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울은 느낌 사냥꾼
JYP 최장기 연습생 지소울을 ‘올드 보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성급한 데뷔보다 온전히 음악 속에 기거하며 무르익고 싶었다. 그렇게 15년이란 숙성 기간이 지났고 드디어 긴 침묵을 깬 신인 가수 지소울이 ‘느낌’의 정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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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컬러 차이나 셔츠는 Christopher Kane, 쇼츠는 KTZ by 10 Corso Como Seoul. 블랙 티셔츠와 레깅스는 모두 ADYN by Samplas. 레이어드 네크리스와 뱅글, 링은 모두 Justin Davis.
 
 
 
 
 
 
 
 
네이비 코듀로이 점프수트와 화이트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 삭스는 Off-White by Koon with a View. 실버 뱅글과 링 모두 Justin Davis. 스니커즈는 Nike.
 
 
 
 
 
 
 
에스닉 패턴의 반팔 티셔츠와 쇼츠는 KTZ by 10 Corso Como Seoul. 실버 뱅글은 Justin Davis.
 
 
 
 
 
 
 
 
 
운명 같은 시작 그리고 15년  
신인 가수 지소울(G. Soul)은 어린 시절에 음악을 시작했다. 지난 2001년 오디션 프로그램 SBS <영재 육성 프로젝트 99%의 도전>에 출연하면서 제작자 박진영의 눈에 띄어 초등학교 6학년 때 JYP의 연습생이 됐다. 당시엔 그토록 길어질 거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오랜 연습생 시절은 그렇게 시작됐다. 물론 15년을 꾸역꾸역 인내하지 않고도 세상에 얼굴을 알릴 기회는 있었다. 그 첫 번째 기회는 드라마 <드림하이>의 출연 제의였다. 그러나 지소울은 이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사람들 앞에 가수 지소울로 서겠다는 다짐 때문이었다. 노래하고 싶은 소년 지소울은 JYP에서 계획한 미국 진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하지만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에서 시작된 국제금융위기)가 터지자 대부분의 미국 음반사들이 위험부담이 높은 프로젝트를 백지화했고, 그의 미국 데뷔 프로젝트도 무산됐다. “아무에게도 물어보지 않았어요. 모든 일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까요.” 그와 함께 미국에서 가수 활동을 꿈꿨던 원더걸스와 JYP 연습생들은 모두 한국으로 돌아갔지만 그는 혼자 미국에 남았다. “넓은 세상과 부딪치면서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싶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미국에 남게 된 건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전방위 아티스트가 되기 위하여
“한국에서 나고 자랐으니까 특별히 힘든 건 없는데 그동안 미국식 인사법에 익숙해졌나 봐요. 처음 만나는 사람들한테 무조건 악수부터 청하거든요. 아마 예의 없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는 지난여름, 미니 앨범 작업과 본격적인 데뷔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미국에 체류했던 9년 동안 한국을 찾은 건 겨우 세 번, 그마저도 2주를 넘기지 않았다. 각오한 대로 행동해 온 지소울은 스스로를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부모님이 보고 싶거나 한국이 그리워서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다만 타국 생활이라는 게 독립심 하나로만 버텨낼 수 있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특히 가난한 학생에게 긴축은 필수였다.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최대한 아껴 써야 했어요. 지하철 티켓비 2달러가 아까워서 3시간 넘게 걸어 다닌 적도 많았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돈은 언젠가 벌 거니까 괜찮아’라며 스스로를 다독였어요.” 무대연출부터 뮤직비디오 제작까지 음악 활동과 관련된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가수가 되고 싶었던 지소울은 미술을 배우기로 마음먹었고 명문 브루클린 대학에 진학해 순수미술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그는 매일 밤 음악 작업을 했고 날이 새면 수업을 들으러 학교로 갔다. 그렇다고 학교와 집만 오간 건 아니다. 3년 동안 일주일에 서너 번씩 뉴욕 지하철에서 노래했다. 흑인 관객들이 엄격한 기준으로 무대를 평가한다는 악명(?) 높은 아폴로(Apollo) 극장의 ‘아마추어 나이트(Amateur Night)’에서 공연한 적도 있다. “기막힌 경험이었죠. 그 무대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어요.” 그는 누구나 자유롭게 노래할 수 있는 ‘오픈 마이크 바’ 무대에도 자주 올랐다. “그곳에서 실력 있는 뮤지션들과 인맥을 쌓았어요. 머라이어 캐리 공연의 백그라운드 보컬도 할 수 있었고, 여전히 친하게 지내는 프로듀서 겸 매니저 조셉 켈리도 만났어요. 제 노래를 들은 조셉이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제안한 게 인연이 됐죠. 조셉은 음악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제게 비즈니스 감각도 중요하다는 걸 일깨워줬어요.” 요즘도 지소울은 현지 스태프들과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다양한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에서 작업한 곡들만 모아서 앨범을 낼 생각이에요. 아직 계획 단계에 불과하지만 빨리 팬들 앞에 선보이고 싶어요.”
 
꿈꾸는 지소울
지소울의 데뷔 앨범 <커밍홈>은 총 6곡의 자작곡으로 채운 미니 앨범이다. ‘한 번만 더’라는 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한국에서 작업했다. 타이틀 곡 ‘You’를 시작으로 그의 목소리와 멜로디를 듣는 내내 ‘분명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팝 가수 크리스 브라운이 연상되는 미성과 끈적한 리듬감은 본토 R&B 감성에 가깝다. 그렇다고 흑인 음악을 흉내 내는 식은 아니다. 정통 흑인 소울과 R&B에 자신의 색을 더한 ‘지소울만의 것’이었다. “미국에서 머물렀던 9년 동안 거의 현지 친구들이랑만 어울려 다녔어요. 당연히 제 곡에 미국적인 색깔이 많이 녹아 들어갈 수밖에 없죠.” 그는 경험을 바탕으로 곡을 만드는 싱어송라이터다. 진정성 있는 음악과 이야기로 팬들과 교감하고 싶기 때문이다. “‘First Love’란 곡은 다른 곡에 비해 힘들게 작업했어요. 대학 새내기 때 만난 첫사랑 이야기를 써야지 했는데 느낌이 잘 안 오더라고요. 조금 간지럽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녀와 자주 가던 공원에 갔더니 효과가 있었어요. 전 거짓말은 못하나 봐요.” <커밍홈>에 실린 6곡 중 4곡이 사랑 노래다. 재미있는 건 그의 노래 속에 등장하는 여자들이 모두 다른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변명’이란 곡은 최근까지 만났던 여자친구 이야기예요. ‘한 번만 더’와 ‘You’ 역시 또 다른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죠. 제가 올해 스물여덟이거든요. 느낌 있는 연애는 해 볼 만큼 해 봤어요(웃음).” ‘느낌 있는’ 지소울의 데뷔는 성공적이다. 해외 반응도 예상을 능가한다. 앨범이 발표되자마자 미국, 프랑스, 태국 등 해외 팬들이 제작한 ‘You’의 리액션 비디오(실시간으로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반응을 표현하는 영상)가 유튜브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업데이트되고 있고, 미국 빌보드 차트가 선정한 ‘2015년 기대되는 K팝 아티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런 반응은 지소울에게 언젠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노래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제 막 데뷔했으니 일단 국내 활동에 집중하면서 공연을 많이 하고 싶어요. 지금 마무리 작업 중인 정규 앨범이 나오면 방송도 할 생각이에요. 제 안에 있는 다양한 모습을 끌어내는 작업이 좋아요. 오늘 화보 촬영도 진짜 재미있었어요. 느낌 있었거든요. 개성 있는 조연이라면 영화도 하고 싶어요. <올드보이> 같은 작품도 좋고.”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 자욱했던 안개가 걷혔다. ‘15년 연습생’이라는 수식어에 가려졌던 지소울의 진짜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하고 싶은 것 많은, 꿈꾸는 20대 청년. 음악이 전부지만 새로운 기회에 발뺌하고 싶지 않은 그의 무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Credit
- editor 김보라
- stylist 윤은영
- photo 김도원
- HAIR & MAKE-UP 김환
- DESIGN 하주희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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