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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진과 이요백, 곧 날고 길 사람들

사회 체제, 계급, 성차별에 관한 은유를 기막힌 풍자로 풀어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로 충무로의 라이징 연출자로 떠오른 감독 안국진과 세상에 없는 이름만큼이나 남다른 포부로 자신의 꿈을 접근하는 모델 이요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프로필 by ELLE 2015.10.23



수트와 리본 타이, 행거치프는 모두 Arco Valeno. 셔츠는 Tommy Hilfiger.








안국진

film director
성실한 감독의 삶


아무리 열심히 노동을 버팀목 삼아 버텨도 행복해지지 않는 여자의 복수극을 그린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이상한 나라도, 신비로운 토끼도 없다. 대신 영화 속 기괴한 세상은 현실의 단면과 별반 다르지 않고, 외면할 수 없는 그곳으로 우리를 이끄는 안국진 감독이 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 대상을 수상했고 밴쿠버국제영화제에 초대됐다. 이 같은 결과를 예상했나 이정현이 주인공으로 결정됐을 때 예산대비 볼만한 영화가 되리란 기대가 있었다. 아무리 연출이 엉망이어도 연기가 영화를 이끌 거란 믿음이 있었다. 


2년간 공들인 시나리오가 좋은 것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이정현이 워낙 마음에 들어 해 개런티도 없이 출연했다며 아니라고 하진 않겠다(웃음). 관객들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면서도 사회 체제, 계급, 성차별에 관한 은유를 받아들이길 원했다. 주제가 다소 무겁고 내가 약간 염세적이어서 초기 시나리오는 너무 재미없었다. 대중과의 접점을 맞추다 보니 블랙 코미디가 됐다. 


단편영화 두 편 찍고 처음으로 장편영화를 찍었다. 새롭게 배운 점은 배우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함께 하니까 장편영화 작업에 대한 용기와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신나게 촬영하다 내 역할을 잊은 것 같기도 하고(웃음). 혼자 잘나서 얻은 결과가 아니다. 


야구에 비유하면 감독은 어떤 포지션인가 투수와 야수들을 보면서 전체 상황을 컨트롤하는 포수와 같다. 가장 중요한 역할인 투수는 역시 배우다. 


최근 영화적 관심사는 대체 어떤 영화가 좋은지에 대한 추상적인 고민에 빠져 있다. 영화는 대중에게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매체이면서 휘발성이 크다. 훌륭한 영화들은 수두룩하지만 그것들이 세상을 얼마나 바꿨는지는 모르겠다. 요즘 드는 생각은 영화가 소수의 사람들이 가진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세상이 바꿀지는 모르겠지만.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자신에게 미친 영향 이제 영화를 한 편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이번 작품으로 많은 관객들을 만나면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작업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시스템에 타협하지 않고 내 색깔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이요백
model
문이 여러 개 난 방


세상에 없는 이름을 짓고자 전국 팔도의 전화번호부를 그러모은 아버지가 그 속에 프린트된 이름과 일치하지 않는 조합으로 만든 아들 이름이 이요백이다. 보는 눈이 탁월한 사진가와 패션 에디터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 그는 문이 여러 개 난 방, 여닫을 재능이 많을뿐더러 열고 닫을 재주도 갖춘 사람이다. 


모델이 된 계기는 가로수 길 문방구에서 아르바이트 중에 패션 스타일리스트에게 픽업됐다. 그럴 줄 알았다(웃음). 그러기 위해 가로수 길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었거든. 목적 지향형 행보가 제법 빨리 이뤄졌지만 엄청 기쁘지만은 않았다. ‘모델이란 타이틀을 달면 나도 누군가처럼 화려해지겠지’라는 환상은 애초에 없었으니까. 운동도 그렇거든. 좋은 축구화를 사고, 갖출 건 다 갖췄으니 한번 잘해볼까 하면 이미 세상엔 날고 기는 사람이 너무 많다. 모델계도 마찬가지. 그러니 프런티어들을 무작정 쫓아가거나 ‘내가 과연?’ 같은 쓸데없는 걱정이나 의심을 하는 대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 다만 좋은 마음가짐과 좋은 생각을 가지고 하겠다’고 다짐했다. 


‘군필’ 모델이다 어릴 때 시작한 축구를 고교 시절엔 독일에 건너 가서 했다. 그리고 실패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입대했는데 케이블 방송에 나오는 김원중을 보고 모델이 접근할 수 있는 다양성이라는 가능성을 봤다. 난 언제나 멀티플레이어를 꿈꾼다. 박지성이 아닌 베컴이 목표였던 이유다. 스물넷이 늦은 데뷔라고 생각지 않는 이유는 모델은 때로 열아홉 살도, 서른 살도 돼야 하는 판타스틱한 직업이라 실제 나이에 구애받지 않으니까. 


어떤 멀티플레이어를 꿈꾸나 내 안의 내가 많다. 나는 한 사람이니까 하고 싶은 게 많을 땐 그중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A부터 K까지, 다양한 얼굴을 가진 포커 카드를 한 장 한 장 꺼내 보여준다면? 내가 표출하고 싶은 내 캐릭터나 성향을 종류별로 선별해서 표현할 수 있다면? 이런 생각들로 스스로를 세분화시키고, 하고 싶은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나가는 중이다. 결국 ‘표현’이 키워드인데 그걸 표출하고 싶은 분야는 모델, 음악, 아트, 연기 등 다양한 분야로 통한다. 


아직 컬렉션 데뷔 전인데 어떤 쇼에 서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후천적으로 다져진 거침없는 성격이니 한번 도전해 보고 잘 안 돼서 상처 입으면 후시딘 바르고 다시 도전하면 된다. 잠깐 하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니까. 얼마 전 프라다 의상으로 화보 촬영을 했는데 정말 예쁘더라. 프라다는 이제 내 거다, 그랬다. 머지않은 미래에 프라다 글로벌 모델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물론 또 다른 목표로는 할리우드 진출도 있다. 된다고 생각하면 진짜 되는 것 같다. 그렇게 믿고 나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엘르> 화보 촬영도 어서 빨리 하고 싶다.




Credit

  • EDITOR 김영재
  • 채은미 PHOTOGRAPHER 이수현 HAIR & MAKEUP ARTIST 김은주 fashion STYLIST 원세영 DIGITAL DESIGNER 전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