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풍! 허허실실 ‘풍’류인생
낯가림 심한 남자 김풍의 허허실실 vs. 표리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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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on Kwonohsoo. 화이트 셔츠는 Countess Mara. 행커치프는 Lansmere. 슈즈는 Unipair. 안경은 S.T Dupont by DK. 시계는 Citizen by Gallery O’Clock. 펠트햇은 A.P.C.

화이트 셔츠는 Countess Mara. 턱시도 팬츠와 보타이는 Baton Kwonohsoo. 안경은 S.T. Dupont by DK.
토모스 동호회였죠 그걸 어떻게? 그때가 스물여덟, 아홉 정도였으니까 벌써 한 10년 전이네요. 영화 <스파이더 맨>을 되게 재미있게 봤는데 1편의 피자 배달용 바이크가 토모스였거든요. 이게 자전거도 되고 오토바이도 되니까 ‘짬짜면’ 같은 매력이 있었어요. 당시에 토모스가 좀 ‘힙’했죠. 퀵보드도 아마 제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탔을 걸요.
당시 ‘부자로 보였다’는 제보가 있어요 그때가 <폐인가족>으로 캐릭터 사업을 하고 있을 때였어요. 회사를 빠져 나온 후론 완전 백수로 지내면서 가진 걸 제로로 만들었죠(웃음).
그 후 10년간은 어떻게 지냈어요 줄곧 재미있게 놀았어요.
동호회 같이 소속감 있게 노는 편이었나 봐요 어릴 적엔 서브 컬처에 관심이 많았고 친구들도 다 그쪽이었어요. 자유로웠죠. 그러면서도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를 좋아해서 나우누리의 순풍산부인과 동호회 ‘부시샵’도 했고, 아까 말한 토모스 동호회에서도 부시샵이었어요. 시샵은 요즘엔 잘 안 쓰는 말인데 아시려나…. 부회장 격이었죠. 동호회 하면서 <순풍산부인과> 촬영장 견학도 가고 그랬어요. 먼 훗날 김병욱 감독님을 사석에서 만나 그때 제가 거기 가서 견학도 하고 그랬습니다, 고백하기도 했고요.
심심하진 않았겠어요 심심하면 친구들을 만나면 되니까요. 우리는 <무한도전>처럼 놀았어요. 그 프로그램에서 매번 특집 같은 거 하잖아요. 그런 걸 실제로 하며 놀았거든요. 그때 멤버 중에 당시 <무한도전> 막내 작가였던 김태희도 있었고요. 가끔 <무한도전> 보면서 “어, 저거 우리가 예전에 했던 거 아니야?” 그러기도 했어요.
<무한도전>에 영감을 준 장본인일 수도 있겠네요 에이, 그건 아니겠죠. 살다 보면 ‘나랑 코드가 맞는데!’ 하는 사람들이 문화 주체가 돼 있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그런 거죠. 예전부터 ‘병맛’ 나는 걸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요. 병맛의 시대예요 병맛도 이젠 ‘힙’이 꺼져버렸죠(웃음).
<폐인가족>부터 <냉장고를 부탁해>까지, 병맛이든 요리든 ‘힙’의 시류를 잘 탄다고 해야 할까요 사람이 진짜 좋아하는 게 있다, 그러면 계속 그걸 하고 있거든요. 그러면 언젠가 그 트렌드가 오게 돼 있어요. 내가 되게 이상한 사람이 아닌 이상, 내가 좋아하는 게 변태적인 게 아닌 이상, 그걸 나만 좋아하진 않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건 계속 그 대상을 좋아할 수 있는 에너지인 것 같아요. 그 에너지가 시기를 잘 만나면 이게 운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힙’한 순간이 도래하는 거죠. 제가 요리를 좋아해서 오랫동안 해왔고 요즘처럼 셰프 열풍이 부는 시점에 운 좋게 득을 많이 보고 있지만, 득을 바라고 요리를 좋아하고 해온 건 아니었거든요. 운이 따른다는 건 결국 에너지가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고 보니 요리를 꽤 오래 해왔어요 백수 시절 SNS에 요리를 올릴 때도 올리브TV에서 방송을 시작할 때도 그냥 요리가 좋아서 했어요. 요리 때문에 제가 이렇게 바빠질 줄 몰랐죠. 요즘엔 그 덕분에 진귀한 경험을 많이 하고 있어요. 가끔은 마치 연예인이 된 것 같은 기분? 사실 별거 아닌데.
인터뷰를 꾸준히 해왔던데, 생각의 지점들을 공식적인 텍스트로 남기면서 어떤 생각을 하나요 요즘엔 한 달에 한 번 정도 인터뷰를 몰아서 하는 편인데 그렇게 ‘회자정리’가 돼요. 지난 달에 했던 얘기와 또 미묘한 차이가 있을 거야, 싶기도 하고 말을 어떻게 좀 더 그럴싸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도 하죠. 10년 전 인터뷰를 보면 정말 천둥벌거숭이가 따로 없거든요. 전 사람은 계속 변하고 본질은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본질이라는 건 애매한 지점이잖아요. 어떤 관계에 있어서 그 사람은 계속 다른 형태로 변해 가는데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이 확연히 변하는 지점이 오거든요. 근데 딱 변한 그 시점에 봤을 땐 이미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에 그 모습이 실망스러울 수도 있고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발전했나?’ 하고 놀랄 때도 있잖아요. 지난 인터뷰들을 보면서 전 ‘이 애가 더 근사하게 변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웹툰 <찌찔의 역사> 스토리텔링을 맡고 있어요. 동시에 본인 스스로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이야기의 중심이 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스트리트 파이터>의 류나 켄일 필요는 없고 달심이나 혼다처럼 재미있는 캐릭터면 되겠다. 작품을 만들 때 주인공만 있으면 안 되잖아요. 주인공의 친구라든가 삼촌, 수많은 캐릭터들이 나와야 하나의 이야기가 되는데 전 그 캐릭터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찌질의 역사>도 시즌 1에서는 주인공 캐릭터의 특징이 별로 없어요 오히려 친구들이 더 명확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전 그런 걸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주변인이 바로 함수가 될 수 있거든요. 지금까지 주인공 남자가 여자를 3명 만나는데 거기에 주인공을 대입했을 때 각각 다르게 나오는 결과치가 재미있어요. 방향성은 있지만 의도하지 않은 대로 나왔을 땐 재미있기도, 황당하기도 하고요.
스스로도 꽤 괜찮은 서브 캐릭터이기도 하죠 제게 주어진 역할이 어떤 결과물을 풍성하고 완성도 있게 만들어주는 서브 캐릭터니까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저는 제작진이 움직이는 체스의 말 중에 킹이나 퀸까진 아니고 캐슬 정도(웃음)? 그리고 전 그 포지션인 게 재미있어요. 어차피 내가 디렉팅하는 건 만화로 충분하고 에고를 녹여내고 있기 때문에 방송은 그냥 즐기면서 하고 싶어요. 사실 전 제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것만으로도 벅차거든요.
한 인터뷰에서 “대중이 좋아하는 수준까지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라고 했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센스를 가진 사람인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거든요 웹툰 작가는 매주 연재를 해야 되잖아요. 웹툰 자체가 대중과의 소통 지점인 데다 매주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니까 날이 서게 되죠. 이미 그렇게 훈련이 돼 있는 것 같아요. 비전문가 입장에서 봤을 때 방송에서 중요한 건 유연함인 것 같아요. 경직돼 있으면 타이밍을 놓치게 되니까요. 전 성격상 막 나서는 타입은 아니에요. ‘아, 쟤는 저런 놈이지’라는 식의 베이스를 깔아놔야 저도 까불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 영역이 형성되기 전까진 제법 가만히 있어요(웃음).
까불 수 있는 영역을 구축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제작진, 셰프들과 소통하면서 까불겠다는 데 대한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짧진 않았어요. 조금만 벗어나면 밉상이 될 수 있는 캐릭터잖아요.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는 밉상 캐릭터가 사랑받기 힘드니까요.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면서 실제로도 ‘허허실실’ 캐릭터인지 궁금했어요 이미 아닌 거 아셨잖아요. 나라는 사람을 되게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만들어준 건 제작진이에요. 저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다 보니까 궁극적으론 결과물이 중요하거든요. 거기서 내가 조금만 더 오버하면 이만큼의 결과치가 나온다는 걸 아니까 노력하는 게 어렵지 않아요. 좀전 촬영 때도 슛 들어가자마자 미친 놈처럼 뛰어다녔잖아요. 그래야 좋은 결과물도 나오고 빨리 끝난다는 걸 알거든요. 뻣뻣하게 굴 필요가 없는 거죠.
효율을 추구하는 건가요 뇌의 피질이 미래를 관장한다잖아요. 전 그 부분이 발달한 것 같아요.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이 불러일으킬 미래가 제법 보여요. 어떻게 보면 계산적인 거죠. 예를 들면 ‘허허실실’거리는 부분도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야심이 없어 보이는 사람은 적도 별로 없거든요. 우주적인 관점에서 먼지 알갱이도 안 되는 사람들끼리 적을 만드는 것 자체가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야심이 없어 보이려는 야심가인가요 이런 욕심은 있어요. 이번에 영화화되는 <찌질의 역사>가 잘됐으면 좋겠다 하는. 하지만 야망은 함부로 부릴 게 아닌 거 같아요. 예전에 전 만화를 준비하고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입장이면서 늘 놀았고 ‘집에 가서 내일부터 열심히 해야지’ 그래 놓고 잠들기 일쑤인 버러지 같은 인생을 살았어요.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지?’ 하는 의문이 들어도 애써 현실을 외면하면서 ‘나는 얘들하고 되게 맛있는 곱창을 먹고 있어’ 하는 사진과 내용을 SNS에 올리는 일상을 아주 오랫동안 살아왔거든요. 중요한 건 그랬던 4~5년간의 시간을 갑자기 외면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거든요. 인생에 딱히 큰 야심은 없고 계속 즐거운 일만 했으면 좋겠다, 하기 싫은 일은 죽을 때까지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죠.
요리 프로는 뭘 제일 좋아해요 <잇 푸드 트럭>인가, 막 돌아다니면서 기발한 푸드트럭 음식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랑 제이미 올리버가 하는 <제이미의 30분 레시피> 되게 좋아해요.
제이미 올리버는 요리사로 시작해 ‘피프틴’이라는 사회 환원 프로젝트까지 진행했잖아요. 기회가 된다면 김풍 씨도 그런 대의를 갖게 될까요 ‘이젠 내가 대의를 위해 뭔가 해야 될 정도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좀 위선적인 것 같아요. 재미난 걸 좋아하니까 혹시 내가 찾는 즐거움과 그 대의가 맞아떨어질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얼마 전에 ‘아름다운가게’에서 홍보 영상을 만들자는 제의가 왔어요. 엄청 밝고 선량한 사람인 척해야 하는 컨셉트가 하도 재미없어서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했어요. 착한데 재미있을 수도 있잖아요. 살짝 반인륜적이거나 살짝 일탈이 있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요. 담당자들과의 미팅 때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고 한두 마디 하다 보니까 어느새 제가 기획을 하고 있더라고요. 영상하는 친구까지 불러다 놓고요. 비영리단체여서 추구할 수 있는 재미의 한계가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재미있는 작업을 한 셈이에요.
그렇게 일을 벌이는 경우가 많나요 더러 있죠, 더러. 다시는 안 할 거예요. 일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어요(웃음).
아, 여자를 위해 가장 공들여 음식을 만들어본 적이 언제예요, 라고 후배가 물어봐 달래요 언젠가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제이미 올리버에 꽂혀 있을 때여서 혼자 파티 음식이랑 샐러드, 치킨, 스테이크, 파스타를 코스로 만들어서 여자친구에게 한 상 차려준 적 있어요.
반응은 뜨거웠죠. 근데 이제는 그런 열정이 생길지 모르겠네요. 옛날에는 “오~ 오빠 요리도 해?” 그랬는데 이젠 당연히 잘할 줄 아는 것도 부담스럽고요. 근데 요리만 보자면 하면 할수록 더 좋아져요. 다만, 두려운 게 좀 있죠. 지금은 짝사랑하는 기분이거든요.
요리와 연애하게 될까 두렵나요 결혼하게 될까 두려운 거죠. 만화와는 이미 결혼했기 때문에 마누라 같아요. 평생 같이 가야 하는 동반잔데 요리는 아직 애인 같아서 설레는 마음이 있어요.
이욱정 PD처럼 갑자기 요리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건 아닐까요 언젠가는 정식으로 요리 공부를 하고 싶어요. 아직 배워야 할 분야가 많기 때문에. 그리고 요리를 배우고 난 후에는 근사한 요리 만화를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만화랑 요리 말고 좋아하는 건 뭐예요 저는 항상 미래의 일들을 몇 가지 계획해 놓는 걸 좋아해요. 여행 계획을 잡아두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요. 막상 그때가 되어 어떤 이유로 여행을 못 가게 되더라도 다음으로 미루면 되니까요. 그렇게 선물 포장을 해두고 살아요. 두근두근하잖아요. 이렇게 바쁘게 살다 하루 아침에 “야, 너 이제 그만 나와. 질린다”라는 얘길 듣더라도 “오케이, 나는 충분해.” 그러면서 쿨할 수 있는 나만의 비빌 언덕이기도 하고요.
Credit
- EDITOR 채은미
- PHOTOGRAPHER 신선혜
- STYLIST 원세영
- ART DESIGNER 이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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