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진주들의 역습!
한동안 주춤했던 블랙 뷰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도 그저 한 시즌 반짝하고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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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뷰티가 대세이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다. 2008년 말, 정통 패션 매거진들이 거장들과 작업한 흑인 모델의 화보로 채운 ‘블랙 이슈’를 기획하면서 블랙 커버가 유행처럼 번졌던 시절이 있었다. 앙칼진 나오미 캠벨 같은 유일무이한 흑인 모델 한 명이 군림하던 원조 슈퍼모델 시절과 달리 조단 던에서 샤넬 이만까지,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모델들이 속속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이제야 유색 모델계의 판도도 달라지는구나’라는 기대감을 가졌던 때다. 그것도 잠시, 블랙 뷰티를 향한 관심이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을 의식한 ‘트렌드’라는 걸 실감하는 씁쓸한 시기가 찾아왔고, 중국 마켓이라는 든든한 지지 세력을 배후에 둔 아시아 모델들의 약진이 이어지면서 런웨이와 매거진에서 흑인 모델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몇 시즌 동안 모델스닷컴 부동의 1위는 조앤 스몰이지만 그녀를 포함해 톱 50위에 랭크된 흑인 모델은 고작 4명(이에 비해, 아시아 모델은 7명이다). 특히 지난 2013년은 흑인 모델에게는 암흑기와도 같은 시기였다. 세계적인 캐스팅 디렉터들은 TV쇼와 광고계에선 다양성이 커진 반면 오직 패션계만은 예외라고 입을 모았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2013 F/W 시즌을 역대 최악의 시즌으로 꼽은 것도 모자라 파리의 일부 럭셔리 하우스들을 빗대 거의 인종 차별 수준이라고 혹평했다. 알렉 웩을 연상시키는 신예 모델 그레이스 볼(Grace Bol)은 한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패션계의 미래는 다크 스킨 모델들에게 있어요. 이제까지 슈퍼모델계에서 빠져 있었던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니까요.” 그 비어 있던 부분이 2014 S/S 시즌을 기점으로 눈에 띄게 채워지기 시작했다. 바로 지난가을부터 다시 블랙 뷰티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올해 31세인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 루피타 뇽(Lupita Nyong’o)은 새로운 아이콘에 목말라 있던 영화계와 패션계가 원하는 ‘잇’ 걸로 완벽한 타이밍에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자신만만한 애티튜드와 아름다운 외모, 케냐와 미국에서 보낸 풍부한 문화적 아우라는 단숨에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디자이너들은 뉴 컬렉션을 가장 입히고 싶은 뮤즈로 그녀를 0순위에 올렸고, 온·오프라인 매거진에선 루피타의 카멜레온 같은 레드 카펫 룩을 호평하며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허핑턴 포스트>를 비롯한 일부 매체에선 최근 블랙 뷰티에 끼친 그녀의 영향력에 대해 토론까지 했다. 한편, 런웨이에서도 분명한 변화가 감지됐다. 메가트렌드를 좌지우지하는 미다스의 손 리카르도 티시는 누구보다 먼저 블랙 뷰티의 매력에 주목한 이다. 그는 과거에 조앤 스몰과 달리아나 아레키온(Dalianah Arekion)을 비롯한 수많은 블랙 걸들을 발굴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4 S/S 컬렉션의 절반 이상을 검고 아름다운 피부를 가진 모델들로 채운 티시는 컬렉션 구상 단계부터 흑인 뮤지션 에리카 바두(Erykah Badu)를 뮤즈로 염두에 두었다고 말했다. 광고 캠페인엔 에리카와 함께 신예 마리아 보르주(Maria Borges), 라일리 몬타나(Riley Montana)를 캐스팅해 블랙 뷰티를 지지했다. 밀란에선 필립 플레인의 런웨이에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흑인 모델로만 캐스팅해 이슈가 됐고, 이어 2014 F/W 시즌엔 도시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빅 쇼에 눈에 띌 만큼 많은 수의 흑인 모델들이 캐스팅된 한편, 이에샤 호지스(Iesha Hodges)와 같은 유니크한 흑인 뉴 페이스들이 데뷔하면서 패션계의 분위기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일부 캐스팅 디렉터들은 다양성을 위한 의무적인 캐스팅을 경계하며 쇼는 현실과 다르다고 얘기하지만 유색 모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편견은 깨져야 한다. 리카르도 티시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은 우리에게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이제 사람들은 모든 걸 오픈했어요. 그런데 왜 아직까지 런웨이만은 아프리카와 라틴계 모델들에게 그토록 폐쇄적인 거 죠?”
 
 
 
Credit
- editor 주가은 PHOTO IMAXtree.com(컬렉션)
- GETTy IMAGES/멀티비츠
- COuRTESY OF GIVENCHY
- PHILIPP PLEIN DESIGN 하주희
엘르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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