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손목에 얹어진 더 멋진 시계들

시계를 좋아하는 남자는 스타일도 근사하다.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 고급 시계 박람회(SIHH)에서 만난 멋진 남자들 그리고 그들의 손목에 얹어진 더 멋진 시계들.

프로필 by ELLE 2010.04.05

양손잡이
크리스찬 하겐 | 덴마크, 코펜하겐
시계 칼럼니스트
롤렉스 시드웰러 1978 레일 다이얼(오른쪽), 파텍 필립 노틸러스 크로노그래프(왼쪽)
IWC 부스에서 신제품을 꼼꼼히 살피고 있던 크리스찬 하겐. 그가 운영하는 시계 전문 사이트 타임긱(timegeeks.dk)을 비롯해 잡지와 신문 등에 시계 관련 글을 쓰고 있는 칼럼니스트다. 파텍 필립, 파네라이, 롤렉스 빈티지 등 가지고 있는 시계만 해도 20개가 넘는다고 한다. 현재 소장목록에 추가하고 싶은 시계는 대담하고 화려한 디자인의 로저 드뷔와 리차드 밀이다. 그가 양팔에 차고 있는 시계는 파텍 필립 노틸러스와 롤렉스 빈티지로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희귀 아이템들이다. 왜 시계를 두 개나 차고 다니냐는 에디터의 질문에 대한 그의 답. “여기 있는 사람들과 시계 얘기를 더 많이 하고 싶어서!”



예거 르꿀뜨르의 산증인
야네크 델레스키비츠 | 스위스, 제네바
예거 르꿀뜨르의 아트&디자인 디렉터
예거 르꿀뜨르 마스터컨트롤

야네크는 1987년 예거 르꿀뜨르 디자인팀에 입사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예거 르꿀뜨르의 모든 모델은 그의 손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 그의 성과 중 사람들이 가장 높게 사는 것을 꼽으라면, 과거의 리베르소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지금의 리베르소를 있게 한 것이다. 완벽한 수트 피트, 조화로운 타이와 셔츠의 매치를 보여주는 이 중년 신사가 시계를 차고 있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다. 육중한 사이즈의 시계를 선호하는 남자라면 반드시 주목할 만하다. 수트 소매의 버튼 한 개를 풀어서 시계와 수트 소매 사이 공간에 여유를 주었다. 수트 버튼을 풀어도 그 모습이 흐트러짐 없어 더욱 좋다. 스포츠 기능을 가진 마스터컨트롤 시계의 얼굴이 그토록 클래식하고 우아한 느낌이 드는 건 그의 이런 스타일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Oldies But Goodies
마이클 페럿
인터컨티넨탈 제네바 제너럴 매니저
롤렉스 오이스터 퍼페추얼 데이 데이트

얼핏 보면 점잖은 듯하나 은근히 멋을 많이 부렸다. 수트와 포켓 스퀘어 심지어 타이까지 회색인데, 같은 색이라도 톤을 달리해 완벽한 차림을 보여준다. 봉긋하게 뺀 포켓 스퀘어 하나로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룩을 멋스럽게 살렸다. 멋을 많이 부려본 사람의 여유가 느껴진다. 차고 있는 시계를 보는 순간 더욱 놀랐다. 그의 손목에는 요즘 유행하는 핑크 골드나 화이트 골드, 육중한 사이즈의 시계 대신 골드로 만든 롤렉스의 오래된 시계가 올려져 있었다. 7년 전, 그가 지금 몸담고 있는 호텔의 오너에게 선물 받은 시계라고 한다. 골드와 그레이의 매치는 머릿속으로 쉽게 떠오르는 공식은 아니지만, 그는 이처럼 멋스럽게 소화해냈다. 스타일, 시계, 직업 등 모든 게 다 ‘Oldies but Goodies’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랄까?



혹성 탈출
줄리안 페이 | 홍콩
럭셔리 인사이더 그룹 CEO&발행인
MB&F 오롤로지컬 머신 No.3

에디터는 살아가면서 MB&F의 컨셉트 시계를 직접 만져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까르띠에의 프레젠테이션을 듣던 중 맞은편에 앉은 홍콩 기자가 루페로 시계를 신중히 들여다볼 때, 그의 셔츠 밖으로 MB&F의 오롤로지컬 머신 No.3가 드러났다. 두 개의 원뽈 모양 다이얼은 시와 분, 주야간을 표시해주고 반원 케이스의 디스플레이는 날짜창이다. 그의 명함을 받고 나서야 그가 이런 특이한 시계를 찰 만하다고 수긍하게 되었다. 그는 에디터의 즐겨찾기 목록에도 등록되어 있는 ‘럭셔리닷컴’의 발행인이다. 사이트에 들어가면 시계와 자동차, 요트와 비행기 등 남자라면 탐낼 만한 ‘명기’들이 소개되어 있으니 들어가보시길. 사실 MB&F 시계가 남자의 수트에 어울리는 아이템은 아니다. 그러나 어떠랴? MB&F를 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할 뿐.



매치 포인트
짐 클로버 | 미국, 뉴욕
GCK Partners PR 회장
피아제 폴로 45 크로노그래프
홍보회사 회장 짐 클로버가 착용한 시계는 피아제 시계 중에서도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모델이다. 남성미와 스포츠성을 강조한 폴로 45는 크로노그래프와 듀얼 타임존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 미학적 완성도가 높은 브랜드가 만든 남성 시계여서 그런지 스포츠 시계지만 전체적으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마른 체격에 부드럽고 온화한 인상을 가진 남자와도 잘 어울린다. 바지와 타이, 셔츠 등 전체적으로 슬림한 수트 차림인데도 이 육중한 사이즈의 시계가 과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셔츠를 제외하고 모든 아이템을 블랙으로 통일했고, 안경조차도 튀지 않는 무테를 착용한 덕분에 액세서리로서 시계가 더욱 돋보인다.



심플 시계의 미덕
요한 테르타츠 | 스위스, 제네바
에릭 지로드 디자이너
바쉐론 콘스탄틴 패트리모니

‘에릭 지로드’라는 이름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요한은 시계와 보석, 패션 아이템 등의 광고 비주얼을 만드는 디자이너다. 그는 에디터가 박람회 기간 중에 만난 남자들 중 가장 튀는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박람회장을 찾은 대부분의 남자들은 점잖은 수트 차림이기 때문에 그의 빨간 바지가 더더욱 튀어 보였다. 그러나 무심한 듯 차려입은 옷차림에도 점퍼와 구두, 가방까지 브라운 톤으로 통일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멋스럽다. 이렇게 경쾌한 옷차림에는 어떤 시계가 어울릴까 싶어 살펴봤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델을 착용하고 있었다.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중에서 가장 심플한 모델인 패트리모니였다. 작년에 바쉐론 콘스탄틴의 제네바 부티크에서 구입한 것이라고 한다.



질주 본능
파브로스 에마누엘 | 그리스, 아테네
<스타터스 아워> 편집장
예거 르꿀뜨르 엠복스 레망

시계 전문 잡지의 편집장은 어떤 시계를 차고 다닐까? <스타터스 아워>의 편집장 파브로스는 예거 르꿀뜨르의 엠복스 레망 한정판을 차고 있었다. 그가 두 달 전 구입했다는 이 시계는 전 세계 100개 한정 모델로 예거 르꿀뜨르의 컨셉트 시계다. 시계 전문가답게 에디터에게 엠복스 레망의 기능을 일일이 설명해주었다. 이 시계의 독특한 점은 크라운 대신 사파이어 글라스를 눌러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다는 거다. ‘르망’이라는 이름에서 짐작되다시피 르망 24시간 랠리에 참여하는 애스턴 마틴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시계다. 이 희귀한 아이템을 캐주얼하게 착용하고 있는 여유는 한 달에 수십 개씩 고급 시계를 만져보는 그의 이력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하이, 시뇨르
치를로 바토렐리 | 이탈리아, 리치오네
시계 바이어
아 랑게 운트 죄네 랑에 1

치를로는 이탈리아 중서부 에밀리아 로마냐 주의 작은 휴양 도시 리치오네에서 온 시계 바이어다. 밀라노와 페사로, 리치오네 등 바토렐리란 이름으로 네 개의 시계 숍을 운영하고 있다. 수백, 수천 개의 시계를 다루는 시계 숍의 주인은 박람회 기간 동안 세상에 단 25개밖에 없는 랑에 1 스페셜 에디션을 찼다. 백케이스에는 그의 성 ‘BARTORELLI’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러나 멋 부리기 좋아하는 ‘이탈리아 남자 특유의 본능’은 스타일링 곳곳에 배어 있다. 타조 가죽 브리프케이스, 포켓치프와 타이, 시계와 팔찌, 반지, 스웨이드 구두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한 것 없이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카사노바의 시계
프랭크 카사노바 | 스위스, 제네바
라뒤레 제네바 숍 오너
파네라이 루미노르 GMT

그가 건넨 명함에는 선명한 글씨로 ‘카사노바’라고 적혀 있었다. 카사노바는 프랭크의 진짜 성이라고 한다. 알렉 볼드윈을 닮은 듯한 인상을 주는 프랭크는 제네바에서 라뒤레 숍과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148년 된 마카롱 디저트 숍 그 라뒤레 맞다. 그가 차고 있는 시계는 현재 유럽 남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계 브랜드 중 하나인 파네라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유럽인에게 GMT 기능이 탑재된 시계는 하나쯤 가지고 있으면 좋다. 훤칠한 키에 덩치도 있는 편인 프랭크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시계를 선택했다. 파네라이 시계의 어떤 점이 좋냐는 에디터의 질문에 ‘빅 사이즈’라고 답하는 걸 보면 그가 자신이 차는 시계의 특징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무브먼트의 외도
우를스 키슬링 | 스위스, 루체른
부쉐러 머천다이징 디렉터
파네라이 루미노르 리미티드 에디션

스위스 남자의 시계 사랑은 세심한 옷차림에서 더욱 빛난다. 이 남자의 셔츠를 유심히보라. 무브먼트가 들어간 커프스 링크를 하고 있다. 그는 1888년에 창립한 스위스 시계 브랜드 부쉐러의 바이어다. 파네라이는 육중한 덩치의 남자에게도 어울리지만, 마르고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남자에게도 잘 어울리는 시계라는 사실! 그리고 시계 가죽 줄과 타이 색깔의 매치는 그가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아주 잘 어울린다. 우를스는 2000년에 200개 한정 생산된 루미노르 한정판을 루체른에서 구입했다고 한다. 소장하고 있는 시계를 말해달라는 에디터의 질문에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의 이름이 줄줄 쏟아진다. 예거 르꿀뜨르, IWC, 피아제, 파네라이, 까르띠에, 오데마 피게, 롤렉스 등.



머플러 하나 둘렀을 뿐
Mr. 바쉐론
바쉐론 콘스탄틴 브랜드 매니저
패트리모니 클래식 크로노그래프
중년의 나이에도 과감한 컬러의 머플러를, 그것도 블랙 수트 위에 아무렇게나 두를 수 있는 감각은 멀리서 봐도 눈이 부실 정도다. 가까이서 보면 지극히 평범한 수트 차림인데 오렌지색 머플러 하나만으로 스타일링을 훌륭하게 완성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브라운 톤 구두와 같은 소재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벨트의 매치도 멋있다. 그런 그가 차고 있는 시계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올해 SIHH 박람회에 선보인 패트리모니 클래식 크로노그래프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브랜드 매니저로 이 기간 중 원 없이 찰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되었다고. 그가 평소에 차고 다니는 시계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패트리모니라고 한다. 슬림&심플 룩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한 그에게는 패트리모니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Mr. 도도
베르트랑 발비잉 | 프랑스, 파리
홍보대행사 운영
리차드 밀 RM028
단신의 남자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스타일링을 보여준다. 멋진 패턴의 포켓치프와 머플러가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옷차림에 멋을 더해줬다. 그는 박람회에서 에디터가 본 이들 중 가장 바쁜 남자였다. 이번에 처음으로 sihh에 데뷔하는 리차드 밀의 홍보를 맡았기 때문이다. 박람회 기간에 그가 차고 다닐 시계는 이번에 리차드 밀이 새롭게 선보일 다이버 워치다. 왜소한 체격의 남자에게 47mm짜리 시계를 차라는 건 마치 수갑을 채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걱정 마시라. 시계 시장의 초경량화로 육중한 사이즈의 시계들이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니까. 리차드 밀의 RM028은 티타늄으로 만들어 아주 아주 가볍다.



* 자세한 내용은 루엘 3월호를 참조하세요!


Credit

  • 에디터 손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