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중 찌리릿, 오르가슴을 느끼다?
그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었을 뿐인데 ‘부르르르~’ 나도 모르게 ‘느껴버렸다’? 음란한 생각을 한 것도 아닌데 억울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기하다. 코치 D가 말한다. 코어 운동 시 흔히 느껴지는 ‘운동 유발성 오르가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아니, 오히려 여성 건강은 물론 섹스 라이프에도 득이 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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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좀 한다는 여성들, 솔직히 고백해 보자. 열심히 운동하고 있었을 뿐인데 의외의 ‘짜릿함’을 느껴 당황하는 한편 나도 모르게 ‘느꼈다’는 사람 손? 차마 남부끄러워 말은 못했지만 이처럼 짐(Gym)에서 운동하다 찌릿한 오르가슴을 느꼈다는 체험담을 전하는 여성들이 왕왕 있다. 운동을 하며 야한 생각을 한 것도 아니요, 근육이 불끈불끈한 훈남 트레이너를 보고 잠시 망상에 젖은 것도 아니요, 별다른 신체접촉이 있었던 것도 아니요! 그저 건전하게 땀 흘려 운동했을 뿐인데 대체 왜? 무엇 때문에? 음란마귀에 씐 걸까? 자, 남세스러워하지 말자. 이 같은 현상은 전 세계 곳곳의 운동파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근래에 들어 사실로 인정받았으니. 이 특이한 현상에는 EIO(Exercise-Induced Orgasms, 운동유발성 오르가슴)라는 이름을 붙여준 데브라 허베닉 박사의 공헌이 크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의 공공보건학 교수이자 대중적인 연애 & 섹스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데브라 허베닉. 그녀의 연구 팀은 총 370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정리해 학술지에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 중 오르가슴을 느끼는 현상은 이미 50년대 작성된 킨제이 보고서(앨프리드 킨제이 박사가 인간의 성(性)생활에 관해 학문적으로 풀어낸 연구서. 당시로선 매우 진보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에 등장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보고된 현상이었다. 최근 들어 몇몇이 지어내거나 한두 명의 착각이 빚어낸 해프닝이 아니란 얘기. 370명의 응답자 가운데 124명은 운동을 하다 성적 흥분감을 느낀 적 있고, 246명은 ‘오르가슴’이 분명한 성적 쾌감을 맛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아무래도 EIO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왜, 무엇이 EIO를 부르는 걸까?
 
복근운동, 오르가슴으로 가는 지름길?
허베닉 박사의 연구 결과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냥 운동한다고 무조건 EIO가 오는 게 아니라 ‘느끼기 좋은’ 종류의 운동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응답자 370명 가운데 과반수(51.6%)가 ‘복근운동’을 하던 중 오르가슴을 느꼈다고 한다. 그다음 순위는 근육운동(26.5%), 요가(20%), 자전거(15.8%), 달리기(13.2%), 걷기(9.6%) 순. 그렇다면 오르가슴의 열쇠는 복근운동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복근운동도 종류가 한두 가지가 아닌데 무조건 윗몸일으키기만 한다고 ‘오 선생님’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여기에 대한 단서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 피트니스 업계에 존재했다. 사실 미국에선 5, 6년 전부터 코어가슴(Coregasm)이라는 신조어가 돌고 있었다. 시작은 미국에 사는 어윈 코스그로브(Alwyn Cosgrove)라는 트레이너였는데 당시 그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포르노 배우(여자)의 개인 지도를 맡고 있었다. 어느 날 이 배우가 말하길 “선생님, 행잉 레그 레이즈(Hanging Leg Raise)를 할 때마다 ‘그게’ 느껴져요!” 돌발 발언에 어윈은 ‘뭐, 그런가 보다. 혹 직업 덕에 더 잘 느끼는 걸까?’ 하는 정도로 넘어갔다고. 시간이 지나서 당시의 경험담을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언급했더니 사람들의 반응이 범상치 않더란다. ‘실은….’ ‘헉! 나도!’라는 덧글이 줄을 잇고 이메일과 연락이 이어졌다. 그때부터 코어운동을 하는 도중에 느끼는 오르가슴, 즉 ‘코어가슴’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게 된 것. 이 영향으로 피트니스 업계에선 알게 모르게 ‘코어운동을 하면 성감(혹은 정력)이 좋아진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답은 골반 기저근에 있다!
이제 슬슬 답이 좁혀지는 것 같다. ‘운동 중 오르가슴을 느낀 여성들의 절반 이상이 복근운동을 하던 중 느꼈다’는 허베닉 박사의 보고와 ‘행잉 레그 레이즈를 하던 여자 회원이 성적 흥분을 느꼈다’는 트레이너 어윈의 회고, ‘코어트레이닝을 하면 코어가슴을 느낀다’는 속설이 겹쳐지는 교집합을 찾으면 이 ‘운동 중 오르가슴’의 답이 있지 않을까? 복근운동과 코어운동, 레그 레이즈가 서로 겹치는 지점에 바로 골반 기저근(Pelvic Floor Muscle)이 존재한다. 필라테스에서 4대 심부근이라고 불리며 코어 근육 가운데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근육이다. 골반 기저근은 이름처럼 골반 바닥을 받쳐주는 근육이다. 골반(Pelvis)의 어원은 ‘양푼’을 뜻하는 라틴어다. 골반 뼈는 가운데가 움푹 파여 있어 뱃속의 각종 장기들을 담고 있는 그릇 모양인데 그 바닥을 받쳐주는 근육이 바로 골반 기저근이다(남자라면 낭심과 항문 사이 회음부 근처를 생각하면 쉽다). 위치상 여성의 질과 요도, 항문(직장)과 연관돼 있고 배변과 출산, 섹스 시 알게 모르게 자극받는다. 출산과 노화를 겪는 여성들에게 중요하며 이 골반 기저근이 약해지면 요실금 같은 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요실금 예방운동이나 정력 강화운동 등으로 알려진 케겔운동의 효과도 이 골반 기저근을 단련하기 위한 것. 어찌 보면 여성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근육인데도 겉으로 드러나는 근육이 아니라 케겔운동 같은 방식이 아니면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앞서 나온 ‘코어가슴 유발자’인 레그 레이즈가 바로 이 골반 기저근 단련운동이 될 수 있다!
다소 의아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흔히 레그 레이즈를 하복부운동이라고 말하고 실제로 그렇게 알려져 있으니까. 하지만 다리를 들어올릴 때 실제로 일어나는 반응은 복근보다 고관절을 접는 속근육인 ‘장요근’이 자극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골반 기저근이 크게 자극받는다. 어윈이 지도했던 포르노 배우처럼 굳이 매달린 상태가 아니라 누워서 허공으로 다리를 들어올리는 일반 레그 레이즈를 해도 똑같이 해당 지점에 자극이 가해진다. 일반적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는 주동근에 의식적으로 집중하라’고 말하지만 레그 레이즈를 할 때는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골반 기저근이 자극된다! 이 같은 사실은 디스크 진단을 위해 누워 있는 환자의 다리를 들어올리는 검사법을 통해서 확인됐다. 몸에 있는 근육에 전극을 연결해 움직임을 검사하는 근전도 검사를 해보면 다리를 들어올리는 동작에 자동적으로 골반 기저근이 관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코어가슴’의 비밀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성의 성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골반 기저근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극해 오르가슴을 유도하는 동작. 아직 정확한 통계와 양적인 실험을 통해 명확한 결론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골반 기저근 단련이 여성의 건강과 성생활에 있어 긍정적인 관련이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레그 레이즈로 구성된 코어운동 도중에 모든 여성들이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 운동이 평소에 더 나은 성생활과 건강으로 가는 열쇠를 제공해 줄 것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부터 도전해 보자. 내 남자를 만족시키기 위함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다. 자기만족을 위한 코어가슴운동. 특별한 도구나 장소도 필요 없다. 그저 매트 한 장 깔고 바닥에 누워 천천히 다리를 하늘 위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면 된다. 자, 코어운동과 함께 놀라운 세계에 당도해 보시길!
 
 
 
 
need to check!
코어(Core)란? 피트니스에서 몸의 중심부에 있는 근육들을 통틀어 지칭하는 말. 동양무술의 단전(丹田), 필라테스의 파워 하우스(Power House)와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복근이나 외복사근처럼 겉으로 드러난 근육은 물론 복횡근이나 횡경막처럼 깊은 곳에 자리 잡아 호흡이나 자세 유지에 관여하는 근육까지 포괄하는 용어다. 특히 척추 건강이 위협받는 현대인들에게 그 가치를 인정받아 아예 이 부위만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코어 트레이닝’이 피트니스 업계에서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코어운동은?
레그 레이즈 이름 그대로 다리 들어올리기. 수준에 따라서 자세가 조금씩 달라진다. 가장 초보자는 누운 자세에서 양쪽 다리를 들어올렸다 내렸다 하면 된다. 좀 더 어렵게 하려면 헬스장에 있는 ‘치닝디핑(Chinning Dipping)’ 기구에 팔을 걸고 다리를 허공에 띄운 상태에서 들어올린다. 가장 어려운 단계는 철봉에 매달려 다리를 들어올렸다 내리는 ‘행잉 레그 레이즈’다.
L자 버티기 치닝디핑이나 평행봉에 기대서서 다리를 들어올린 상태로 버티는 운동. 레그 레이즈에 숙달된 사람이라면 이 L자 버티기를 하면 완전히 새로운 자극을 느낄 수 있다.
 
 
 
Credit
- writer 남세희
- editor 김미구
- photo 전성곤
- DESIGN 오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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