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생 여자'의 향기 | 엘르코리아 (ELLE KOREA)

꽃을 마다할 여자가 누가 있을까? 선머슴 같은 여자도 한없이 여성스럽게 변신시킬 수 있는 마법의 향수가 뉴욕으로부터 서울에 상륙했다. 향기의 근원지인 뉴욕으로 가, 마법을 일으킨 에어린 로더에게 향기에 얽힌 추억과 영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글로벌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어린(Aerin)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에어린 로더.



후각이란 참 신기한 감각체계다. 어린 시절, 5월의 어느 날엔가 맡았던 딸기 향은 지금과는 어딘지 달랐던 것 같고, 할머니의 카디건에서 풍기던 포슬포슬한 향기, 심지어 즐겨 먹던 이유식의 향기까지도! 특정 향기의 추억은 뇌리 속으로 파고들어 시각적 기억보다 깊게 각인돼 있으니 말이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본능적인 후각으로 자신의 짝을 찾아내고, 특히 배란기의 여자는 향기로 그가 자신의 이상적인 파트너인지 아닌지를 구별해 내는 능력을 갖게 된다고 한다. 후각과 추억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기분까지 지배할 수 있는 향기의 마법으로 전 세계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이 있다. 바로 글로벌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어린(Aerin)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스티 로더 컴퍼니스의 주력 브랜드인 에스티 로더의 스타일 & 이미지 디렉터인 에어린 로더(Aerin Lauder)가 그 주인공. 에스티 로더의 손녀로, 1992년부터 에스티 로더 컴퍼니스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해 제품개발과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해 내고, 광고와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20년간 에스티 로더의 이미지를 만든 장본인이다. “향기는 그 사람의 분위기와 기분을 변화시킬 수 있죠. 그래서 그 향을 입을 여성들을 위해 저는 모던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그녀들의 옷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제 감성과 취향을 고스란히 담은 특별한 컬렉션으로 말이죠.” 뉴요커 스타일의 아이콘으로서 두 아이와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그녀를 꽃 향기 가득한 에어린의 오피스에서 만나 향기와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에어린 로더의 세심한 큐레이팅을 엿볼 수 있는 8개의 향수 시향 테스트.




(왼쪽)에어린의 시골집에서 피어나는 라일락 덤불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향수 라일락 패스.
(오른쪽)에어린의 프리미엄 컬렉션의 첫 향수이자 장인 정신이 깃든 럭셔리한 향수 로즈 드 그라스 퍼퓸.



에어린 프래그란스 컬렉션을 탄생시킨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컬렉션은 가장 개인적이며 친밀한 표현입니다. 제 삶이자 기억들이죠. 향기는 제 헤리티지이자 언제나 열정을 쏟아온 분야었어요. 내가 누구인지, 삶이 어떤지 제가 느끼는 감성을 모두와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저를 표현하는 데 향기보다 밀접한 것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특별히 영감받은 여성상이 있다면 모던하면서도 클래식한 여성을 떠올렸어요. 에어린 향수 컬렉션 중 이캇 재스민을 만들 때는 청바지를 즐겨 입는 모던한 여성을 상상했어요. 좀 더 캐주얼하죠. 반면, 이브닝 로즈는 좀 더 격식을 갖춘, 하지만 밤에도 외출을 즐기는 관능적인 여성을 떠올리며 만들었습니다.


당신에게 향수는 뷰티 그 이상의 의미, 즉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모두를 함축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뷰티가 정말 매력적이에요.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연결하고 있으니까요. 많은 런웨이들이 향수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는가 하면, 지중해로부터 영감을 받은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1955년 영화 <나는 결백하다 To Catch a Thief>는 에어린 향수의 메디터래니언 허니서클의 영감이 되기도 했죠. 이렇게 에어린의 8개 향수는 각각 다른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 모두 패션과 뷰티, 홈과 연결돼 있어요.


뉴요커의 대명사, 에어린 로더에게 가장 뉴욕스러운 영감을 주는 것은 아마도 뉴욕의 야외 풍경이겠죠. 센트럴 파크는 특별한 체육관인 셈이에요. 풀밭 위를 자유로이 걸을 수 있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동물도 볼 수 있고요. 대부분 에어린의 향들은 뉴욕의 야외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일상에서 탈출하려는 기분 좋은 상상, 물, 꽃 그리고 잔디, 파라다이스와 같은 풍경에서요.





에어린의 쇼룸에 전시된 8개의 에어린 프래그런스 컬렉션.



어려서부터 집 안 곳곳이 화장품들로 가득 차 있었을 텐데… 인생 첫 향수의 기억은 바로 할머니의 향기에요. 제가 어릴 때 할머니는 7년 동안 에스티 로더 ‘뷰티플’ 향수를 개발했고, 이후에도 계속 개선된 제품을 사용하셨어요. 할머니의 옷에서 항상 향수 냄새가 났기 때문에 기억에 오래 남아 있어요. 할머니는 제게 향수는 항상 머리카락에 뿌리도록 가르쳐주셨죠. 어머니와 할머니는 자주 손이 가는 향수를 한두 개쯤 두고 사용하라고 했어요.


에어린 뷰티 컬렉션 제품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바로 꽃, 특히 장미 향이에요. 아름답고 럭셔리하며 아주 페미닌하죠. 당신을 미소 짓게 하고, 감각을 살아 있게 하고, 피부를 위해 놀라운 일들을 할 수 있어요. 에어린 뷰티 로즈 컬렉션 제품은 특별히 선택된 유니크한 꽃들의 향기로 보다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쇼룸을 보니, 문득 당신 집과 화장대가 궁금해지네요 여기 있는 모두가 집에서 영감을 받은 것들이에요. 테이블 위에는 거울이 장식돼 있고, 할머니가 사용하던 향수와 데커레이션 아이템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들과 셰그린 텍스처의 화이트 박스, 주얼리와 진주 제품들…. 롱아일랜드의 집은 원래 할머니의 집이었어요. 그녀는 아름다운 흰색 장미 정원을 가꿨고, 저는 여전히 그 정원을 가꾸는 게 즐거워요. 최근엔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를 만들어 어떤 날씨에도 정원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게 됐어요.


여덟 가지 향수 중 당신이 즐기는 향의 컴바이닝 조합을 소개해 준다면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이캇 재스민의 경우 어떤 제품과 레이어드해도 잘 어울릴 거예요. 특히 메디터래니언 하니서클과 함께 사용해도 좋을 것 같고요. 재스민, 베르가못, 허니서클 모두 잘 어울리는데, 흥미로운 건 모두 하얀 꽃이라는 점이죠.




쇼룸에 전시된 포트레이트와 영감을 주는 그림들.




프랑스 지베르니 가든에 핀 수련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워터릴리 선 향기를 머금은 보디 크림.




할머니 에스티 로더 여사의 사진과 손녀 에어린 로더.



패키지에 스톤 장식을 선택한 이유는 저는 해변가를 거닐기 좋아해요. 그리고 돌과 조개들을 줍곤 하죠. 몇 년 전 에스티 로더를 위해 프라이빗 컬렉션을 론칭했을 때 완벽하지 않은 모양의 스톤들이 박힌 향수 뚜껑을 선보였어요. 해변가에서 발견할 만한 그런 돌들이었는데, 완벽하지 않아도 아름다웠죠.


향에 관한 습관이 있나요 제 컬렉션으로 구성된 화장품 가방이 있는데, 전 그날의 무드에 따라 혹은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 뿌리는 향수가 달라요. 만약 화창한 날이면 워터릴리 선이나 메디터래니언 허니서클을, 클래식한 일상복을 입었다면 이캇 재스민을, 밤에 놀러 나간다면 이브닝 로즈를, 추운 곳에 간다면 앰버 머스크를 뿌릴 거예요.

잊지 못할 유혹적인 남성 향수에 관한 기억이 있다면 에스티 로더에도 훌륭한 남성 향수들이 많아요. JHL은 할아버지의 이니셜을 따서 만든 향인데 클래식한 남자 향수죠. 제 남편의 경우엔 에어린의 라일락 패스는 사용하지 않을 거고, 그러지 않길 바라요(웃음). 향수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아들이 다섯 살 때 학교에 막 다니기 시작할 무렵이었죠. 아들이 등교하기 전에는 일하다가도 빅 키스를 해 주곤 했는데, 아마도 아들의 머리에 당시 한창 론칭 준비 중이던 향수 냄새가 배었나 봐요. 하루는 학교에 선생님 면담을 갔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물어볼 게 있다고 해서 엄청 긴장했어요. 선생님이 말하길, 아이에게서 매일 나는 향이 대체 무엇이냐고, 너무 향이 좋다는 거예요. 그건 그때 작업하고 있었던 프라이빗 컬렉션 향이었고, 향수가 론칭되자마자 바로 선생님께 보내드렸죠.


남편, 사랑하는 아이들과의 추억을 향으로 만든다면 어떤 향이 될까요 저는 1년 중 가족들과 함께 롱아일랜드에서 보내는 여름 시즌을 제일 좋아해요. 아마 그때를 떠올리게 하는 향기가 아닐까 싶어요. 롱아일랜드 지역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수국 같은 향기랄까요. 향이 진하진 않지만 향수로서는 재미있는 시도일 것 같아요. 여름 꽃인 제라늄의 아름다운 향기도 떠올릴 수 있겠네요.


꽃을 마다할 여자가 누가 있을까? 선머슴 같은 여자도 한없이 여성스럽게 변신시킬 수 있는 마법의 향수가 뉴욕으로부터 서울에 상륙했다. 향기의 근원지인 뉴욕으로 가, 마법을 일으킨 에어린 로더에게 향기에 얽힌 추억과 영감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