의뢰했죠. 작은 것 하나도 지나치지 않았어요.    여긴 스페인이고, 당신이 스페인 사람이란 게 어떤 영감을 줬나요 나는 이 나라를 사랑하고 내가 스페인 사람이라서 좋아요. 영국 사람들은 미니 쿠퍼에 깃발을 꽂고 다니거나 펑크 티셔츠에 여왕 사진을 새겨넣길 즐기죠. 하지만 여기서는 플라멩코 댄서나 투우사를 그런 식으로 활용하지 않아요. 그랬다가는 아주 촌스럽다고 생각하죠(웃음). 나도 매우 싫어하는 것이지만 때론 내가 싫어하는 게 영감을 주기도 해요. 정형화된 상징이나 이미지를 비틀어 뭔가 스타일리시한 것을 찾아보려고 했어요. 스페인적인 터치를 곳곳에 담았지만, 모두 재미있거나 예술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해서 표현했죠.     빛과 컬러를 다룬 방식은 3년 전 이곳은 칙칙한 지하감옥 같았어요. 따듯하고 밝은 빛으로 가득 채우고 싶었고, 로비 역시 휴식처 같은 공간이 되길 바랐죠. 그랑비아(Gran Via) 거리와 마드리드 왕궁(Royal Palace) 등 아름다운 시내 정경이 탁 트이게 보이는 커다란 조명 박스를 떠올렸어요. 박스 안은 생동감 넘치면서 많은 것들이 계속 변화했으면 했고요. 이를 위해 두 눈을 즐겁게 해주는 다채로운 컬러를 썼어요. 이상적인 호텔이라고 생각하나요 네, 아주 환상적인 공간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낮에는 온통 빛으로 가득하고, 밤에는 좀 더 부드럽고 매혹적이며 우아하게 변신하죠. 객실은 은은한 조명과 테이블, 아늑한 쿠션이 장식된 침대, 널찍한 욕실을 비롯해 모든 것이 편안하게 디자인됐어요. 아늑하고 편안한 감각은 결코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에요. 아르플렉스(Arflex), 앤트래디션(&Tradition), 파라칠나(Parachilna), 카시나(Cassina), 프리츠 한센(Fritz Hansen), 보사(Bossa), BD (Barcelona Design) 등 최고의 회사들과 협업한 결과죠. 가장 자랑스러운 점은 세상 모든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역동적인 호텔이라는 것. 어디에서 온 사람이든 머물고 싶고, 떠나고 싶지 않은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이 호텔은 내 집과 같아요. 집을 찾아온 손님들이 마음껏 이곳을 즐기길 바라고 있어요. 그저 디자인하고 떠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하고 발전시켜야죠. 제가 특히 자랑스러워하는 부분은 사실 테라스나 비상계단 등 잘 드러나지 않는 곳이에요. 숨겨진 재미가 있는 공간들이죠. 디자인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네, 그래요. 우리는 디자인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으며, 사람들이 자기 삶의 순간들을 즐기도록 격려할 수 있어요. 잘 만든 오브제나 공간은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활짝 열어줍니다.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핵심이고요. 당신처럼 빠르게 세계 디자인계에 이름을 알린 경우는 많지 않을 거예요. 스타 디자이너로 주목받아 전 세계를 누비며 활동해 온 소감은 어떤가요 모든 시간이 어제 일처럼 생생해요. 많은 걸 배웠고 여전히 매일매일 끊임없는 배움의 연속이에요. 이 호텔을 한번 보세요. 바로 ‘지금의 하이메’입니다. 나는 몇 년 전의 하이메보다 지금의 하이메가 더 좋아요. 더 안정적이고, 더 성숙하고, 더 대담해졌죠. 시간은 늘 보상을 가져다주니까요 항상 그런 건 아니에요. 진화하지 못하고 오히려 도태된 사람들도 많은 걸요. 나를 이해해 주는 파트너들을 만난 덕분에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었어요. 디자인 세계에서 영향력을 지닌 사람들과 협업하는 걸 즐기는데, 그들은 나를 별나다고 생각하지 않고 믿고 존중해 줘요. 그 점이 지금의 저를 있게 만들어준 비결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