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메 아욘이 심혈을 기울여 그린 벽화가 시선을 사로잡는 모카 가든의 놀이터 ‘모카 플레이’.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 스페이스원 3층에 자리 잡은 모카 가든. 유리로 된 큐브 빌딩에서 하이메의 강렬한 그래픽이 눈에 띈다.

스페인 발렌시아 자신의 아파트에서 하이메 아욘.

놀이터를 구상하며 그린 하이메 아욘의 스케치.
인상 깊었던 첫 번째 인터뷰 이후에도 밀란에서, 런던에서, 코펜하겐에서, 스톡홀름에서 그리고 서울에서 그를 만났다. 그때마다 그는 매우 바빴고, 언제나 새로운 가구 또는 작품을 선보이고 흥미로운 디자인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하이메 아욘은 세계 각국의 가구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상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디자이너인 동시에 아트 퍼니처 전문 갤러리 크레오와 대형 뮤지엄 등에서 자신의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특유의 밝고 화려한 캐릭터를 지닌 동시에 매우 럭셔리한 분위기의 호텔과 레스토랑, 숍, 라운지 등의 공간디자인 작업도 여럿 진행했다. 그런 그가 11월, 한국에서는 최초로 작업한 공간 오프닝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 있는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내의 문화예술 공간인 ‘모카 가든(MOKA Garden; Hyundai Museum of Kids’ Books and Art Garden)’이 그것이다. 지난 2015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문을 연 현대어린이책미술관(MOKA)의 두 번째 공간으로, 자연 감성과 가치를 도시에서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가든’을 테마로 했다.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하면서 한국과 한국 문화에 깊은 애정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맡으며 굉장히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공간에 연출해야 하는 도전 정신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였고, 결과가 훌륭하게 마무리돼 매우 뿌듯하고 설레요. 모카 가든을 찾는 여러분도 깜짝 놀랄 거예요.”
라이브러리와 실내 정원 그리고 실내 놀이터, 세 공간으로 구성된 모카 가든의 백미는 바로 디자이너 이름을 그대로 딴 ‘하이메 아욘 가든(Jaime Hayon Garden)’이다. 직사각형의 실내 정원에는 굽이치는 길을 따라 그가 디자인한 7개의 커다란 조각상이 자리하며 가운데에는 분수대도 있다. 하이메의 상상에서 탄생한 이 동물 모양의 조각들은 그가 직접 이름도 붙였다. 소시지를 얹은 듯한 모자를 쓰고 있는 강아지는 ‘Do Good Dog’, 황금빛 귀를 가진 라마는 ‘Proud Llama’, 한 손에 공을 든 원숭이는 ‘Thinking Monkey’, 양쪽에 매우 크고 동그란 귀를 가진 ‘Listener’ 등이다. 이 조각들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일상에 치여 잊고 있던 자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발견해 보자고. 그 자연이 어떤 형태인지 관찰해 보자고. 우리의 꿈과 희망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새겨보자고, 언제나 웃음과 긍정적인 마음을 잊지 말자고. 하이메는 정원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내 이름으로 된 정원이라니! 멋지지 않나요? 이 프로젝트는 내 인생에 찾아온 멋진 기회였고, 지금까지 해온 작업 중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라 말하고 싶어요. 디자인을 구상하며 ‘아무도 한 적 없는, 기존의 것과 다른 공간을 만들자’고 생각했어요. 눈을 감고 꿈꾸는 듯한 분수 조각상의 입에서 떨어지는 시적인 물 소리,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 천장에서 내려오는 빛이 더해져 멋진 하모니를 이룰 겁니다. 이곳의 정체성에 대해 조각 정원인지, 식물을 보며 걷는 곳인지, 커피를 마시면서 사색과 산책을 하는 곳인지 묻는다면 ‘모르겠다’가 대답입니다. 이 전부가 가능한 곳이냐고 다시 묻는다면 그때 내 대답은 ‘예스’죠.”

‘하이메 아욘 가든’에는 눈을 감은 사람의 얼굴 조각 분수대 외에도 상상 속 동물 조각 작품이 정원과 어우러진다.

발을 내려다보고 있는 ‘Curious Morpho’ 조각상.

자유롭고 컬러플한 요소들이 하이메 아욘의 스타일을 그대로 담고 있다.

어린이가 마음껏 책을 읽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든 라이브러리(렌더이미지).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하이메의 흥미진진한 디자인 스토리를 한국에서 직접 들을 수 있었을 거다. 그 또한 한국을 찾지 못하고 자신의 작업이 완성된 모습을 직접 볼 수 없어서 아쉽다고 했다. 세계 곳곳을 누비던 출장도 1년 가까이 멈췄다. 모두에게 닥쳐온 이 시기를 그는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행을 적게 다니지만 규칙적인 라이프 사이클과 건강한 음식을 누리게 됐고,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됐다고. 모두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이다. 늘 스케치북과 수많은 컬러의 펜을 지니고 다니면서 끊임없이 드로잉을 하는 그는 “나에게 그림을 그리는 것 말고 더 나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천상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다. 마지막으로 이번 모카 가든을 찾는 한국 친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부탁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사실은, 이 공간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점이에요. 언제나 무언가를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많은 생각을 하지 말고 자유롭게 즐거움을 느끼고 그 다음에 새로움을 발견하길 바라요. 이 프로젝트는 머리가 아닌 심장으로 완성했어요. 매 순간 공간 전체를 새롭게 바라보며 감성적으로 접근했는데, 내가 느낀 감성이 그대로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마치 판타지 세계의 입구로 들어가게 만드는 충동 같은 것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