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압도될 만한 야심

왔노라, 봤노라, 압도됐노라.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대단한 롤러코스터다. 보고 나면 할 말이 많아질 거다. 하지만 보는 동안만큼은 말문이 막힐 거다.

프로필 by ELLE 2015.04.24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 2>)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관객들이 탑승하고자 하는 올해 최고의 롤러코스터 중 하나일 겁니다. 전작인 <어벤져스> 이후로 진행된 개별적인 마블 유니버스 영화들의 스핀오프들, <아이언맨 3> <토르: 다크 월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가 상당히 완성도 있는 결과물로 공개된 덕분에 <어벤져스 2>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기대의 수준을 넘어 일종의 신앙 수준에 다다랐을 법도 합니다. , 생각해 보니 <어벤져스>의 세계관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성공적으로 마블 유니버스를 확장시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또한 빼놓을 수 없군요. 어쨌든 <어벤져스 2>가 공개됐습니다.

 

<어벤져스 2>는 시작부터 말이 필요 없다는 듯이 대규모 액션신으로 내달립니다. 한편으론 그만큼 할 말이 많아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는, 혹은 그래도 상관 없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벤져스 2>는 할 말이 많은 영화입니다. 기존에 <어벤져스> 세계관을 이루던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토르(크리스 햄스워스), 헐크(마크 러팔로), 호크아이(제레미 레너),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외에 새롭게 등장하는 몇몇 캐릭터들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삽입하고 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당위를 설득해야 하는 작업이 덧대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번 속편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능력을 지닌 퀵 실버(아론 존슨)와 염력으로 상대를 조종하거나 상대에게 물리적 타격을 가하지 않고도 물리적 파괴를 전이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그리고 토르에 범접할 정도로 전지전능한 존재인 비전(폴 베타니)입니다. 초반부터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캐릭터도 있고, 중반부 이후에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탄생하는 캐릭터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멤버가 더해져서 어벤져스의 결을 새롭게 이룬다는 사실이죠. 캐릭터 라인이 풍성해지는 만큼 스토리 라인의 층위도 한층 더 입체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모든 히어로물들이 그러하듯 <어벤져스 2>의 새로운 악당, 즉 빌런의 위력은 전작보다 거세고 악랄해집니다. <어벤져스 2>의 빌런은 울트론이라는 안드로이드입니다. 사실상 안드로이드의 탈을 빌린 인공지능 자체죠. <어벤져스>의 적이 토르의 동생인 로키(톰 히들스턴)을 위시한 외계의 존재였던 것과 달리 울트론은 인간의 호기심으로부터 잉태된 적이란 말입니다. 수많은 SF영화들이 두려워했던 인공지능의 완성체이며 수많은 SF영화들이 묘사한 인공지능처럼 뛰어난 지적 능력으로 비도덕적인 인간을 멸망으로 밀어내는 존재가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적은 어벤져스 내부의 멤버들의 결심으로 탄생한 존재입니다. 그런 이유로 팀원 사이의 분열과 갈등이 초래됩니다. 그 과정에서 결정적인 패배를 경험하면서 팀의 사기까지 바닥을 치죠. 물론 어벤져스가 해체된다거나 붕괴될 리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나올 이유도 없었겠죠. 결국 그런 갈등과 고난을 통해서 분열된 팀이 화합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어벤져스 2>의 거대한 액션신보다도 핵심적인 카타르시스일 것입니다. 어쨌든 <어벤져스 2>는 전작에 비해 짙은 우울과 심각함이 그림자처럼 드리우는 작품입니다. 타율이 높은 유머가 종종 구사되지만 전작에 비해서 타격 횟수가 적다는 인상이 강하죠.

 

<어벤져스 2>는 엄청난 물량공세를 자랑하는 영화입니다. 전세계 각지의 도시를 돌며 파괴적인 액션신을 묘사하는데 한편으론 어벤져스가 세계에서 제일 위험한 악당처럼 보일 정도죠. 우리가 잘 알듯이 서울도 등장합니다. 무려 23개국 로케이션 촬영이 진행된 작품입니다. 그만큼 다양한 풍광을 만끽하는 재미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파괴적인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그 이국적인 풍경들이 대단한 볼거리를 이루는 인상은 아닙니다. 서울 역시 뭔가 특별히 인상적이라는 느낌으로 와 닿는 것 같진 않습니다. 물론 한국인 입장에선 눈에 밟히는 풍경 안에서 캡틴 아메리카블랙 위도우울트론과 격전을 펼치는 풍경을 보고 특별한 감상을 얻을 순 있을 거 같습니다. 사실 어벤져스의 멤버들이 벌이는 빠른 추격전이나 묵직한 육박전이 뉴욕에서 벌어지든, 서울에서 벌어지든, 요하네스버그에서 벌어지든, 중요한 일은 아닐 겁니다. <어벤져스 2>를 기다려온 관객들이 기대하는 건 도시의 멋진 풍광이 아니라 파괴적인 쾌감을 위한 도구로서 도시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점이니까요. 그보다 크게 각인되는 건 어벤져스가 전세계를 지키는 영웅 길드라는 인상을 공고하게 부여한다는 점이죠. 그 풍경을 통해서 와 닿는 실물적인 거리감보다도 그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히어로들의 활약상이 정서적으로 가깝게 다가온다는 감상 정도는 가능합니다. 게다가 <어벤져스 2>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후반부의 대규모 전투신은 전편에서 초토화된 뉴욕이 아니라 생소한 이국에서 벌어집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어벤져스>라는, 마블 유니버스의 세계관이 특정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전세계를 포괄하고 있다는 인상을 부여합니다. 이렇게 수집된 전세계적인 풍광을 담보로 <어벤져스 2>의 거창한 세계관과 거대한 파괴력은 그럴듯한 설득력을 얻는 인상입니다. 이렇게 애써서 지구를 지키는데 이 정도는 보여줘야죠. 이 정도 파괴는 감당해야죠. 이건 비아냥이 아닙니다. 정말 설득된다는 말이죠. 기꺼이.


 






<어벤져스 2>의 첫인상은 압도적인 규모의 저택에 들어섰을 때 느끼는 감흥과 비슷한 것입니다. 신이 넘어갈 때마다 그 저택에 있는 수많은 방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기분이 들죠. 하지만 종종 동선이 불편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저택의 크기에 압도당하는 느낌은 지울 수 없습니다. 그 거대한 규모가 동선의 불편함에 대한 감각을 지워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어벤져스 2>는 그런 영화 같습니다. 때때로 자기 몸집을 주체하지 못하는 인상을 주긴 하지만 아둔하게 느껴질 정도는 아닙니다. 규모의 미학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만드는 신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개별적인 캐릭터들의 매력은 여전하고 더욱 입체적인 팀워크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특히 최후반부에서 모든 팀원들이 한데 모여 울트론과 대일전을 벌이는 신은 <어벤져스 2>에서 극강의 볼거리입니다. 팬 기법으로 카메라가 주변을 돌며 스펙터클한 액션신을 슬로모션으로 포착하는데 그야말로 <어벤져스>라는 세계관의 진일보한 스펙트럼을 만끽하게 해주죠. 그리고 <어벤져스 2> 이후에 도래할 마블 유니버스의 영화적 미래 또한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마블의 히어로물들이 언제나 그러하듯이 <어벤져스 2>에서도 자막이 올라가기 직전에 쿠키 영상이 하나 나오는데 항상 떡밥처럼 등장하던 타노스(조쉬 브롤린)가 인피니티 건틀렛을 장착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타노스 <어벤져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세계관이 완전히 동떨어진 세계가 아님을 예감하게 만드는, 그래서 한편으론 그 세계관이 중첩될 수도 있다는 모종의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캐릭터이기도 하죠. <어벤져스 2>의 속편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입니다. 마블 유니버스 안에서 최강의 적이자 압도적인 상대로 알려진 타노스와의 대전투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래서인지 결말부에서 비전울트론의 대화가 심상치 않은 복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예감은 단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향한 것만은 아닙니다. <어벤져스 2> 이후에 예고된 마블의 신작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입니다. 알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시빌 워>는 마블 유니버스 안에서 가장 참혹한 작품입니다. 어벤져스의 멤버들끼리 피떡이 되도록 싸우는 작품이죠. 어벤져스의 멤버들끼리 벌일 대전투가 <어벤져스 2> 이후에 등장할 마블 유니버스란 점은 여러 모로 의미심장한 것이기도 하고요.







어쨌든 <어벤져스 2>는 엄청난 롤러코스터입니다. 거대한 스케일에 다양한 캐릭터의 층위를 구겨 넣고 끊임 없이 몰아치고 설명해 대니까요. 그 엄청난 정보량과 시각적 쾌감은 즐길만한 것이기도 하지만 감당해야 할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보고 나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질 겁니다. 찬사와 불평이 함께 튀어나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벤져스 2>를 보고 있는 동안만큼은 언어가 사라지는 기분일 겁니다. 정말 압도적인 스케일을 구가하니까요. 그리고 마블 유니버스를 통합하는 파티는 마치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을 보는 기분이기도 하죠. 평소에 스포츠를 즐기지 않아도 올림픽을 보는 건 그것이 거대한 볼거리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어벤져스>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닙니다. <어벤져스 2>는 마블 유니버스의 전후를 잇는 새로운 다리 입니다. 거대한 떡밥이죠. 이 떡밥을 삼키지 않으면 다음 파티에 참석하는데 있어서 애로사항이 적잖을 겁니다. <어벤져스 2>는 현재의 활시위를 당기면서도 틈틈이 미래를 겨냥합니다. 고로 주워먹지 않을 도리가 없어요. 마블의 거창한 야심에 기꺼이 압도되는 느낌이 드는 건 그래서일지도 모르고요. 필연적으로 속편을 보려면 건너야 할 다리입니다. 현세에 이런 이벤트를 즐길 수 있다는 건 여러 모로 즐거운 일 아니겠습니까. 물론 꼭 아이맥스에서 봐야 할 영화는 아닌 것 같습니다. 거대한 스케일의 이미지를 아이맥스 화면으로 보는 건 분명 압도적인 체험이겠지만 한편으론 집중력이 산만해지는 인상도 느껴지니까요. 한 가지 팁을 더 드리자면 마블 영화에서 항상 등장하는 쿠키 영상은 엔드 크레딧 중간에 한번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엔 없으니 자막을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면 자막이 다 올라가길 기다릴 필요는 없겠습니다.

Credit

  • editor 민용준
  • design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