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함께 한 부부의 패셔너블한 이야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27년 전, 친구로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한 마디에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그 속에는 신뢰와 존중이 깔려 있는.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한국 패션을 이끌어가는 패션 하우스의 대표와 이사가 됐지만 여전히 서로에게 한결같은 앤디앤뎁의 김석원, 윤원정. 결혼 20주년을 맞는 부부의 결혼생활이 궁금하다. ::부부,커플,앤디앤뎁,김석원,윤원정,20주년,결혼,자녀,결혼생활,웨딩,브라이드,엘르 브라이드,엘르,elle.co.kr::

바쁜 부모님 아래서 자라 그런지 유난히 어른스러운 첫째 현준이와 애교가 많은 둘째 성민이는 누구나 부러워하는 남매의 모습이다. 우리 가족은 ‘Happy Family’라며 환하게 웃는 성민이와 엄마, 아빠가 한없이 자랑스러운 현준이의 바람은 온 가족이 지금 그대로 한결같길!


결혼 20주년 축하드려요. 기분이 어떤가요 (김) 처음으로 세월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특히 아이들이 큰 모습을 보면 지난 시간들이 오버랩되면서 확 와닿죠. (윤) 생각보다 별 감흥이 없었어요. 20주년이라고 뭘 크게 기념해야겠다라기보다 바쁘게 지나갔죠.


결혼한 지 20년, 만난 지는 더 오래 됐겠네요 (김) 7년을 만나고 결혼했어요. 1989년, 그러니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유학 준비를 하는 학원에서 친구로 만났죠. 그러다 제가 2년 뒤, 아내가 다니던 학교에 진학하면서 다시 만났고요.

먼저 대시는 (김) 제가 먼저 했죠. (윤) 스리슬적한 것 같아요.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흘렀지만 딱히 뭔가 있었던 건 아니고. (김) 지금으로 치면 ‘썸’ 같은.


어떻게 결혼까지 이어졌나요 (김) 오랫동안 친구였고 자연스럽게 연인이 된 거라 불 같은 사랑은 확실히 아니었어요. 잔잔하지만 신뢰가 쌓여 있는 익숙한 관계. 누가 먼저 뭐랄 것도 없이 결혼까지 온 것 같아요. (윤) 제가 졸업 쇼를 앞두고 있을 때 남편이 앞으로 어떻게 할지 물었죠. 나중에 내 브랜드를 하고 싶다고 했더니 자신이 졸업하면 같이 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브랜드를 같이 한다는 건 앞으로도 계속 같이 있겠다는 거구나, 결혼하고 같이 일하는 것도 좋겠다.’ 그래서 남편이 졸업한 해에 바로 결혼했어요.


프러포즈는 (김)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윤) 이벤트에 약해요. 저도 기대도 안 하고. 워낙 어색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대신 평소에 잘해주지 않냐며 나름 변명을 하더라고요.


결혼식도 특별하게 했을 것 같아요 (윤) 당시 5성급 호텔 결혼식이 불법이었어요. 지금은 임피리얼 팰리스 서울인 아미가 호텔이 5성급이 아니어서 거기서 했죠. 둘 다 미국에서 생활하다 잠깐 들어와 결혼식만 올린 거라 많은 준비를 하진 못했어요. 그나마 미국에서 파티 같은 결혼식을 많이 봤던 터라 당시엔 파격적이었던 저녁 예식을 진행했죠. (김) 영국식 모닝 코트를 거의 처음으로 입었을 거예요. 아내는 뉴욕에서 직접 드레스를 사서 가져왔고요. 예식과 식사를 같이 하는 것도 새로울 때였어요. 웨딩 앨범도 처음 도입돼 청담동에 사진문화원이란 곳이 ‘핫’했죠. 신랑신부 헤어 메이크업을 명동 헤어 뉴스에서 했는 걸요.


결혼생활만으로도 부부 사이를 잘 유지하기 힘든데 브랜드를 같이 운영하면 많이 싸우게 되지 않나요 (김) 의외로 결혼생활에서는 이견이 없는데 늘 일 때문에 싸우게 되는 것 같아요. 브랜드 초기에 서로의 스타일을 반영하고 조율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어떻게 타협해야 하는지 노하우를 깨달았어요. (윤) 결국 방식의 차이죠. 전 성격이 무심하기도 하고 일할 때 묵혔다가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대기만성형인데 계획적인 남편이 보기엔 답답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면 더 좋지 않겠냐는 말이 나오게 돼요. 그럼 전 나름 억울한 면이 있으니 바로 인정하기보다 삐딱선을 타다 보면 투닥투닥하게 되죠. (김) 자존심 싸움도 많이 해요.


20년이 지나도? (윤)아직도.


싸우고 나면 어떻게 푸나요 (김)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푸는데 보통 싸움을 거는 쪽이 저예요. 제가 좀 더 예민하거든요. (윤) 부부 사이에 싸움의 기술은 잘 싸우는 것이 아니라 잘 마무리하는 것 같아요.


일 외에 같이 즐기는 것들 (김) 아내가 요리를 정말 잘해요. 제철이 되면 수산시장에 가서 게장도 담가 주변에 나눠주기도 하고. 옆에서 같이 장도 보며 거들죠. 나갈 일이 있으면 대신 집으로 초대해 같이 즐기는 편이에요.


결혼생활 중 잊지 못할 모멘트를 꼽는다면 (김) 결혼 후 3년 뒤에 브랜드를 론칭했는데 매장을 오픈하고 첫 고객이 와서 옷을 구입했던 순간. (윤) 서울과 뉴욕에서의 첫 컬렉션들. 개인적으로는 둘째를 낳았을 때 감동이 컸어요. 첫째 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정신이 없었죠.


다시 태어나도 서로와 결혼하실 건가요 (김) 네, 저는. (윤) 저희는 그럴 것 같아요.


둘 사이를 지탱하는 힘은 (윤) 정말 불 같은 사랑을 해서 결혼했다면 살면서 싫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저희는 원래 쌓았던 우정이 돈독하고 학교를 같이 다녀 서로의 생활을 많이 봐온 터라 실망이란 게 없어요. 신혼 때도 너무 자연스러웠죠. 그래서 긴 호흡으로 오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김) 신혼 초에 잘해주고 점점 변해가는 모습보다 20년 전, 10년 전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는게 더 낫지 않냐고 변명 같은 말을 하긴 해요. (윤) 그래서 이벤트나 프러포즈도 안 했지만


20년을 살았지만 여전히 안 맞는 부분이 있나요 (윤) 타고난 성향과 관련된 부분이 많아요. 남편은 예민하고 계획적인 반면 전 까다로워 보이지만 느긋하고 무심한 편이에요. (김) 기본적으로 우리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요. 다름을 인정해서 개인생활에서 집안일은 서로를 인정해 넘기는 일이 많은데 회사에서, 그것도 다급한 상황일 때는 잘 안 돼요.


김석원 대표가 집안일은 많이 도와주나요 (김) 솔선수범을 하진 않아도 시키면 즐겁게 해요. 특히 아내가 음식하는 것을 좋아하니 전 설거지를 잘해요. (윤) 저도 몇 년 전에 깨달은 건데 결혼생활에서 주로 싸움의 발단이 되는 게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거는 기대 때문이더라고요. 말하지 않아도 이 정도는 알아서 해 주겠지 하는. 기대하다가 안 해 주면 실망하니까 나중에는 도와달라는 말도 짜증스럽게 나와요. 그러지 말고 처음부터 남편에게 시킬 것을 계획해서 좋게 도와달라고 하면 기분 좋게 해 줘요.


선물은 자주 하나요 (김) 전혀 예상하지 않을 때 한 번씩 해요. 결혼기념일에 레스토랑을 예약해 놓고 서프라이즈를 한다든지. (윤) 그런데 선물을 하는 텀이 길어졌어요. 자주 하면 바라게 된다고 생각하는지. (김) 서로 까다로워 선물하기가 어려워요.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출장에서 사온 백은 아직 포장도 뜯지 않았더군요. (윤) 아껴두고 있어. (김) 아끼긴 뭘! 여름 내내 안 들어놓고.


앤디앤뎁에서 준비하는 20주년은 (김) 곧 브랜드도 20주년이 되면 그동안의 아카이브 룩을 전시하려고요. 올 9월에 있을 서울패션위크에서는 웨딩드레스와 예복이 포함된 세레모니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우리의 20주년을 기념한다기보다 빨리 지나간 결혼식 느낌을 쇼를 통해 다시 얘기해 보고 싶었죠. (윤) 다음 주에 ‘콜라보토리’라는 새로운 브랜드도 론칭해요. 앤디앤뎁이 큰언니라면 뎁은 러블리한 소녀, 그리고 미니멀한 감성의 시크한 컨셉트를 담은 콜라보토리. 이렇게 세 자매가 돼요.


17세 현준이, 13세 성민이, 오빠와 동생 사이가 너무 좋아요 (윤) 사람들이 드림 남매라 불러요. 동생은 까불면서도 오빠 눈치를 잘 봐요. 오빠는 너그럽게 받아주는 편이고. 아마 어릴 때부터 엄마 아빠가 늘 바쁘다 보니 독립적으로 커서 어른스러워진 것 같아요.


아들, 딸이 각자 어떤 사랑을 했으면 (김) 저희 같은 짝은 만나면 좋겠이요. 딸은 나 같은 남편, 아들은 엄마 같은 현명한 아내를 만나길.


갓 결혼하는 커플에게 전하는 메시지 (김) 제 경험으로는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게 중요해요. 사랑한다고 내 마음대로 하는 게 제일 무서운 거죠. 서로 사랑하고 신뢰가 바탕이 된다면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바라는 점 (김) 평소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 딱히 더 바랄 것도 없어요. (윤) 늙어서도 지금과 똑같은 모습일 것 같아요.



1992 봄, 맨해튼 어딘가, 당시 캠퍼스 커플로 학교 프로젝트를 준비하러 갔던 듯.



1994 가을 즈음. 뉴욕 북부의 조각 공원 나들이. 당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 피크닉을 갔다.




1996 7월 4일 당시 웨딩 앨범 제작이 처음으로 도입된 때 꼭 거쳐야 하는 코스였던 덕수궁 석조전에서 어색하게 사진 촬영을 했다. 웨딩 드레스는 크라인펠드 (kleinfeld)라는 유서 깊은 웨딩 편집 숍에서 구입한 드레스와 볼레로로 구성된 이탈리아 디자이너 제품.



1994 겨울, 주말마다 스키 여행을 갔다. 둘보다 항상 친구들과 함께였지만.



1996 우리 결혼식 후 뉴욕으로 돌아가 참석한 친구 결혼식.



2004 1월 15일. 둘째 성민이 돌잔치. 첫째아이 때는 화려하게 했으나 애기가 계속 울어 진땀을 빼서 둘째는 회사 식구들과 간단히 치렀다.



2001 앤디앤뎁 3년 차. 입고 있는 옷은 2001년 S/S 컬렉션.



27년 전, 친구로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한 마디에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그 속에는 신뢰와 존중이 깔려 있는.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한국 패션을 이끌어가는 패션 하우스의 대표와 이사가 됐지만 여전히 서로에게 한결같은 앤디앤뎁의 김석원, 윤원정. 결혼 20주년을 맞는 부부의 결혼생활이 궁금하다. ::부부,커플,앤디앤뎁,김석원,윤원정,20주년,결혼,자녀,결혼생활,웨딩,브라이드,엘르 브라이드,엘르,el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