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다시 사랑한다고 말할까?

김동률이 부릅니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리즈의 답가는 ‘내 마음은 절대 바뀌지 않아’. 이별을 경험한 당신은 어떡할래요?

프로필 by ELLE 2014.05.14

 

우리 사이엔 ‘너’만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우리 관계를 철저히 숨기는 ‘나쁜 남자’를 만났다. 미친 듯 사랑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면서도 철저히 그를 중심으로 관계를 이어갔다. 우연히 그가 다른 여자와 연락한다는 걸 알았을 때도 모른 척했다. 따져 물으면 헤어지자 말할까 두려웠으니까. 얼마 후 그에게 이별을 통보받았다. 일방적인 구애로 이어진 우리 사이가 오래갈 수 없었던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와 이별한 건 더 너그럽지 못했던 내 탓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바람기와 이기심까지 모두 포용하겠다는 마음으로 그에게 연락했다. 다시 만난 날, 술에 취한 그가 “남자가 헤어진 여자를 만나는 이유는 노력하지 않고도 잘 수 있는 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도 그날 그와 함께 밤을 보냈다. 이유야 어쨌든 그와 다시 만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거다. 다시 연인 사이로 돌아갔지만 나의 바람처럼 뜨거운 사랑이 찾아오지는 않았다. 그는 반년이 지나도 밤에만 다정했다. 그제야 ‘이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지고 나니 홀가분한 기분마저 들었다. 두 번의 이별 후에야 비로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어보겠단 생각이 얼마나 바보 같은 것인지 깨달았다. (33세, 여)

 

오답은 오답이다

성공하고 싶던 나와 달리 여자친구는 소박한 삶을 꿈꿨다. 함께라면 단칸방에서도 행복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난 단칸방에 살 자신이 없었다. 단칸방에 살 거란 생각조차 해본 적 없었으니까. 항상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유학을 떠났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시간은 흘렀고 그녀는 더 이상 내게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돼버렸다. 내가 바라던 조건을 가진 여자와 가까워지게 된 건 우연이었을까. 그녀를 만나며 단칸방 대신 ‘대저택’을 꿈꿨다.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줄 것 같은 여자였다. 결국 보고 싶다고 울먹이는 옛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할 수밖에 없었다. 죄책감 따위는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그녀가 떠났다. 결국 유학생활도 실패했다. 허전한 마음을 채워줄 사람이 절실했다. 귀국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달려가 안기고 싶었다. 그녀라면 날 보듬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그녀는 날 다시 받아줬다. 그렇지만 금세 후회했다. 역시 난 단칸방에서 행복할 수 있는 놈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이 당장 결혼하길 원하는 그녀, 아직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 우린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웠다. 결국 지쳤고 우린 헤어졌다. 나와 인생을 보는 가치관이 다른 여자와는 다시 만나지 않을 거란 다짐이 더 강해졌다. (34세, 남)

 

현재로 미래를 판단하는 건 무의미하다

캠퍼스 커플로 시작해 10년을 만난 그는 착했지만 가난했다. 사귀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우리의 미래에 ‘돈’은 큰 걸림돌이 될 게 뻔했다. 그 이유로 몇 번이나 헤어지자고 말할까 고민했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가 내게 청혼하던 날, 싸늘한 목소리로 헤어지자고 말했다. 그 후 1년 동안 여러 남자를 만났다. 이상하게도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만한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서로를 사랑한 시간도 길었지만 무엇보다 나를 가장 소중하게 대해준 단 한 사람이란 생각이 더 선명해진 거다. 마지막 순간까지 그는 “마음이 변하면 언제든 내게 돌아와”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회할 용기가 없었다. 매몰차게 이별을 고해놓고 이제와서 다시 만나자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만나게 될 사람은 꼭 다시 만난다’는 옛말이 틀린 건 아니었나 보다. 선후배 모임에서 우연히 그와 재회했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은 바로 그라는 확신이 들었다. 좀 덜 가졌다는 이유로 놓칠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게 우린 결혼했다. 섣불리 미래를 판단하고 저지른 실수, 그 이별 덕에 그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35세, 여)

 

문제는 내게 있었다

누가 봐도 예쁜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고 한참을 매달려 사귀게 됐다. 만난 지 1년 반쯤 지났을까? 그녀에 대한 마음이 미지근해졌다. 그렇다고 다른 여자를 만난 건 아니다. 다만 그녀에게 소홀해졌을 뿐이다. 반면 콧대 높던 그녀는 점점 다정해졌다. 난 오히려 그런 그녀가 피곤하게 느껴졌다. 그녀의 과도한 이해심에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였다. 이 올가미에서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결국 연락을 끊어버렸다. 괜히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다가 울며 매달리는 그녀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그 후로 4명의 여자들을 만났다. 다들 자기주장이 강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타일이었다. 그런 그녀들에게 하나같이 차였다. 통일된 이별 사유는 내가 구속하는 타입인 데다 지루한 남자라나. 3년 전 헤어진 그녀가 생각났다. 비로소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뒤늦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나를 진심으로 배려하고 사랑해 준 사람은 바로 그녀였단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됐다. 마침 그녀에게서 안부를 묻는 전화가 왔고 우린 다시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했다. 그녀의 진심이 한때 구속이라 생각했던 걸 후회한다. 문제는 내게 있었다. (34세, 남)


 

 

 

Credit

  • editor 김보라
  • artwork 김란
  • DESIGN 오주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