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포드'가 LA로 날아간 이유 || 엘르코리아 (ELLE KOREA)
FASHION

'톰 포드'가 LA로 날아간 이유

톰 포드가 2015 F/W 컬렉션을 선보일 장소로 런던이 아닌 LA를 택했다. 날짜는 다분히 의도적이라 할 만큼 정확히 오스카 시상식 이틀 전. 당연히 LA에 머물던 수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이 참석해 ‘오스카 전야제’를 방불케 했고, 그는 LA를 4대 패션 도시 못지않은 새로운 패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기념비적인 자리에 <엘르> 코리아가 함께 했다.

ELLE BY ELLE 2015.04.09

 

1, 2 마일리 사이러스로지 헌팅턴 휘틀리는 각자 남자친구를 대동해 부러움을 샀다.

3 안나 윈투어까지 LA로 날아오게 만들 수 있는 사람, 톰 포드 말고 누가 있을까!

4 제이 지는 ‘Tom Ford’라는 곡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답례로 톰 포드는 그의 딸 블루 아이비 카터를 위한 슈즈를 디자인하고, 그다음은 과연 무엇?

 

 

 

 

 

 

 

1년에 두 번, 전 세계 패션 피플은 뉴욕, 런던, 밀란, 파리 순으로 ‘대이동’한다. 마치 철새가 보금자리를 찾아 이동하듯 암묵적인 룰이요, 본능과도 같은 것. 때문에 지난해 9월 말, 2015 F/W 컬렉션을 런던이 아닌 LA에서, 그것도 런던 컬렉션이 시작되는 2월 20일에 선보일 거라는 톰 포드의 깜짝 발표는 수많은 프레스들을 일대 혼란에 빠트렸다. ‘런던이냐, LA냐.’ 뉴욕 컬렉션이 끝난 뒤의 행보를 결코 쉽게 결정할 수 없었기 때문. 가장 클래식한 도시이자 록과 펑크의 본고장인 런던에서, 다양한 인종이 모여 형성하는 용광로 같은 에너지와 스트리트 브랜드로 넘쳐나는 LA로의 이동이라니! “80년대 초 뉴욕에서 여기로 옮겨온 뒤 언제나 LA를 사랑했습니다. 이 도시는 진짜 홈그라운드처럼 느껴져요.”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태어난 톰 포드에게 LA란 도시는 단순히 마음의 고향,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음악, TV, 영화 등 수많은 비주얼들이 ‘로스앤젤레스’라는 필터를 거쳐 생산되고 있죠. 패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요. 패션 못지않게 저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이 바로 영화인 만큼 제 인생의 두 가지 축을 LA에서 함께 선보일 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흥분됩니다.” 톰 포드 쇼에 앞서 내가 목격한 LA는 ‘쿨내 진동하는’ ‘핫’하고 ‘힙’한 도시였다.

 

산타모니카와 베니스 비치를 찾는 서퍼들과 길거리를 누비는 스케이트보더들은 그들만의 리그처럼 개성 넘치는 패션 신(Scene)을 연출하고 있었고,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스트리트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앞은 여러 피부색의 젊은이들로 북적거렸다. LA를 베이스로 하는 다양한 패션 디자이너 레이블들도 애보트 키니(Abbot Kinney)의 편집 매장을 다채롭게 채우고 있었다. LA의 패셔너블한 면모를 목격할수록, 톰 포드 쇼가 열릴 그날이 더욱 기다려진 건 당연한 일! 드디어 2월 20일 금요일, 오스카 시상식을 앞두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처럼 많은 셀러브리티들이 톰 포드 쇼를 찾을 줄이야.

 

영화 <싱글맨> 때부터 각별한 관계였던 줄리앤 무어, ‘톰 포드’라는 노래를 작곡해 지난 시즌 ‘TOM FORD 61’이 크게 쓰인 시퀸 드레스 탄생에 지대한 공을 세운 제이 지 & 비욘세 부부, 리타 오라, 리즈 위더스푼, 기네스 팰트로, 제니퍼 로페즈, 스칼렛 요한슨, 로지 헌팅턴 휘틀리, 마일리 사이러스(지면상 여기서 줄이기로!)…. 그들은 하나같이 톰 포드의 지난 시즌 의상들과 톰 포드가 구찌의 수장을 맡았던 당시 선보인 의상들을 입고 나타났다. 그들이 지나는 포토 월이 마치 톰 포드라는 인간 아카이브를 만들어내고 있는 듯했다.

 

 

 

 

 

 

 

 

 

 

 

런웨이에 선 모델들도 런던 컬렉션을 포기하고 LA로 날아왔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특 A급 리스트였다. 쇼의 포문을 연 다프네 그로에네벨드, 칼리 클로스, 조앤 스몰스, 샤오웬주, 린제이 윅슨, 사샤 루스, 여기에 요즘 최고로 ‘핫’한 모델이자 톰 포드의 새로운 핀업 걸로 떠오른 지지 하디드까지. 이뿐인가. 그의 런웨이는 패션 디자이너라기보다 ‘필름 디렉터’ 톰 포드가 만들어냈다는 편이 어울릴 것 같았다. 투명한 거울로 이뤄진 런웨이 배경은 은막을 연상케 했고, 캣워크를 뒤덮은 하얀 장미 꽃잎, 80년대 클럽의 긴 회색 소파와 VIP들의 은밀한 룸처럼 박스 형태로 만든 객석은 분명히 영화감독으로서 톰 포드가 철저히 연출한 미장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1970년대 초, 좀 더 정제된 형태의 히피 룩과 알리 맥그로(Ali MacGraw)의 사진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그의 말처럼 여러 겹으로 레이어드된 페플럼 드레스, 화려한 옵아트 패턴이 가미된 블랙 롱 드레스, 풍성한 퍼 코트, 스웨이드, 벨벳, 레오퍼드 프린트와 데님이 패치워크된 코트와 펜슬 스커트 등이 줄을 이었다. 모델의 걸음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화이트 프린지 드레스가 눈길을 사로잡았고, 어깨와 팔 라인을 따라 프린지로 장식된 블랙 수트 재킷은 올가을에 꼭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피날레로 치달을 무렵 무대 천장에서는 하늘하늘 장미 꽃잎이 떨어져내려 마치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맞이하듯 쇼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었다.

 

쇼가 끝나자 프런트로에 앉아 있던 셀러브리티들은 오랜 시간 뜨거운 기립 박수를 보냈고, 인사를 건네기 위해 백스테이지까지 그를 따라가는 모습이 연출됐다. 파슨스 건축학도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서 본인의 브랜드를 내건 사업가 그리고 영화감독까지, 톰 포드의 성공 신화가, LA에서 다시 한 번 쓰여지는 순간이었다.

 

 

 

 

 

 

 

 

 

 

1, 2 은밀하게, 섹시하게! 메리 그린웰의 손을 거쳐 완성 중인 소프트 브라운 스모키.

3 속눈썹에 드라마틱한 색감을 입히는 익스트림 마스카라, 블랙 플럼, 틸 인텐스, 각 5만원.

4 ‘선키스드 페이스 (Sun-kissed Face)’를 연출하는 아이 앤 치크 컴팩트, 가격 미정.

 

 

 

 

 

 

 

 

 

5 화이트 컬러의 한정 패키지라는 사실만으로 소유욕을 불태우게 되는 립 컬러 쉬어, 가격 미정, 모두 톰 포드 뷰티.

6 백스테이지에서 만난 칼리 클로스조앤 스몰스.

7 기존 스프링 룩에 대한 선입견을 과감히 깨트린 톰 포드 뷰티의 스프링 캠페인 룩.

 

 

 

 

 

 

 

 

 

<엘르>가 한국에선 유일하게 톰 포드의 초청을 받은 만큼, 쇼 시작 2시간 전 백스테이지에 들어갈 기회를 얻었다. 톰 포드 하면 늘 떠오르는 특유의 밤셸(Bombshell) 룩을 이번엔 과연 어떤 메이크업으로 승화시켰을까? 그는 이번 2015 F/W 컬렉션의 뷰티 룩을 표현하기 위해 ‘Shaggable’이란 단어를 택했다(참고로 ‘Shag’는 섹스 혹은 성교를 뜻하며, 콜린스 사전에는 ‘성적으로 매력적인(Sexually attractive)’이라고 ‘매우 완곡하게’ 정의돼 있다). 메이크업을 담당한 메리 그린웰(Mary Greenwell)은 ‘Shaggable’이라는 톰 포드의 주문에 부드럽게 스머지된 브라운 스모키를 선택했다.

 

피부는 최대한 벨벳처럼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톰 포드 뷰티의 베스트셀러인 쉐이드 앤 일루미네이트로 광대뼈 부근에 음영을 표현한다. 입술은 톰 포드 뷰티 코렉팅 펜 컨실러와 립 컬러 샤인, 베어 컬러를 믹스해 발라 최대한 누디하게 연출했다.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아이 메이크업에 돌입. 톰 포드 뷰티 아이 컬러 쿼드, 코코아 미라지를 이용해 파스텔로 펼쳐 바른 듯 소프트하게 스머징된 딥 브라운 스모키를 단숨에 표현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눈가에 시어함을 더하고자 메리가 택한 신의 한 수는 립스틱을 눈가에 터치하는 것! 톰 포드 뷰티 립 컬러, 딥 밍크를 눈썹 뼈와 눈 밑 광대 부근에 가볍게 발라 은은한 광택을 더하니 자연스러우면서도 섹스어필하기에 충분한 스모키 메이크업이 완성됐다.

 

채 흥분을 가라앉힐 새도 없이 톰 포드 뷰티의 2015 스프링 컬러 컬렉션과 한국에는 아직 발매되지 않은 서머 솔레이유 컬렉션을 미리 엿보기 위해 선셋 타워 호텔로 향했다. 톰 포드 뷰티의 스프링 컬렉션은 예상치 못한 컬러들로 가득했다. ‘빛과 어두움의 대조 속 긴장감’이라는 미스터 포드의 영감이 반영돼 브라운, 그린, 네이비 컬러에 메탈릭한 느낌이 스며들어 있었던 것. 마스카라마저 블랙 플럼과 청록빛이었다. 현장에서 에디터들을 맞이한 메이크업 아티스트 필립 샹젤(Philippe Chansel)은 “컬러 마스카라의 발색력을 높이기 위해 속눈썹 뿌리 부분엔 블랙 마스카라를, 나머지 속눈썹 끝 쪽에는 컬러 마스카라를 바르라”고 조언했다. 속눈썹에 과하게 볼륨을 주면 그 무게에 되레 처질 수 있기 때문에 투 톤으로 마스카라를 바르라는 것.

 

솔레이유 컬렉션은 그곳에 모인 모든 뷰티 에디터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는데, 기존의 짙은 블랙 브라운 패키지에서 크리미한 화이트 패키지로 옷을 갈아 입었기 때문. 건강하게 그을린 구릿빛 피부에 어울릴 만큼 네 가지의 관능적인 컬러로 구성된 립 컬러 쉬어, 세 개의 아이섀도와 두 개의 치크 컬러로 구성된 아이 앤 치크 콤팩트는 분명 머스트 해브 아이템으로 등극할 듯! 2단으로 구성된 아이섀도에서도 강렬한 ‘촉’이 왔다. 아래엔 무스처럼 진한 크림 섀도가, 그 위엔 메탈릭한 파우더 타입의 섀도가 있어 크림을 먼저 바르고 그 위에 오묘한 펄을 덧칠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마치 초등학교 때 나비 표본의 날개에서 봤던 신비로운 빛깔을 바로 이 크림 섀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톰 포드 뷰티의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알렉산드라로부터 2007년 출시돼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킨 네롤리 포토피노에 이은 새로운 여름 향수, 플뢰르 드 포토피노의 한국 출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던 것. 솔레이유 컬렉션의 따스한 컬러에 상큼한 트로피컬 향을 더할 수 있을 거라는 말과 함께!

 

너무나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을 목격한 탓일까, 아니면 대담한 컬러로 기존의 흔한 S/S 컬렉션을 과감히 탈피한 톰 포드 뷰티의 ‘와우(Wow)한’ 신제품을 많이 본 영향일까. 한국으로 돌아와 줄리앤 무어가 2015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는 소식을 접한 뒤(아쉽게도 톰 포드의 드레스는 아니었지만), 내 눈앞을 지나던 그녀가 맞나 싶어 불과 2~3일 전에 보냈던 LA에서의 하루가 신기루처럼 느껴졌다. 그날 돌비 극장에서는 리즈 위더스푼의 깔끔한 블랙 & 화이트 드레스가 단연 주목을 끌었다. 톰 포드였다. 최근 영화 <킹스맨>으로 ‘수트 포르노’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고 있는 콜린 퍼스. 그 역시 톰 포드의 손을 거쳤다. 수많은 셀러브리티들을 한데 불러모으며 LA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톰 포드가 터뜨릴 다음 서프라이즈 뉴스가 기다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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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정윤지
    photo COURTESY OF TOM FORD & TOM FORD BEAUTY,SUNGWOOK KIM,GETTY IMAGES,멀티비츠
    design 하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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