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유리 상자를 연상시키는 글래스 하우스의 외관.실내 오른쪽 끝에 자리한 침실 공간. 필립 존슨은 이 침대에서 숨을 거뒀다.이 집의 중심이 되는 응접실. 브라운 컬러의 바르셀로나 체어가 완벽하게 어울리는 공간이다.유리로 지은 집, 필립 존슨의 글래스 하우스뉴욕에서 차로 1시간여를 달리면 도착하는 코네티컷 주의 뉴 캐넌(New Canaan). 한적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작은 마을은 미국 건축사에서 큰 의미를 지닌 곳이다. 바우하우스를 대표하는 거장 마르셀 브로이어를 비롯해 하버드대 출신 건축가 5인(소위 ‘하버드 파이브’로 불린다)이 지낸 곳으로 이들은 총 100여 채의 아름다운 개인 주택을 이곳에 지어올렸다. 하버드 파이브 중 한 명이자 오늘날 건축계의 전설로 불리는 필립 존슨도 이곳에 자신의 걸작을 남겼다. 사면이 유리로 된 직사각형 모양의 ‘글래스 하우스’가 그 주인공. 주말 별장 겸 서머 하우스 용도로 지은 이 집에 각별한 애정을 지닌 존슨은 죽는 날까지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의 파트너이자 아트 큐레이터였던 데이비드 휘트니를 비롯해 당시 미술계를 주름잡았던 명사들이 모여 예술적 교감을 나누는 사랑방이기도 했다. 존슨은 3년의 시간을 거쳐 1949년 이 집을 완성했다. 총 42에이커(약 17만m2)의 넓은 부지에는 글래스 하우스뿐 아니라 게스트하우스와 페인팅 갤러리, 조각품 갤러리, 연못의 정자와 다양한 설치미술 작품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각각의 갤러리에서는 앤디 워홀, 줄리앙 슈나벨,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 존슨의 방대한 아트 컬렉션을 직접 만날 수 있으며, 현재는 일본의 설치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이곳의 하이라이트인 글래스 하우스의 내부로 들어섰다. 생각보다 아담한 크기인데, 첫눈에 들어오는 것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바로셀로나 체어와 데이베드, 반듯한 유리 테이블로 구성된 응접실이다.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에 강한 메탈 소재와 부드러운 가죽이 대조를 이루며 이 집에 무게감을 더한다. 거실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다이닝 공간과 주방이, 오른쪽에는 침실과 화장실이 자리 잡고 있다. 실내를 훑어보고 나니 이런 미니멀한 스타일의 건축물이 60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느껴졌다. 당시 첨단 건축 소재였던 철과 유리를 주재료로 사용한 이 집의 크기는 가로 17m, 세로 9.8m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좁다거나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사방의 유리를 통해 내부로 관통하는 자연광 덕분이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자연이라는 거대한 캔버스가 선사하는 풍광은 유리로 지은 집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 이곳에서 자연과 인간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몰아치는 바람과 뜨거운 햇빛을 그대로 느끼고, 빗방울의 움직임과 단풍잎의 색감, 새하얀 설경의 눈부심도 고스란히 실내로 스며든다. “이보게 필립, 내가 지금 안에 있는 것인가, 밖에 있는 것인가? 내 모자를 벗어야 하는가, 아니면 계속 쓰고 있어야 하는가?” 이곳을 찾았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존슨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나도 그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다.The Glass House add 199 Elm Street New Canaan, CT 06840 tel 1-203-594-9884web www.theglasshouse.orgtips 투어가 가능한 시즌은 매해 5월부터 11월까지.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