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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에 오른 멜리사 맥카시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 받는 여자가 된 멜리사 매카시는 알고 보면 한때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패션학도였다. 유년시절부터 그녀를 알고 지낸 슈즈 디자이너 브라이언 앳우드가 그 시절을 되짚었다.

프로필 by ELLE 2016.08.11

장식적인 튤 실크 드레스는 Versace. 볼드한 이어링은 De Grisogono. 펌프스는 Brian Atwood. 반지는 본인 소장품.



2012년 2월 28일,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던 날 멜리사 매카시는 자신의 집에서 젖먹이인 둘째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그러다 둘도 없는 절친이자 배우인 옥타비아 스펜서가 <헬프>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듣곤 눈물을 흘리며 남편에게 말했다. “맙소사, 옥타비아가 아카데미상을 받았어!” 그러자 남편은 말했다. “당신도 후보에 올랐던 건 알고 있지?” 그렇다. 멜리사 매카시 또한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으로 그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비록 오스카 수상자로 호명되진 못했지만 그 이후로 오스카 트로피보다 더 반짝이는 행보를 거듭했다. 그녀를 아카데미 수상 후보로 만들어준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을 비롯해 제이슨 베이트먼과 함께 출연한 <내 인생을 훔친 사랑스러운 도둑녀>와 샌드라 불록과 호흡을 맞춘 <히트> 그리고 지난여름 국내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얻은 <스파이>까지, 이 모든 작품이 북미에서만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뒀다. 올해 개봉한 <더 보스>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서 끌어내리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관객이 신뢰하는, 명실상부한 최고의 배우로 꼽혀도 손색없는 경력이 그녀를 수식한다. 게다가 그녀의 진가는 코미디영화에서만 반짝이지 않는다. 멜리사 매카시는 빌 머레이가 출연한 <세인트 빈센트>에서 홀로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 역할을 진지하면서도 유연하게 소화해 냈다. 올해 멜리사 매카시의 경력은 새로운 빅뱅으로 들어설 것 같다. 유령 잡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여자들의 이야기로 변신시키며 무려 12년 만에 리메이크된 <고스트 버스터즈>가 북미 개봉을 앞두고 있고, 10년 만에 넷플릭스에서 다시 제작되는 미니시리즈 <길모어 걸스>에서 데뷔 초기에 맡았던 캐릭터를 다시 만날 예정이다. 그런데 혹시 멜리사 매카시가 연기보다 패션에 더 관심 많은 소녀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패션 브랜드 ‘멜리사 매카시 세븐7(Melissa McCarthy Seven7)’을 운영하고 있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녀가 스무 살에 뉴욕에 발을 디딘 것도 본래 패션기술대학(F.I.T)에 진학할 목표를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는 그녀 자신도 할리우드의 거물이 될 것이란 예감은 없었겠지만. 어쨌든 <엘르>에선 그녀를 위해 특별한 인터뷰를 마련했다. 슈즈 디자이너 브라이언 앳우드(Brian Atwood)의 질문에 멜리사 매카시가 답할 수 있는 기회.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할 대화는 일리노이에서 함께 자란 두 친구의 왁자지껄한 수다일지도 모른다. 다만 한 사람은 슈즈를 디자인하고, 한 사람은 연기를 하면서, 성별이 달라도 여전히 서로의 미래를 응원할 수 있는 사이로 한 뼘 더 성장했다는 것이다.



실크 블라우스와 스커트는 Parabal Gurung. 이어링은 Martin Katz. 브레이슬렛은 Kimberly Mcdonald.



BA TV, 영화 제작, 각본, 연기, 심지어 패션 브랜드 운영까지, 너무 많은 문턱에 발을 올리고 있는 것 같아. 이 모든 균형을 어떻게 맞추지 MM 매사가 이런 식이야. ‘세상에! 난 이걸 배웠어야 했어. 누가 내게 방법 좀 알려줘요!’ 패션 라인이든, 영화 각본이든 혹은 편집이든, 뭔가에 한번 꽂히면 헤어나질 못하니까. 이를테면 ‘이 옷감이 정말 온종일 편안할까?’에 사로잡히면 깊은 상상에 빠져. ‘그녀는 온종일 기분이 좋을 거야. 아니, 오후 3시쯤이면 당장 집에 가서 이 스커트를 벗어던지고 싶다며 소리 지르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BA 그런데 <더 보스>에서 연기한 미셸 다넬이라는 허황된 캐릭터는 어디서 찾은 거야 MM 우리가 처음 뉴욕에 왔을 때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에 자주 구경 갔잖아. 너는 내게 슈즈를 사라 했지만 내겐 그럴 여유가 없었지. 그리고 난 네게 그렇게 돈을 쓰다간 빚더미에 오를 거라 잔소리했고. 그래서였을까? 거침없이 쇼핑해서 자신을 꾸미는 여자들을 보면 환상 속의 그녀들 같았어. 그런 그녀들에게 사로잡혔던 거야. 게다가 연기가 즐거운 건 석 달 동안 다른 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니까. 물론 그 후엔 평소대로 진을 입고 다니는 털털한 여자로 돌아오지만. 


BA 사람들이 네가 추구하는 여성상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하니 MM 언제나 나는 내 캐릭터와 딱 붙어 있는 기분이야.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그들을 위해 싸움도 불사할 정도니까. 예를 들면 <고스트 버스터즈>를 촬영할 때 폴(감독 폴 페이그)의 디렉션을 받고, ‘그녀라면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따질 때도 있었어. 배우로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가끔은 내가 너무 파고드는 건가 싶기도 하지. 내가 연기하는 여성들을 대표하려는 사명감에 불타곤 하니까. 그녀들은 스크린 속의 가상 인물이지만 내겐 현실적인 여성처럼 느껴져. 비틀리고 결점이 많아도 입체적이고 사랑스러운. 


BA <고스트 버스터즈>에선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MM 애비(Abby)라는 여자인데, 정말 사랑스러워. 불가능한 현상을 연구하면서 혼자 끊임없이 중얼거리거든. ‘넌 미쳤어! 이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니까!’ 덕분에 새로운 발명을 위해 연구를 거듭한 이들이 ‘제정신이 아니구나!’라는 소리를 얼마나 많이 들었을지 생각했어. 아마 다이애나 니아드(Diana Nyad)도 ‘당신은 불가능해. 너무 나이가 들었잖아’라는 말을 들었을걸? 하지만 그녀는 바다로 뛰어들었지. 그리고 쿠바에서 플로리다까지 수영해 갔어. 64세의 나이에 말이야. 


BA 슬랩스틱에 능한 코미디 배우로 꼽히는 네가 좋아하는 코미디 배우는 누구일까 MM 나는 캐릭터의 뇌와 몸을 분리시키는 데 능한 타입은 아니야. 하지만 크리스틴 위그(Kristen Wiig)는 잘하지. 캐릭터마다 완벽하게 달라. 손동작이나 걸음걸이까지. 정말 존경스러워. 나도 다른 누군가가 되고 싶거든. 물론 그래도 나 자신이 좋아. 


BA 나는 언제든 너와 함께 뛰어줄 수 있어! MM 내가 아는 브라이언 앳우드는 최악의 달리기 선수인데(웃음)! 그래도 네가 못하는 게 있다는 건 참 다행이야. 이미 너무 많이 재능을 가졌잖아. 게다가 추진력까지. 


BA 최근 ‘플러스 사이즈’에 대한 말이 많은데, 이에 보탤 의견은 있겠지 MM 우린 분류를 멈춰야 돼. 사이즈에 집착하는 건 마치 ‘빨강머리치곤 예쁘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과 같으니까. 그냥 예쁘면 그 자체로 예쁘다고 말하면 되잖아. 그래서 ‘멜리사 매카시 세븐7’ 라인은 4 사이즈부터 24 사이즈까지 만들어. 현실적인 여성에게 맞는 옷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니까. 나 역시 14세 때부터 내게 편한 사이즈이면서 예쁜 옷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왔거든. 


BA 어린 시절에 대해 말해줄래? 이를 테면 부모님이라던가 MM 나는 늘 내 수다스러움이 좋은 재능이라고 여겨왔어. 왜냐면 부모님은 결코 내 입을 다물게 한 적이 없었으니까. 그리고 항상 움직이지 않으면 죽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스포츠도 실컷 즐기고, 헛간을 탐험하듯 들쑤시고 다녔지. 그리고 우리가 다닌 남녀공학 학교에서 입었던 교복 기억 나? 그 심심한 교복 때문에 평소엔 더 펑크 록 밴드처럼 입은 것 같아. 탈출구가 필요했으니까. 물론 태도까지 펑크는 아니었지. 


BA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 중 하나가 된 기분은 MM 글쎄, 그런 기분을 크게 느껴본 적은 없는데. 일단 감사하지. 지난 20년 동안 쭉 연기하고 쇼를 만들면서 내가 바라는 걸 할 수 있었고, 특별히 누가 요구한 걸 한 것도 아니니까. 돈을 받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일하는 걸 정말 좋아했지. 그렇게 오랫동안 추구해 온 길이 전망으로 이어진 것 같아. 어쨌든 난 집에선 여전히 바느질도 즐기고 있어. 캐주얼한 팬츠도 만들 수 있고, 코스튬 플레이도 하지. 정말 즐거워. 


BA 뉴욕 FIT 패션스쿨에 들어가길 원했던 너니까 MM 그랬지. 그런데 네가 나를 무대 위로 밀어 올린 탓에 배우가 돼버렸지. 덕분에 원했던 학업은 망쳐버렸고. 다 너 때문이야. 정말 고맙다! 친구야!

Credit

  • photographer MARK SELIGER
  • stylist SAMIRA NASR
  • CONTRIBUTING EDITOR 민용준
  • translator 권태경
  • DIGITAL DESIGNER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