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헤드피스의 거장, 스테판 존스

수많은 시즌 동안 아티스틱한 헤드피스로 런웨이에 마법 같은 클라이맥스를 이끌어낸 스테판 존스. <엘르>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의 경계를 오가며 어느덧 세계적인 거장의 자리에 오른 그와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프로필 by ELLE 2015.08.21
DEXT5 Editor

 

 

2015 S/S 시즌 톰 브라운을 위해 만든 드레스 헤드피스.

 

 

 

 

 

 

(왼쪽) 2012 S/S 자일스 디컨을 위해 만든 백로 헤드피스.

(오른쪽)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 등장한 골드 헤드피스.

 

 

 

 

 

(왼쪽) 2007 F/W 디올 쿠튀르 컬렉션의 예술적인 팔레트 헤드피스.
(오른쪽) 2006 S/S 꼼 데 가르송을 위한 왕관 헤드피스.

 

 

 

 

 

 

2015 S/S 시즌 도나 카란의 오버사이즈 햇.

 

 

 

 

 

 

2015 S/S 시즌 시그니처 컬레션.

 

 

 

최근 3일간 당신의 인스타그램에는 강아지 사진들이 업데이트되더라. 동물에게서 자주 영감을 얻는 편인가 그렇다. 어릴 적부터 동물과 함께 자라왔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지 않나. 반려견은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무궁무진한 판타지의 세계는 주로 어디서부터 시작되나 내가 살아온 혹은 살아가고 있는 인생을 모자에 담을 뿐이다.

생애 첫 패션 모멘트는 갖고 있던 사탕을 플랫폼 신발과 바꿔치기했던 여덟 살 때인 것 같다.

 

어린 시절 펑크에 심취한 클럽 키드였다고 고백한 인터뷰를 읽었다. 펑크가 당신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나 그렇다. 특히 20대 때는 펑크를 사랑하는 것 외에 다른 걸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심취했다.

 

1976년부터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런던은 당신에게 어떤 도시인가 런던은 끌릴 때도 있고 지루할 때도 있는 아이러니한 도시다. 나는 늘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것을 사랑한다. 때문에 런던 베이스 디자이너라는 타이틀보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라는 명칭이 더 좋다.


의상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헤드피스 디자인을 선택한 결정적인 계기는 대학을 졸업하고 쿠튀르 하우스에서 패턴 인턴을 한 적 있다. 우연히 모자를 디자인할 기회가 있었는데 의상보다 모자를 제작하는 일이 흥미롭고 내게 잘 맞는 것 같았다. 주변 사람들도 내 모자 디자인을 인정해 주었고, 패션 디자이너보다 모자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이 더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2015 S/S 시즌 특히 톰 브라운 쇼에 등장한 헤드피스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모두 당신의 아이디어였나 물론이다. 모두 내 손을 거쳐 완성된 모자들이다. 하지만 디자인은 디자이너의 드레스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된다. 그것이 진정한 컬래버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톰 브라운을 비롯해 존 갈리아노, 마크 제이콥스, 레이 가와쿠보, 자일스 디컨 등 뛰어난 디자이너들과 작업을 함께 해왔다. 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돌이켜보면 모든 작업은 각기 다른 시작점을 갖고 있다. 어떻게 시작했든 간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디자이너에 대한 신뢰 그리고 진정한 친구가 되는 거다. 진심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비로소 완벽한 헤드피스가 완성된다고 믿고 있다.

 

가장 즐겁게 작업했던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꼽는다면 두말할 것 없이 존 갈리아노다. 그와는 2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함께 작업해 왔는데 항상 황홀했고 마음이 잘 맞았다.

 

그런 존 갈리아노가 컴백했다. 그것도 패션 판타지로 가득한 메종 마르지엘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메종 마르지엘라와의 협업을 조심스레 기대해 봐도 될까 아직 이른 감이 있다. 그리고 존은 자주 이런 말을 한다. “차근차근 천천히!”(웃음).

 

디자이너들과의 협업 외에 당신만의 라인을 전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 컬렉션만큼은 세월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늘 독창적이면서 매력적이었으면 한다.

 

지금껏 디자인한 헤드피스 중 가장 파격적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을 꼽는다면 모델 조던 던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착용한 헤드피스와 2004년 디올 오트 쿠튀르 쇼에서 에린 오코너가 착용한 이집트 크라운 아닐까.

 

당신의 헤드피스를 가장 완벽하게 소화한 인물이 있을까 내 헤드피스를 쓴 모든 사람들. 내가 만든 헤드피스들은 사람들이 착용했을 때 비로소 생명력을 얻는 존재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모자 마술사’라고 부른다. 만약 마술을 부릴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모자를 만들고 싶다. 아마도 무척 큰 사이즈가 될 거다. 이를테면 자동차 크기만큼(웃음)?

 

당신은 크리에이티브한 헤드피스들을 사랑하는 훌륭한 셀러브리티 고객들(안나 피아지, 믹 재거, 다프네 기네스 등) 덕분에 큰 성공을 거뒀지만 대중과는 조금 멀어졌다 난 항상 대중을 위한 헤드피스를 만들어왔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나를 찾아와 평범하지 않은, 무언가 색다른 걸 원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명품 백은 아무렇지 않게 구입해도 정작 모자 같은 소품 구입엔 인색한 편이다. 그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자신의 패션을 부담 없이 즐겨라!

 

빠르게 변하는 패션 트렌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인가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런 이유에서 패스트 패션 트렌드를 좋아한다. 패스트 패션이 있기 때문에 패션계에 다양한 볼거리가 끊임없이 넘치는 거라고 생각한다.

 

패션계에선 70년대 스타일이 화두다. 당신의 70년대는 어떤 모습이었나 70년대 초반에는 영국 리버풀에 있는 기숙사 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학교 유니폼 차림에 검정 레이스업 슈즈만 신었다. 후반에는 세인트 마틴에 다니면서 펑크에 빠졌고, 중고 매장에서 옷을 사거나 직접 만들어 입었다. 인생에서 가장 독창적인 패션을 추구했던 시기였다.

 

요즘 당신이 즐겨 입는 패션 스타일은 요즘 살이 많이 빠져 사이즈가 무척 줄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스리피스 수트를 즐겨 입는다. 남자에게 스리피스 수트는 여자에게 화장품과 같은 느낌으로 입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지난 서울 방문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10 꼬르소 꼬모 서울에서 주최한 전시 참여를 위해 방문했는데 즐거운 경험이었다. 놀라웠던 점은 한국 사람들의 패션 취향이 무척 우아하다는 것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는 거다.

 

만약 한국인을 위한 스페셜 에디션을 제작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아이디어를 낼 것인가 한국의 겨울은 너무 춥더라. 눈 내리는 겨울에도 따뜻함과 판타지를 느낄 수 있는 헤드피스를 제작하고 싶다.

 

최근 몰두하고 있는 관심사는 메트로폴리탄에서 열릴 새로운 전시를 위해 그동안 만든 모든 헤드피스들을 복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예술 분야에도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만약 패션 디자이너가 아닌 아티스트와 협업한다면 누구와 하고 싶은가 최근에 아티스트 세리스 윈 에반스와 천체 모양의 보닛을 제작했다. 다음번엔 아니시 카푸어와 꼭 한번 작업해 보고 싶다.

 

당신은 대중에게 어떤 디자이너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왔노라, 보았노라, 헤드피스를 만들었노라! 인터뷰를 마친 후 무엇을 할 예정인가 헤드피스 피팅 작업이 날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내일 아침 첫 기차로 파리에 갈 예정이다.

 

 

Credit

  • EDITOR 허세련 COURTESY OF STEPHEN JONES
  • 10CORSOCOMO Seoul DIGITAL DESIGNER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