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GGAN by JO SEO HYUN‘랑간’을 만드는 조서현은 모자를 직접 제작하는 ‘밀리너(Milliner)’, 모자 디자이너, ‘햇 메이커(Hat Maker)’ 등으로 직업을 정의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머리에 쓰는 모든 것을 만드는 사람’이라 사람들에게 설명한다. ‘랑간(Ranggan)’의 뜻은 구전 설화에 나오는 인어의 이름이다. 인어는 실재하지 않지만, 상상 속에 존재하며,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다. 랑간 역시 그런 브랜드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브랜드 이름으로 지었다. 어떻게 모자 디자이너가 됐나 대학생 때 워킹 홀리데이로 일본에 갔는데, 그때부터 모자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적극적으로 밀리너를 꿈꾸게 됐다. 그 후 뒤늦게 모자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일본문화복장학원’에 들어가 모자와 주얼리 디자인을 전공했다. 이때 배웠던 기술과 지식, 주변 사람들과 환경에서 받은 영감이 지금 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일본과 우리나라 모자 시장의 차이점은 우리나라는 일상적인 모자와 비일상적인 모자가 확실하게 구분되는 편이다. 모자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볼 때 컬렉션에 세우는 모자와 무대 의상 혹은 화보 작업을 위한 모자, 그리고 대중을 위해 만드는 모자는 엄연히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유럽이나 일본은 일상과 비일상, 그 교집합이 우리나라에 비해 더 넓은 편이다. 캡, 버킷에서 시작된 모자의 유행이 베레로 이어졌다. 이번 시즌 유행할 모자는 파나마 햇이라 불리는 스트로 소재가 널리 유행할 것 같다. 대중에게도 친숙한 소재라 거부감 없이 쉽게 쓸 수 있다. ‘랑간’을 대표하는 아이템은 무엇인가 랑간은 아직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 성장기에 있는 브랜드다. 그래서 세상에 없는 모자, 평범하지 않은 모자, 남들이 만들지 않는 모자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기본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랑간의 시작이자, 브랜드의 근간이 된 베레를 브랜드의 대표 아이템으로 꼽을 수 있다. 또 베레는 모자를 만드는 기술적인 부분이나 스타일링에서 가장 기본으로 꼽히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모자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모자는 어디까지나 사람이 착용해야 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때문에 기발한 디자인보다 우선시돼야 하는 부분은 머리에 착용 가능한 유연성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패션 경매행사에 직접 만든 모자를 기증한 적 있다. 그런데 그 모자를 ‘샤이니’의 한 멤버가 사갔고, 그것을 알게 된 그의 팬클럽에서 나에게 역으로 그에게 줄 생일 선물로 모자를 제작해 달라고 의뢰한 적 있다. 또 최근에는 샤이니의 콘서트를 위해 모자를 제작한 적도 있는데, 하나의 일이 꼬리를 물 듯 연결되는 것이 신기했다. 그저 모자를 내 손으로 만들 수 있기를 꿈꾸며 일본으로 갔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많은 자리에서 랑간의 모자를 알릴 수 있게 된 것이 기쁘다. 블로그에 800개가 넘는 모자가 업데이트돼 있더라 ‘쇼쿠닌(일본어로 장인을 뜻한다)’이 되려면 적어도 10년이 걸린다는 말을 마음속에 늘 새긴다. 내가 만든 모자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부끄럽기에 1000개의 모자를 내 손으로 만들기 전에는 누군가에게 모자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실제로는 700개 정도 만들었을 때부터 판매하게 됐지만 말이다. 현재는 1000개를 훌쩍 넘었고, 그 결과물의 대부분은 실패작이지만, 성장과 연습을 위해 작업한 모자가 대부분이었기에 개수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기본에 충실한 디자인의 페도라에 위트 있는 디테일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