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골집을 샀다
2015년 가을, 서울을 떠나기로 했다. 시골 아낙이 되고 싶었다. 그 시작은 아파트를 팔고 촌집을 찾아 길을 나서는 일이었다. "Why Not?" 우리는 하동에서 시골집을 샀다. 그리고 지금부터 2주에 한 번씩 뼈대만 남긴 흙집 리모델링 과정과 좌충우돌 하동 정착 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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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묻는다. 대체 왜냐고. 서울 지인들은 왜 도시를 떠나느냐 묻고, 시골 어르신들은 뭐 먹고 살려고 여기 왔느냐 묻는다. 긴 사연을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듯 눈을 반짝이는 그들. 중요한 결정일수록 큰 계기가 필요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하긴, 300km를 달려 연고도 없는 시골로 떠나 왔을 때엔, 파산이나 이별, 질병 등 어떤 드라마틱한 사연이 있는 편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하지만 때로 인생을 뒤흔드는 결정을 하고난 후 우리는 깨닫곤 한다. 그 결정을 이끈 것은 재고 따진 결과가 아닌, 우연 혹은 본능이었음을. 무슨 얘기를 이리 길게 시작하냐고? 우리 부부가 각자의 직장을 때려치우고 서울을 떠나 시골로 내려가게 된 얘기다.

팔도 유랑단 시절, 전국을 누비며 구경했던 집들. 촌집의 구조를 가진, 마당이 있는 집을 위주로 둘러보았다.

마당에 야생화가 피어있던 늦가을, 우리 집을 처음 만났다.
대학 졸업 후 패션 에디터라는 하나의 직업만을 가진 채 30대 중반이 된 나와는 달리, 남편은 유학생활과 다양한 직장에서의 경험 때문인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비교적 적었다. 그는 끊임없이 의문을 가졌고, 단순한 문장으로 내게 ‘쨉’을 날리곤 했다. “우리는 삶의 형태를 선택할 수 있어.” “우리는 꼭 서울에서 살아야 할까?” “이것은 우리가 원하는 삶일까?” 등과 같은. 그리고 그 쨉이 모여 마침내 우리의 습관과 단조로운 생활, 그리고 출퇴근이라는 견고한 성을 무너뜨렸다.
사회생활 10년. 이쯤에서 변화를 가져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흘러가듯 떠다니다 보면 어딘가에 이르게 되겠지.’ 회사를 그만둔 우리는 살 곳을 찾아 떠났다. 충청도에서 시작된 여정은 밑으로, 밑으로 이어져 땅끝마을까지 이어졌다. 지방에 연고가 없으니 그 어디라도 상관없었다. 수많은 집과 마을과 땅을 구경하며, 길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 집은 이래서 싫고, 저 집은 저래서 싫었다. 기름값을 전국 국도에 뿌리고 다니는 동안 수개월이 흘렀다. 내 이름이 빠진 전 직장의 잡지가 여러권 발행됐다. 계절도 바뀌었다.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어웨이 위 고> 속 주인공들이 떠올랐다. 살 곳을 찾아 길을 떠나 헤매던 중, 여주인공 베로나가 남주인공 버트에게 묻는다. “우리 망한거야?(Are we fuck-ups?)”
우리는 아무래도 망한 것 같다며 절망할때 즈음, 우리의 집을 만났다. 지리산 자락을 병풍처럼 등 뒤에 두르고, 마당에는 소박한 야생화가 피어 있는, 아름다운 집을!(잠시 눈물 좀 훔치고...) 지난 여름, 보름동안 지리산 둘레길을 걸을 때 지나며 감탄했던 하동. 그곳의 산자락과 섬진강에 마음을 빼앗겼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이 소박하고 아름다운 집의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알아봤다. 우리가 찾던 바로 그 집이라는 걸. 동네 어르신들은 다 허물어가는 그딴(!) 집을 대체 왜 사냐며 의아해했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계약하겠노라고. 왜냐고? 글쎄. 그 때의 심정을 굳이 설명하라면,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속 대사를 빌려 말할 수밖에. “Why Not?”

시골행을 결심할때 즈음 읽었던 책들
<인생따위 엿이나 먹어라(인생이란 멋대로 살아도 좋은것이다)>, 마루야마 겐지, 바다출판사, 2013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마루야마 겐지, 바다출판사, 2014
<서른살의 집>, 노석미, 마음산책, 2011
<엄마의 살림>, 박서영 · 서상민, 디자인이음, 2015
Credit
- Writer & Photographer 김자혜
- illustrator 김참새
- Digital Designer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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