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드라마틱한 밤이 되어줄 '섹스 토이' 써봤니?

‘야동’에서나 봤을 법한 성인들의 은밀한 장난감 섹스 토이. 평범한 밤을 ‘후끈’ 달궈줄 비밀 병기를 써본 사람들의 19금 섹스 토이 사용 후기.

프로필 by ELLE 2015.02.27

 

과거 ‘성인용품’은 대로변 콘테이너나 어두컴컴한 가게에서 파는 음란한(?) 물건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홍대, 명동, 강남 등 주요 번화가를 중심으로 밝은 분위기의 성인용품 매장이 생겨났고, 거기서 판매하는 몇몇 기구들은 기능과 상관없이 소유욕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귀여운 디자인을 자랑한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연스럽게 성인용품 매장에 들러 쇼핑을 즐기는 커플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섹스 토이로는 쉽고 빠르게 성적 쾌감을 높여주는 ‘바이브레이터(Vibrator)’와 ‘딜도(Dildo)’가 있다. 바이브레이터는 이름 그대로 진동기의 한 종류다. 클리토리스와 외부 성감대를 자극해 사용자를 흥분시킨다. 딜도는 쉽게 말해 ‘모형 남근’인데 플라스틱 소재부터 부드러운 실리콘으로 된 것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질 내에 삽입하거나 ‘G스폿’을 자극하는 용도로 사용한다. 실리콘 깔때기를 가슴에 대고 에어 펌프를 누르면 묘한 쾌감이 전해진다는 유두 흡착기,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수십 개의 모형 혀가 원하는 속도로 회전하는 전동 톱니, 두꺼운 콘돔에 돌기가 솟아 있는 콘돔형 딜도도 있다. 그 밖에도 오리 인형 모양의 방수 바이브레이터와 동그란 찹쌀떡을 연상시키는 원형 바이브레이터, 애널(Anal)용 구슬, 실리콘 브러시, 진동 볼 등 용도를 파악하기 힘든 기구들도 많다. 남몰래 쓰던 자위 기구에서 연인들의 비밀스런 장난감이 된 섹스 토이.

 

거부할 수 없는 ‘떨림’
본격적으로 관계를 갖기 전 여자친구를 흥분시키는 과정이 귀찮았던 29세 J. 그는 노동 아닌 노동이 부담스러워 일부러 그녀와의 잠자리를 피한 적도 있다. 또 게임을 시작하기도 전 이미 에너지를 소진해 정작 중요한 순간 체력이 고갈되기도 했다. 그는 좀 더 편하게 여자친구를 흥분시킬 방법을 찾다가 바이브레이터를 생각해 냈다. 강남의 한 성인용품 매장에서 구매한 ‘땅콩(그가 그렇게 불렀다)’이 바로 그것인데 5cm 남짓한 미니 사이즈에 디자인도 귀여워서 당당하게 여자친구 앞에 꺼내 놓을 수 있었다. 그는 ‘땅콩’을 그녀의 목, 입술, 가슴 그리고 배꼽 위에 차례로 올려놨다. 그다지 강하지 않은 자극에도 그녀는 쉽게 달아올랐다고 한다. 오히려 부드럽게 전해지는 진동이 더 섹시하게 느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관계 중에도 그녀가 계속해서 흥분할 수 있도록 부지런히 ‘땅콩’을 활용했다. 덕분에 여자친구와의 잠자리가 예전보다 잦아졌다. 더 이상 피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30세 B는 우연히 안마기로 여자친구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다가 야릇한 생각이 들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그곳까지 슬쩍 안마기를 갖다댔는데 그녀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몇 주 후 그는 안마기형 바이브레이터를 샀다. 손잡이가 있어서 잡기 편할 뿐 아니라 진동 기능으로 안마하듯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터치했더니 자연스럽게 에로틱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항상 “다 좋다”고만 했던 수동적인 그녀가 “살짝 문질러주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는 말로 숨겨뒀던 본능을 드러내자 그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깊숙한 곳’에서 찾은 기쁨
단순히 외부 성감대를 자극하는 것보다 삽입형 딜도를 사용하면 훨씬 더 깊은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커플도 있다. 남자친구의 소심한 ‘사이즈’ 때문에 매번 2% 부족한 밤을 보냈다는 32세 L의 구세주는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핑크색 딜도다. 그녀는 “친구들이 이런 걸 사줬어”라며 은근슬쩍 침대 위로 그 장난감을 끌어들였다. 남자친구는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물건을 살피더니 “한 번 써보자”고 제안했다. 처음엔 평소의 패턴대로 하면서 어느 정도 흥분했을 때 조심스럽게 사용해 봤다. 그리고 이날 처음으로 자신의 G스폿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었다. 핑크색 장난감의 사용 횟수가 늘수록 두 사람은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됐는데 한 번은 딜도가 딱딱한 벽에 닿는 느낌이 들더니 순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야릇한 기분이 들었다고. 딜도가 질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성감대(일명 ‘포르치오’라고 부른다)를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영원히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었을 섹스 토이의 ‘효능’을 체험한 그녀는 남자친구와 함께 서로의 몸을 탐구하는 자세로 딜도를 활용하고 있다. 34세 H는 4년 전, 런던 유학 시절을 떠올렸다. 한국보다 쉽게 섹스 토이를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신이 난 그는 핑크색 ‘토끼’ 한 마리를 입양했다고 얘기했다. 딱히 쓸 곳이 없어 상자도 뜯지 않은 채 고이 모셔뒀던 토끼는 그의 집을 방문한 외국인 여자친구의 눈에 띄어 서랍 밖 세상으로 나왔다. <섹스앤더시티>의 ‘빅 팬’이던 그녀는 미란다와 샬럿이 ‘토끼’와 사랑에 빠졌던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관심을 보였다고. 그날 밤 두 사람은 ‘토끼’의 전원을 눌렀다. 처음엔 두 사람 모두 ‘덜덜’ 떨고 있는 토끼를 들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가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진짜 기쁨을 맛보게 됐다고 한다. 주로 한 번쯤 애무받고 싶었던 곳, 그녀의 깊숙한 곳을 탐사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그는 자신과 그녀 그리고 ‘토끼’와 함께 보낸 ‘스리 썸(?)’의 밤들을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섹스 토이를 써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연인 사이의 온도를 높이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성능 좋은 장난감을 준비했어도 분위기가 자연스럽지 않다면 거부감이 들게 마련이다. 뜬금없이 쇠 구슬이 알알이 박힌 검은 물건을 불쑥 내민다면 남녀 불문하고 놀라지 않을 수 있겠나. 분위기를 전환하고 싶을 때 음악은 큰 도움이 된다. 또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할 땐 진동 단계를 잘 조절해야 하는데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작동시키면 의외로 큰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모습에 상대가 겁먹을 수도 있다. 또 섹스 토이는 1회용이 아니므로 콘돔을 씌워 사용하고 사용 전후로 꼭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이쯤 해서 ‘효과 있다’는 경험자들의 말을 믿고 특별한 놀이에 도전해 볼 생각이 들었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원하는 자극의 위치와 정도에 맞게 장난감을 선택한 다음, 앞서 설명한 충고만 잘 따르면 된다. 단, 마법의 기구가 가진 화려한 기능에 연연하면서 연인보다 장난감을 더 사랑하는 일은 없어야겠지.

 

 

 

Credit

  • editor 김보라
  • DESIGN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